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면은 왜 면지 아닌 향토지일까

지역사회 십시일반 25년만 재발간… 마을이야기 눈길

등록 2021.05.25 15:10수정 2021.05.25 15:10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진표 편찬위부위원장과 김영주 편집위원장, 진기봉 편찬위원장, 정윤교 면장, 한민수 집필위원장이 지역곳곳을 발로 뛰며 제작한 덕산향토지를 자랑스럽게 들어보이고 있다(왼쪽부터). ⓒ 무한정보신문 ⓒ <무한정보> 김수로


예산군 덕산면이 지역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총망라한 향토지를 재발간했다.


지난 1996년 처음 펴낸 지 25년 만으로, 덕숭산과 가야산 자락이 품은 과거와 현재를 촘촘하게 엮었다. 선사시대부터 내포신도시 조성까지 변화한 시대상이 더해져 기존보다 300여 쪽이 늘어난 1221쪽에 이른다.

첫 향토지는 지역의 향토사학자 2명이 주축이 돼 현장답사보단 실내에서 구술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집필했지만, 이번엔 편찬위원들이 직접 곳곳을 발로 뛰며 28개 마을 원로와 주민들을 만나 고증했다.

20일 향토지 재발간에 힘쓴 주역들을 만났다. 2019년 11월 출범해 18개월여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애향심 하나로 제작에 매진한 '덕산향토지편찬위원회'다.

군생활로 잠시 떠나있던 적 말고는 줄곧 덕산에 살아왔다는 진기봉 편찬위원장은 "나이 80이 넘어 가야산 정상에 올라 유적지를 탐사하러 다닐 줄은 몰랐어요"라고 웃으며 "남연군묘와 고려시대 충신이었던 유숙의 묘역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기록하고 이장과 새마을지도자, 부녀회장 등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지리와 역사, 행정, 교육·체육, 문화유적, 종교 등 분야를 나눠 자료수집과 집필을 진행했어요. 쉽지 않은 날도 많았지만 사명감으로 할 수 있었죠"라고 회상했다.

읍면에서 재발간한 향토지는 덕산이 처음이다. 한민수 집필위원장은 "덕산향토지가 예산에선 가장 먼저 나왔어요. 그만큼 시간이 오래 지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바로잡고 이후 변천사 등을 더하기 위해 재발간에 착수하게 됐죠. 조선시대 이곳은 '덕산현'으로 덕산과 삽교, 고덕, 봉산지역을 관할했어요. 그래서 면지가 아닌 향토지로 이름을 붙인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충북 제천시 지적박물관 등을 벤치마킹하고 타시군 향토지 등 문헌을 참고해 초안을 완성시킨 뒤, 마을을 순회하며 수정·보완사항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또 78개 관련 기관단체에 초고본을 발송해 확인작업을 거치는 등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거듭했다.

재발간한 향토지에서 눈에 띄는 것은 마을에 전해오는 설화와 옛이름에 담긴 이야기들을 구체적으로 수록한 점이다. 

그중 대동리 '광대말'이 있다. 갈산과 해미, 홍성읍내와 각각 20리씩 떨어져 있어 경제중심지 역할을 했던 이곳엔 주점만 수십 개가 늘어섰고 보부상들이 자주 모여들었다고 한다. 마을과 주변지역 잔치를 다니며 줄타기, 노래 등을 공연한 광대들이 기와집을 짓고 살았던 곳이다.

"신분제가 철저했던 당시 광대들은 하층민이라며 차별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보란 듯이 크고 멋지게 집을 지어 집단을 이뤄 살았던 거예요". 김영주 편집위원장이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마을자치 역사도 엿볼 수 있다. 광천리는 200여년 전 조직된 '진흥회'가 마을을 운영했는데, 주민 전체가 회원이었다. 농민들을 위한 야학을 열어 문맹퇴치운동을 벌이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으며, 산제당 제사를 주관하고 상여를 빌려주는 일 등도 맡아 했다. 

특히 부정을 저지른 사람은 직접 곤장을 치고 벌을 줬다고 하니, 사법기관으로서의 역할도 한 셈이다.

2019년 7월 부임해 향토지 재발간을 추진한 정윤교 면장은 "몇몇 전문가가 주도한 게 아니라 우리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요. 한자는 우리말로 옮기고, 내용도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주민 눈높이에 맞게 썼어요. 제작비용 역시 십시일반 모은 성금으로 마련한 거예요"라며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 10일 해단식을 열고 공식적으로 향토지 발간을 발표한 뒤 1년 6개월여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향토지는 전국 대학과 도서관 등에 발송했으며 덕산면행정복지센터와 예산문화원, 군청 누리집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예산군 #덕산면 #향토지 #면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본인이 일하고 있는 충남 예산의 지역신문인 무한정보에 게재된 기사를 전국의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픈 생각에서 가입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