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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가 덕을 쌓아야 갈 수 있다는 우리의 섬, '독도'

'뱃길따라 이백리'... 해외여행보다 가기 힘들다던 독도에 다녀왔다

등록 2021.06.06 14:41수정 2021.06.0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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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독도 독도는 동도와 서도를 포함한 총 91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 CHUNG JONGIN

 
우리의 독도는 먼 곳이다. 새벽 4시에 서울에서 출발하여 강릉으로 향하고 강릉에서 다시 3시간 배를 타고 울릉도로, 울릉도에서 다시 배를 타고 1시간 반을 가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남쪽 바다나 서쪽 바다와 달리 뱃길을 달리는 동안 보이는 것은 출렁이는 바닷물뿐이다. 그래서인지 그곳을 다니는 배는 갑판으로 나갈 수 없고, 주어진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하는 폐쇄된 공간이다. 승객들도 구태여 뿌연 창가 자리를 고집하지 않는 것 같았다.


울릉도 여행에서 독도를 빼면 여행의 의미가 반으로 쪼그라들 만큼 독도행은 필수다. 그러나 독도를 가려면 날씨가 도와줘야 한다. 하늘빛도 중요하지만 바람이 세지 않아 물결이 잔잔해야 한다. 오죽하면 삼 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까지 있지 않은가.

드디어 독도를 두 발로 디뎠다

오월의 끝날, 울릉도에 도착한 일행은 운이 좋아 독도행 배를 탈 수 있었다. 독도에 도착할 즈음 방송이 나왔다. 접안이 힘들면 입도를 못 하고 섬 주위만 돌 수 있다고.

'설마' 하고 있는데 쿵 소리와 함께 배가 흔들리며 독도에 도착했다는 방송이 나왔다. 드디어 독도 땅을 두발로 디디고 눈으로 확인하고 사진으로 남길 기회가 나에게 온 것이다.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에 속한 독도는 '독도는 우리 땅'이란 노래 가사에 나오듯이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200여 리 떨어져 있다. 약 460~250만여 년 전에 생성된 하나의 섬이었으나, 동해의 해수면 상승으로 두 섬으로 나뉘어 지금은 동도와 서도를 포함한 총 91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동도와 서도 사이의 거리가 151m이고, 동도와 서도 및 부속 도서는 대부분 수심 10m 미만의 얕은 땅으로 연결되어 있다 하니 그 옛날 하나의 섬이었을 때는 제법 넓은 평평한 지대가 펼쳐졌을지도 모르겠다.
 

동도 선착장에서 바라 본 서도 높이 168.5m 대한봉을 중심으로 멀리서 보기에도 급격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 서도는 동도에 비해 높고 넓다. 오른쪽부터 삼형제굴바위, 촛대바위, 탕건봉이 보인다. ⓒ CHUNG JONGIN

 
천연기념물 제336호인 독도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일반인들의 자유로운 입도를 제한해 왔으나 2005년 3월 동도에 한하여 일반인들의 출입이 가능하게 되었다. 일반 관람객들은 입도 범위가 동도 선착장으로 한정되고 약 30분 정도 머물며 주위를 둘러볼 수 있다.

울릉도 저도 항을 떠난 배가  2시경에 도착하자, 400여 명의 승객이 거의 동시에 독도 선착장으로 올라섰다. 사전 지식이 없었던 나는 경비대원에게 어느 곳이 서도이고 동도인지 확인한 후 내가 서 있는 곳인 동도 선착장 초입에서 서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높이 168.5m 대한봉을 중심으로 멀리서 보기에도 급격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 서도는 동도에 비해 높고 넓다. 서도의 북쪽, 즉 동도에서 바라보았을 때 오른쪽으로 구멍이 뚫린 바위가 보이고 그 왼쪽으로 끝이 뾰족한 바위가 보였다. 구멍이 뚫린 바위는 삼형제굴바위라고 하는데 내가 잡은 모습에서는 두 개의 굴만 보였다.

그 옆의 위가 뾰족이 올라간 바위는 촛대바위라고 하는데 어떤 이의 눈에는 권총으로 보여 권총바위라고도 한다. 사실 삼형제굴바위와 촛대바위는 나란히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데, 보는 위치 때문에 거의 붙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서도의 북쪽, 대한봉 아래 엄지척 모양을 한 봉우리가 있다. 탕건을 똑 닮았다 하여 탕건봉이라 불리는데 요즘 사람들에게 탕건 모양은 쉽게 그려지지 않아 엄지바위로 이름이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탕건봉 사진을 확대해 보니 윗부분은 주상절리로 모습이 더욱 돋보였다.

서도 중심부 아래에 건물이 보인다. 주민 숙소다. 현재, 주민과 울릉군청 직원 등 4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비상시 어민들의 대피소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담수 시설과 발전기도 있다는데 사진으로는 구분하기 힘들다. 이외에도 서도에는 상장군바위, 코끼리바위, 김바위 등이 있다고 하나 카메라에 잡을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
배에서 내린 관람객들은 주로 동도 쪽 방향으로 몰리고 있었다. 나도 동도 관람에 동참하기로 했다.
 

동도의 모습 동도는 높이 98.6m로 서도보다 낮고 면적이 좁지만, 둘레가 크고 완만해 경비대 30여 명이 생활하고 방문객들이 방문하는 경로이기도 하다. 오른쪽 끝에 반쯤 보이는 바위가 숫돌바위다. ⓒ CHUNG JONGIN

 
동도는 높이 98.6m로 서도보다 낮고 면적이 좁지만, 둘레가 크고 완만해 경비대 30여 명이 생활하고 방문객들이 방문하는 경로이기도 하다. 접안시설을 비롯해 경비초소, 막사 9동, 독도 등대, 위성 안테나, 헬기장, 해수 정화시설 등이 있다는데, 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것은 조성된 등반로였다.

등반로를 따라 올라가 독도를 훑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나 계단을 통해 위쪽으로 올라가는 것은 울릉군청을 통해 사전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며 계단으로 가는 길은 독도 경비대원이 지키고 있었다.
 

숫돌바위 조선 시대 의용수비대원들이 생활하던 시절 칼을 갈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CHUNG JONGIN

 
동도 진입로 왼쪽에는 우뚝 솟은 큰 바위가 자리 잡고 있다. 어릴 적에 보았던 숫돌과 비슷한 암질로 형성된 숫돌바위였다. 조선 시대 의용수비대원들이 생활하던 시절 칼을 갈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섬이 생길 당시 화산 분출물이 수축 냉각하면서 수평으로 금이 간 조면암 바윗덩어리로 주상절리가 거의 수평으로 발달하여 있다.
 

부채바위 부채를 펼쳐놓은 형상을 닮았다하여 부채바위인데, 내 눈에는 한때 독도에 서식했다는 바다사자가 허공을 향해 울부짖는 모습 같았다. ⓒ CHUNG JONGIN

 
숫돌바위 옆을 지나 먼바다 쪽을 보면 특이한 모양의 큰 바위가 걸음을 멈추게 했다. 부채를 펼쳐놓은 형상을 닮았다 하여 부채바위인데, 내 눈에는 한때 독도에 서식했다는 바다사자가 허공을 향해 울부짖는 모습 같았다. 하기야 바위 모습은 보는 사람과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해식동굴 파랑의 힘으로 거대한 바위를 뚫어 만들어진 동굴이다. ⓒ CHUNG JONGIN

 
수없이 많은 갈매기와 조우하며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옥색의 맑은 바닷물 폭이 좁아지며 터널 안으로 빨려가는 곳이 있었다. 파랑의 힘으로 거대한 바위를 뚫어 동굴을 만들어 낸 해식동굴이다.

동도에는 이 밖에도 한반도를 닮았다 하여 한반도바위, 한때 분화구로 착각했던 천장동굴 등이 있고, 독립문바위, 춧발바위, 악어바위 등으로 알려진 여러 바위가 있으나 일반 관람객은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등반로를 따라 이곳저곳을 탐방할 수 없으니 주어진 30분이란 시간은 짧지 않았다. 해외여행보다 가기 힘들다는 독도 여행은 이렇게 끝을 향해가고 있었다. 아쉬움을 남기며 배에 올라탔다. 독도 탐방만으로도 울릉도 여행의 반을 달성한 셈이다.

우르르 몰려왔던 관람객들이 떠나고 나면 독도는 다시 갈매기와 바람 그리고 경비를 맡은 해경들만 남은, 드넓은 바다 위에 떠 있는 평온하면서도 외로운 섬으로 돌아갈 것이다.
 

독도의 갈매기 우르르 몰려왔던 관람객들이 떠나고 나면 독도는 다시 갈매기와 바람 그리고 경비를 맡은 해경들만 남는다. ⓒ CHUNG JONGIN

#독도 #촛대바위 #탕건봉 #숫돌바위 #삼형제굴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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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반 동안 대한민국의 이곳저곳을 쏘다니다가 다시 엘에이로 돌아왔습니다. 이곳에서도 열심히 다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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