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전 대전환을 위한 사회협약의 길

사람과 환경 중심 농정으로의 전환 시리즈 ④ 농정 편

등록 2021.06.08 14:53수정 2021.06.15 09:22
0
요즘 화두는 '전환'이다. 정치, 경제, 사회를 비롯해 환경 문제까지 '새로운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전환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더라도 불협화음은 피할 수 없다. 이러한 불협화음이 쌓이면 첨예한 갈등으로 번지기도 하고, 나아가 더 이상 쳐다보고 싶지 않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사회적 대화'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회적 대화는 쉽게 말해 불협화음이 생기기 전에 다양한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는 행위를 말한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사회적 대화는 모든 형태의 교섭, 자문, 정보가 교환되고, 사회적 협의 보다는 넓은 개념으로, 노·사·정 간의 다양한고 다면적인 공식 또는 비공식 접촉을 포함하고, 노·사·정 3자 형태, 혹은 노·사 2자 형태를 말한다.

사회적 대화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와 관련된 직접 이해 관계자 대표들이 모여 서로 입장을 확인하고,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체계인 셈이다.
 

ⓒ pixabay


엉킨 실타래 같은 문제, 사회적 대화와 사회협약으로

사회적 대화에서 한 걸음 나아가면, 서로 협의한 부분을 반드시 지키자고 약속하는 데까지 이를 수 있다. 이를 두고 '사회협약'이라고 한다. 사회적 대화보다 한 단계 높은 체계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도출된 협의 내용을 반드시 함께 이행하기로 약속하는 행위를 말한다. 

사회협약은 유럽에서 국가적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 노동자, 기업 간 사회적 대화와 협력에서 시작됐다. 주로 서유럽에서 보편화된 사회협약은 다양한 사회 환경 변화 속에서 국가별 특색을 가지며 제도가 발전돼왔다. 기존 경제 위기에 따른 노동단체‧기업‧정부 간 사회협약에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정부-다자간 이해관계자 간 사회협약의 형태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한국도 노동자-기업-정부(노사정) 간 사회협약으로 일자리 사회협약이 먼저 체결되었고, 현재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라는 형태로 사회적 대화가 지속해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투명사회협약, 저출산‧고령화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협약 등 사회협약 체결 경험이 있고, 제주특별자치도 등에서는 지방정부가 중심이 되어 지역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한 사회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회협약 정의 자체에 '약속한 내용을 이행해야 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실제 이행되지 않거나, 파기한 사례도 있다.


그럼에도 사회 협약은 과정 차원에서 중요하다. 사회협약은 사회문제와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높은 수준의 형태이기에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은 해당 문제를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어 사회협약에 국민의 참여를 강조하는 게 중요하다. 문제를 인식한다는 것 자체가 엉킨 실타래의 끝을 잡고,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 pixabay


농어업의 '숨은 가치'를 발견하고, 쏙쏙 캐낼 수 있다면

농업과 어업 분야도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복잡한 문제들이 한 데 뭉쳐있다. 그러나 농어업이 공익적 가치, 다원적 가치, 사회적 가치 등 사회 구성원에게 여러 가치를 제공함에도 여전히 눈에 보이는 가치로만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쌀, 옥수수, 꽃게, 고등어, 돼지 등의 실물로 보이는 1차 생산물이나 물리적 공간인 농어촌 공간 위주로만 '가치'로 평가하는데, 실제 넓은 논이나 어촌 풍경을 바라볼 때 '힐링된다'라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심미적, 예술적 가치도 포함될 수 있다. 

이밖에 농업과 어업은 논 생태계, 갯벌 생태계, 바다 생태계를 보전·유지하는 역할과 가치를 갖고 있다. 농어촌에서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당산제, 풍어제 등과 같은 전통문화, 오래전부터 이어진 농법 및 어법과 같은 전통 지식을 보존하고 전수하는 가치도 포함된다. 

이러한 가치는 당장 손에 잡히지도, 또렷하게 보이지 않지만, 농업과 어업이 얼마나 다양한 가치를 품고 있는지를 환기한다. 농어업과 농어촌 공간을 그저 산업적 기능과 가치로만 여기지 않고, 그 안에 품은 다양한 가치를 발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농어업의 공익적 가치가 법과 제도를 비롯해 여러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명시되고, 이를 보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농민과 농어촌 주민도 다양한 가치를 보전하는 동시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도 농어업과 농어촌를 바라볼 때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 pixabay


농어업·농어촌·먹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농정 대전환을 위한 사회협약'

서두에 밝힌 것처럼 농어업과 농어촌에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경쟁 중심의 농어업과 지방소멸에 직면한 농어촌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이 건강한 먹거리에 좀 더 쉽게 접근하기 위해 농정(농업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 농정 전환을 위한 문제해결과 농어업의 공익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농정 대전환을 위한 사회협약' 체결이 추진되고 있다. 실제 사회협약이 이행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기구의 구성과 의제 논의 및 협의가 진행 중이다. 

지난 3월에는 '사람과 환경을 위한 농정 대전환 대화기구' 핵심 그룹이 발족됐다. 핵심그룹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소비자시민모임,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YMCA 전국연맹, 한살림연합(기관명 가나다 순)이 참여하고 있다.

생산자단체, 소비자단체, 시민단체, 생활협동조합단체, 지방정부 등이 함께 참여하고 있어 사회적 대화와 사회협약 과정에서 구체적인 농정 문제해결을 기대하고 있다. 

향후 농어민, 농어촌 주민과이 토론회를 통해 농정 대전환을 위해 필요한 의제를 논의하고, 사회협약문을 만드는 과정이 예정돼 있다. 농어민, 농어촌 주민, 소비자(국민), 유통업자, 중앙정부, 지방정부, 관계기관 등이 사회협약에 참여해 함께 이행할 수 있는 장도 마련된다. 
  
농어업, 농어촌, 먹거리 문제는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기후위기는 농어업, 농어촌, 먹거리의 문제와 맞물려 해소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농정 대전환을 위한 사회협약을 통해 농어업이 처한 문제의 실마리를 찾고, 탄소발자국을 줄여나가고, 소비자에게는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이이자희 희망제작소 연구사업본부 연구원이며 해당 글은 희망제작소 홈페이지(www.makehope.org)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농정 #농정틀 #농정대전환 #기후위기
댓글

시민과 함께 사회혁신을 실천하는 민간독립연구소 희망제작소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단독] 윤석열 장모 "100억 잔고증명 위조, 또 있다" 법정 증언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