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강제징용 손배소 각하, 대법 판결과 정반대... 말문 막히고 황당"

4월 위안부 패소 판결과 닮은 꼴... 법원 "국제적으로 초래될 역효과 고려"

등록 2021.06.07 18:01수정 2021.06.07 18:05
17
원고료로 응원
 
a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열린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1심 선고에서 각하 판결을 받은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원고 측 변호인인 강길 변호사(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에 대한) 강제집행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라는 헌법상의 대원칙을 침해한다"

꼬박 6년 만에 나온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결과는 '소 각하(패소)'였다. 법원은 이번에도 '국제법 조약'과 '한·일 외교 관계'를 앞세워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이 아닌 일본의 손을 들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패소한 지난 4월 21일 판결과 닮은 결론이었다. 

이번 강제징용 사건 재판부는 선고 과정에서 피해자들을(원고 측) 배려하지 못한 모습마저 보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선고 기일을 돌연 3일이나 앞당기면서도 피해자들에게 충분한 사전 설명조차 하지 않았던 것. 이에 피해자들은 "당사자도 모르는 사이에 선고를 이렇게나 앞당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한 재판부의 변은 짧았다. "법정의 평온과 안정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판결 선고 기일을 변경했다", "선고기일 변경은 당사자에게 고지하지 않더라도 위법하지 않다".

선고 기일 돌연 3일 앞당겨... "국제법상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 

강제징용 피해자 및 유족 85명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이번 사건은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양호) 심리로 나왔다. 재판부는 지난 4월 위안부 피해자들의 패소 판결과 마찬가지로 ▲소송을 인용할 경우 발생할 한일 양국 간의 외교적 문제와 ▲국제법상의 귀속력을 중심에 두고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은 여전히 국제법적으로 청구권 협정에 구속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국내법적 사정만으로, 국제법인 비엔나협약 27조를 벗어난 판결을 내릴 수 없다는 해석이다.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를 두고는 "국제법상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금반언 원칙이란 자신이 앞서 표명했던 언행과 모순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원칙을 말하는데, 강제징용 사건을 둘러싼 논쟁들이 과거 한일 양국이 맺었던 청구권 협정이나 조약·합의 사항과 배치되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인용될 경우) 국제적으로 초래될 수 있는 역효과 등까지 고려해 보면, 강제집행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라는 헌법상의 대원칙을 침해한다"라며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헌법상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해 (중략) 그 소권이 제한되는 결과가 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판결 자료 말미에 "이 법원은 헌법기관으로서 헌법과 국가, 그리고 주권자인 국민을 수호하기 위해 위와 같이 판결할 수밖에 없었다"는 변을 덧붙였다. 판결을 둘러싼 논란들을 미리 의식한 듯한 문장이었다.

피해자 측 "대법원 판례와 정반대의 결과, 즉각 항소할 것"
  
a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열린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1심 선고에서 각하 판결을 받은 유족 임철호(왼쪽) 씨와 대일민간청구권 소송단 장덕환 대표가 공판이 끝난 뒤 법원을 빠져 나가고 있다. 임씨의 아버지인 임정규 씨는 일제 치하 당시 일본 나가사키로 강제 노역을 갔다 돌아오지 못했다. ⓒ 연합뉴스

  
"재판 결과에 대해 분노한다. 인간 이하의 짓을 한 저들을(일본을) 두고 우리 사법부가 왜 이렇게 판결 내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는 국가와 정부는 우리에게 필요가 없다"

장덕환 대일민간청구권 소송단 대표는 판결 결과를 향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선고 공판 기일이 급작스럽게 변경된 것 또한 부당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가 "(선고기일을 변경한 후) 소송대리인들에게 전자 송달 및 전화 연락 등으로 고지했다"고 밝힌 것과 달리, 장 대표는 "선고일이 바뀐 것을 오늘 오전 9시가 넘어서야 알았다. 그것도 기자들의 연락을 통해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 아침에 선고 기일을 접한 전국의 피해당사자들이 어떻게 곧장 법원으로 올 수 있었겠나. 피해자들 상당수는 전남, 경남 등 각지에 거주하고 있다"면서 "너무나도 황당해서 말문이 막힌다"고 비판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측 대리인인 강길 변호사(법무법인 한세)는 이번 판결이 과거 2018년 대법원판결과 정반대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0월 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피해자 측)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강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소송으로서의 심판 자격을 인정한 바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번 판결은 과거 대법원 판단과 배치된다"면서 "하급심 법원들은 피해자들의 배상금을 1억 원으로 책정한 과거 대법원 판례를 따라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재판부는 강제징용 사건이 한일 양국 간의 예민한 사안이라 (대법원과) 다르게 판단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강제징용 #일제강점기 #손해배상소송
댓글1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5. 5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