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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주가 가지를 자르고 분뜨기를 한 시산2리 당산나무와 그 아래 바위에 새겨진 암각화. ⓒ 무한정보신문 ⓒ <무한정보> 김동근
예산군 대술면 시산2리 주민들이 마을 상징인 당산나무를 지켜달라는 호소를 하고 있다.
한곳에서 500여 년을 이어온 역사·문화적 가치를 품고 있는데도 뿌리째 뽑혀 다른 곳으로 팔려나갈 위기에 처했다는 것.
더욱이 산주와의 민민갈등으로 번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원만한 해결책을 찾도록 행정을 비롯한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민들에 따르면 시산2리 입구 용머리에 있는 느티나무 노거수 두 그루는 500년 넘게 비보림(裨補林, 길지 중에서 기가 부족한 곳에 나무를 심어 조성한 숲)으로 마을을 지키고 있는 당산목(堂山木, 마을 수호신으로 모시는 나무)이다. 나무를 베려는 사람은 화를 당한다는 전설이 내려오며, 그 아래 바위에 '청룡암(靑龍巖)'이라는 암각화가 있다. 여기서 지명이 유래해 청룡말·청룡부리로 불린다.
대술면지('청룡부리에 청룡암이라 새겨진 암각화가 있다. 예전에는 커다란 바위에도 암각이 있었는데, 새마을사업 때 부러져 지금은 땅속에 묻혀있다. 청룡에는 비보숲이 있고…')와 군누리집('시루미 왼쪽 마을을 청룡이라고 한다')도 이 같은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 주민회가 내건 펼침막들이 곳곳에 걸려있다. ⓒ 무한정보신문 ⓒ <무한정보> 김동근
강희수 이장은 "마을의 상징이자 공동체의 중심이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단오놀이를 했고, 안녕을 빌었다. 유무형의 문화적 가치와 역사를 온전히 간직한 신목"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산주가 지난 8일 당산나무를 굴취하기 위해 아름드리 가지를 자르고, 흙을 걷어내는 등 분뜨기를 해 군에 신고했다"며 "다른 시군은 비보림을 지역자원으로 보호·활용하는데, 우리 지역에선 파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농촌의 소멸 위기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산2리주민회는 곳곳에 '마을의 당산목을 베는 것은 마을의 정신을 베는 것이다', '나무는 산주 것인지 몰라도 우리가 500년을 키웠다' 등이 적힌 펼침막을 내걸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행정 차원에서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예산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안타깝지만 사유재산이어서 임목 등기나 지상권 설정 등이 없다면 법적으로는 주민 반대만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보호수 지정'도 산주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라며 "단근작업(분뜨기)을 위해 제거한 표토는 원상 회복을 조치했지만, '산지관리법' 등에 저촉하는 부분은 없다. 지목이 임야라서 신고나 허가도 나중에 반출할 때 적법한 절차를 거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주에게 주민들의 정서적인 부분을 감안하도록 권고 밖에 할 수 없다. 이를 해결하려면 마을과 산주의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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