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서 식탁까지, 누구도 낙오되지 않도록

사람과 환경 중심 농정으로의 전환 시리즈 ③ 먹거리 편

등록 2021.06.03 16:49수정 2021.06.15 13:00
0
요새 제품 광고에서 환경을 함께 언급하는 사례가 종종 눈에 띈다. 아예 전면적으로 '우리는 친환경을 지향하는 기업'이라고 광고하는 경우도 있다.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하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유럽연합은 지난 2019년 최초의 기후 중립 대륙이 되겠다는 비전과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제안했다. 국가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과 미국도 그린뉴딜(Green New Deal)이라는 이름으로 기후위기를 대응하는 사회·경제 대전환 정책 및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그린딜과 그린뉴딜은 기존 탄소 중심의 산업 정책에서 저탄소·친환경 정책으로의 대전환을 추진하기 때문에 기존 산업에 몸담은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실직 위기를 겪을 가능성도 매우 크다. 유럽 그린딜에서는 기후 중립 경제로의 전환이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는데 이러한 전환은 모두를 위한 것으로 그 누구도 낙오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pixabay


유럽의 그린딜 '농장에서 식탁까지'... 한국의 정책 전환 필요해

구체적으로 유럽의 그린딜에는 '농장에서 식탁까지(From Farm to Fork)'라는 농업 부문 전략이 포함되어 있다. 이 전략은 단순히 농업 활동에 한정되지 않고, 생물다양성, 자연환경, 식량시스템 등의 상호관계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 산업경쟁력과 자연회복력을 높이려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전략에서 눈길이 가는 부분은 ▲탄소농법을 활용해 토양에 탄소를 저장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인정받기 ▲2030년까지 비료 사용을 최소 20% 줄이고, 토양 비옥도 손상 없이 영양소 손실을 최소 50% 줄이기 ▲2030년까지 25%의 농지의 경작 방식을 유기농으로 전환하기다.

이밖에 농업 부문의 전환을 위해 건강한 식품 및 식물성 식단을 늘려 국민의 질병을 줄이기, 식품 표기를 표준화해 영양·기후·환경·사회적 영향을 포함하기, 그리고 1인당 음식물 쓰레기 감축 목표를 제시하기 등도 포함돼있다.

한국은 지난 2020년에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농업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에서 내세운 생물다양성, 토양 회복, 유기농 전환, 건강한 식품 공급 등보다 정보통신기술(ICT)를 이용한 농업방식인 스마트팜과 같은 디지털 환경 구축, 에너지 전환 시설 설치 등 위주로 강조된 지점이 아쉽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농업전망 2020-2029'를 통해 현재 농업 생산 정책과 기술 수준이 그대로인 경우, 앞으로 10년간 농업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이 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오이시디한국대표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축산물의 생산이 감소하며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함께 발표했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 감소 시나리오가 축산물 수요 저하에 따른 것이지 정책 도입 등의 노력에 따른 결과가 아니기에 이를 고려한 구체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 pixabay

 
탄소 발자국은 줄이고, 공정한 먹거리를 위해 

한국은 무언가를 수입하려면 배나 비행기 등의 이동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오랜 시간을 운반하면서 발생하는 탄소의 총량을 계산하면 얼마나 많은 탄소발자국을 남기는지 확인할 수 있다.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은 개인이나 기업, 기관 등이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발생시킨 전체 탄소량을 말한다.

마트 등에서 장을 볼 때 제품의 겉면에 초록색 마크로 표시된 라벨을 본 경험이 있을 수 있다. 해당 라벨은 제품 및 서비스의 원료채취·생산·수송·유통·사용·폐기 등의 전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온실가스)가 기후변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를 나타낸 지표이자 표식이다.

 

탄소발자국 표식. 기후변화홍보포털(https://www.gihoo.or.kr/portal/kr/biz/footprint.do) 갈무리 화면 ⓒ 기후변화홍보포털


로컬푸드는 탄소발자국뿐 아니라 생산물 전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대부분 로컬푸드를 지역 내 신선한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것이라고 국한해 생각하기 쉽지만 들여다보면 좀 더 포괄적이다. 직거래를 포함해 먹거리의 생산-유통-가공-소비-폐기(재활용 포함)를 지역에서 모두 해결하는 '먹거리 체계(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탄소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유통·소비되기 때문에 로컬푸드의 고민은 지속가능성이 맞물려 있다. 즉, 지역 내 농산물 수급 문제와 지역에서 생산하지 않은 농산물을 외부에서 어떻게 들여올지, 친환경 농산물의 기준과 농가 선정을 어떻게 진행할지, 지역 내 건강한 먹거리를 공정하게 분배할지 등이 로컬푸드의 의제에 해당되는 것이다.

도시-농촌 복합형 로컬푸드에 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고, 실제 지역마다 로컬푸드 전략을 수립한 곳도 꽤 있다. 하지만 소비자로만 구성된 도시지역의 로컬푸드에 관한 연구는 미진하다. 도시지역의 농산물을 어떻게 수급하고, 다른 지역의 로컬푸드 매장을 유치할지, 그리고 그 농산물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등의 정책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번 정부에서는 '국가식량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수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기후위기, 코로나19 등으로 많은 국민이 식량안보에 관한 관심과 걱정이 높아진 만큼 어느 때보다 국가 단위의 계획 수립과 실행이 중요하다. 각 지방정부의 로컬푸드 계획, 중앙정부의 국가식량계획이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 등 건강한 먹거리를 공정하게 배분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계획이 수립되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이이자희 희망제작소 연구사업본부 연구원이며 해당 글은 희망제작소 홈페이지(www.makehope.org)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농정틀 #농정 #생태적전환 #기후위기
댓글

시민과 함께 사회혁신을 실천하는 민간독립연구소 희망제작소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