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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세월호 7시간 칼럼' 주심 판사, "이례적" 언급한 이유

[임성근 항소심] 해당 판사 증인신문... "판결문 변경은 재판장 지시"

등록 2021.05.25 19:26수정 2021.05.2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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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1심 무죄를 받은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지난 4월 20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임성근 전 판사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소추되어 헌법재판소에서 절차가 진행중이다. ⓒ 권우성

 
"이례적인 건 맞다"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명예훼손한 혐의를 받았던 '카토 다쓰야 전 산케이 신문 서울지국장 사건'의 주심이었던 임아무개 판사의 증언이다. 그는 당시 재판 진행 상황 일부를 두고 '이례적'이라 평가했다.

카토 지국장 사건은 임성근 전 부장판사(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와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차장이 공모해 개입한 재판으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으로 ▲카토 지국장 사건의 판결 이유를 변경하도록 종용하고 ▲선고 이전에 재판장(이동근 재판장)을 시켜 특정 혐의에 대한 중간판결적 판단을 하도록 하는 등, 재판 진행에 직접 개입한 혐의다. 임 전 부장판사는 위 혐의로 헌법재판소에서 법관 탄핵 재판도 받고 있다.

선고 전에 나온 재판부의 확정적 판단? "그런 일 잘 없다"

25일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박연욱) 심리로 진행된 임 전 부장판사의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임 판사는 2015년 재판 상황을 증언했다. 그는 그해 3월 30일 이동근 재판장이 선고가 있기도 전에 중간판결적 판단을 내렸던 것을 두고 "이례적인 건 맞다", "법원에서, 특히 재판 변론이 끝나기도 전인 중간 시점에 어떤 쟁점을 확정하고 넘어가는 일은 잘 없다"고 말했다. 

위 사건은 카토 지국장의 제4회 공판기일에 있었던 일이다. 이동근 재판장은 카토 지국장(피고인) 측에서 요청한 증거 신청을 거절하면서 "카토 지국장이 (산케이 신문에) 기재한 소문의 내용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허위인 점이 증명됐다고 보인다"는 판단을 덧붙였다. 재판부의 심증을 사실상 확정적으로 공개한 셈이었다. 

이같은 재판부의 '이례적인 모습' 뒤에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차장이 있었다. 임 전 차장은 "카토 다쓰야의 '세월호 7시간 행적 기사'가 허위라는 점이 확인되면 판결 선고 전이라도 기사 허위성을 (법정서) 분명히 밝혀달라"고 요구했으며 이를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이던 임성근 판사가 이동근 재판장에게 직접 전달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검찰이 "이동근 재판장이 법정에서 중간판결적 발언을 하기 직전까지도 이 재판장이 위와 같은 발언을 법정서 할 것을 예상하진 못했나"라고 묻자 임 판사는 "예상 못한 것은 맞다"고 답했다. 이어 임 판사는 본인의 경험칙상 '형사 재판에서 특정 혐의를 먼저 판결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덧붙였다.

무죄 피고인 향한 재판부의 공개 질책, "이례적이라 볼 수 있다"

임 판사는 2015년 12월 17일 카토 지국장 1심 선고 당일, 이동근 재판장이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법정에서 카토 지국장을 질타한 것을 두고도 "이례적이냐고 묻는다면 그렇게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죄가 없는 피고인이 수사와 재판을 받아 무죄 판결에 이르게 된 건데, 이런 상황에서 재판장이 피고인을 질책하는 게 이례적인 것 아니냐"는 검찰 측 물음에 대한 답변이었다.

카토 지국장 1심 판결문에도 피고인을 '질책'하는 문구가 기재돼 있는데, 이 또한 임종헌 전 차장과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재판 개입 정황으로 파악하고 있다. 임 전 차장이 '세월호 7시간 의혹의 허위성을 강조하고 카토 지국장을 훈계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며, 임 부장판사가 이것 또한 이동근 재판장에게 직접 전달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1심 판결문 42~44쪽은 선고를 한 달 앞둔 시점에 카토 지국장을 질책하는 내용으로 변경됐다. 이동근 재판장 지시에 따라 판결 내용을 변경한 것은 이날 법정에 선 임아무개 판사(당시 주심판사)였다. 

이를 두고 검찰이 카토 지국장 판결문 42~44쪽에 종전에 없던 문건이 추가된 이유를 묻자, 임 판사는 "(이동근 재판장이 질책 문구를) 반영해달라고 메일로 요청해서 반영하게 됐다"라며 "이 재판장이 왜 포함하라고 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그는 "당시 카토 지국장을 비판하는 문구를 판결문에 넣는 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제 의사에 반한 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판결 이유 변경, 당시 재판장이 지시"

한편, 임 판사는 카토 지국장의 1심 판결 이유가 선고를 목전에 두고서 변경됐던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카토 지국장 1심 판결문 초고에서 '대한민국 최고 공적 존재인 대통령을 피해자로 하는 명예훼손죄 성립을 함부로 인정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됐던 부분이 최종적으로 '개인 박근혜의 명예훼손이 인정된다'고 바뀐 부분에 대한 내용이다.

이를 두고 임 판사는 "이동근 재판장이 판결 선고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갑자기 방에 들어와 판결 이유를 바꿀 것을 언급했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증거조사를 마무리하고 다음 달 21일 결심 공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과 임 전 부장판사 측은 오는 결심 공판에서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윤종섭)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 법리해석을 두고 양쪽 견해를 밝힐 예정이다.
#임성근 #사법농단 #탄핵 #세월호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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