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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센 접종 하루 전날 왜... SBS 비디오머그 '삭튀' 전말

[하성태의 사이드뷰] '짬처리 느낌' 등 자극적 콘텐츠 올렸다 비판 받자 삭제 후 사과

21.06.11 16:55최종업데이트21.06.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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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CDC 자문기구가 접종 재개 권고한 얀센 백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문기구가 존슨앤드존슨(J&J)의 제약 계열사 얀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해 4월 23일(현지시간) 사용 재개를 권고했다. CDC 자문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얀센 백신으로 인한 혈전증 사례를 검토한 뒤 이같이 권고했다. 사진은 얀센 백신의 모습. ⓒ 연합뉴스

 
"정지훈님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받으셨습니다."

가수 비(정지훈)가 얀센 백신 접종 인증샷을 공개한 10일, 질병관리청 정은경 청장은 "오늘부터 30세 이상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등의 얀센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현재 1차 접종자의 누적 접종자 수가 1006만 명으로 집계되어 전 국민의 19.6%가 1차 접종을 완료하셨습니다"라며 국민들과 의료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렇게 백신 접종 시작 105일 만에 국민 5명 중 1명이 접종을 완료한 이날 일부 방송 및 언론의 관심은 얀센 백신에 꽂혀 있었다. 한미정상회담 당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일종의 '선물'로 보낸 것일뿐 아니라 30대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번만 접종하면 되는 백신이기 때문이었다.

비와 하석진 등 군필자 연예인의 접종 인증샷이 화제를 모았고, 여러 매체들이 현직 기자들의 접종기를 앞다퉈 보도했다. SBS도 그 중 하나였다. SBS 뉴스 플랫폼 비디오머그는 9일 <얀센 접종 앞둔 예비역의 실감나는 심경을 들어보았다>는 콘텐츠를 유튜브에 게재했고 SBS 홈페이지를 통해 함께 공개되기도 했다. 그런데, 하루만인 10일 돌연 콘텐츠를 삭제하고 유튜브 채널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SBS의 비디오머그의 '삭튀' 사건

 

SBS 비디오머그 측이 10일 유튜브 채널에 올린 사과문 ⓒ 비디오머그

 
"애초 이 영상은 마침 운 좋게 얀센 백신 접종 기회를 얻은 직원이 접종 체험기를 만들어 얀센과 관련된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 주자는 취지로 시작되었습니다. 댓글에서 지적됐듯 백신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거나 백신 도입 과정을 깎아 내리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작 과정에서 원래 취지를 잘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해당 백신에 대한 오해와 부정적인 인상을 줘 논란을 일으키는 결과를 낳게 되었습니다."

비디오머그 제작진이 "구독자분들께 사과드립니다"란 제목으로 공개한 사과문의 일부다. 제작진은 "영상 콘텐츠 내용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분들이 많으셨습니다"라며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해당 게시물엔 (11일 정오까지) 제작진을 비판하는 댓글 천 여개가 달렸다. 해당 영상이 어떤 내용이 담겼기에 제작진은 사과를 넘어 영상을 삭제하는 조치까지 취했던 걸까.

해당 콘텐츠의 '썸네일'(영상 소개 첫 화면)에 달린 제목은 '얀센 백신 맞는 사람들 왜 화가 냤냐고요?'였다. 일단 시작부터 얀센 백신 접종 대상인 30대들이 백신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던 셈이다. 실제 내용은 이랬다.

영상은 제작진 중 한 명이 얀센 백신 접종을 앞두고 있다고 소개한다. 여기까진 여타 현직 기자의 백신 접종기를 기사화한 언론과 다를 바 없는 논조였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비디오머그는 제작진의 회의 내용을 영상 내용으로 채웠다. 그 과정에서 팀장급이 얀센 백신의 도입 과정과 유효기간 등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로 말하는 걸 여과 없이 담았다. 예컨대 이런 내용.

비디오머그 팀장(격인 제작진)은 "정말 이 (유효기간이) 며칠 안 남은 이걸 고스란히 또 우리 국군 장병들에게 떠넘긴 게 괘씸한 거야"라고 말한다. 그러자 비디오머그는 자막을 통해 "대충 조류 독감 때 일주일 내내 닭 먹던 군인들 애잔함을 언급중이신 아버지들(팀장)들의 모닝 토크"라는 내용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사실이 아닌 내용을 과장한 뒤 군 비하에 가까운 비유와 결합시킨 셈이었다. 그러면서 비디오머그가 근거로 들듯 소개한 것이 <미, 얀센 백신 수백만회 분량 폐기 위기... 재고 처리 고심>이란 9일자 연합뉴스TV의 기사였다.

"미국 정부가 얀센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재고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현지시간 8일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달 말로 유통기한이 지나는 얀센 백신이 수백만 회 분량에 달하지만, 미국인들이 얀센 백신을 기피하며 재고 소진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얀센 백신은 미 당국이 혈전 발생 우려에 지난 4월 사용 중단 권고를 내리며 접종 예약이 대거 취소됐습니다."

비디오머그는 해당 기사의 제목만 소개한 뒤 "고심했었어? 고심 끝에 우리 준 거야? 지금 들어온 백신 중 23일까지인 백신은 미국에서 두 달은 갖고 있다가 줬다는 게 팩트!"란 자막을 달았다. 그러면서 분노를 표현하는 듯한 연예인들의 사진과 부정적인 댓글을 끼워 넣은 뒤 이런 자극적인 자막을 이어갔다.

"짬처리 느낌이 지워지지 않지만 또 그렇다고 유통기한이 지난 건 아니고 찝찝하게 열 받는데 이거... 어쨌든 저는 내일 얀센을... (맞습니다). 그래서 눈만 뜨면 이런 기사를 찾아보곤 해요."

SBS의 주장대로 얀센 백신은 미국이 우리에게 '짬처리'를 하기 위해 공여한 백신일까. 하필 얀센 백신 접종 시작 전날 밤에 이런 불안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게재한 SBS의 의도는 뭘까. 우선 사실은 어땠을까. 질병관리청의 설명을 확인해 보자.

팩트는 이랬다
 

SBS 비디오머그 측은 공개 후 논란에 휩싸인 <얀센 접종 앞둔 예비역의 실감나는 심경을 들어보았다> 콘텐츠를 하루 만에 삭제했다. ⓒ 비디오머그

 
"얀센 백신의 유효기간은 냉장 상태에서 3개월이고, 미국에서 사용 중인 백신을 받는 것이라 국내 사용 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 기존 국내 도입 백신도 대개 제조일자로부터 2개월이 지난 후 도입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 9일 정유진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백신계약팀장, <뉴스1> '얀센 백신 '재고 떨이' 논란에.."유효기간 만료 전 16일 접종 종료"'

그러니까, 화이자나 모더나 등 여타 코로나19 백신들도 대체로 제조 2개월 후 도입되고, 그 중 얀센 백신은 유효기간이 3개월일 뿐 "유효기간 내 접종이 되면 의학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 질병관리청의 설명이었다.

<뉴스1>에 따르면, 정 팀장은 또 "지난 5월 30일 발표 당시 해당 백신의 유효기간이 6월말 7월초이고, 6월중으로 신속 접종한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우리나라는 이미 하루에 상당량의 접종이 가능한 상황이었고, 101만회 분은 신속 접종이 가능하다 예측됐다"고 부연했다. 즉, 질병관리청은 미국 측 얀센 백신 제공이 공개된 이후 유효기간 및 신속 접종에 대한 내용을 이미 설명했었다는 해명이었다.

이에 대해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 의약전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백신이 개발되면 유효기간을 최단 기간으로 설정하고 유효성 평가를 진행해 유효기간을 연장한다"면서 "미국에서 만기도래하는 백신에 대해 효과 분석을 해 역가가 문제없으면 (유효기간을)연장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해도)효능에는 문제없다. 또 "얀센 백신 접종이 20일에 끝나니까 상관이 없다"는 부연과 함께.

실제 10일(현지시간) CNN은 얀센의 모기업인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이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얀센 백신의 유통기한 연장을 승인 받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 교수의 설명처럼 얀센 백신의 승인이 연장된 만큼 애초 '재고 떨이'라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러한 이 교수의 충고는 SBS와 같은 언론사가 경청할만 해 보인다.

"그러니까 선택을 하게 했을 때 가장 큰 문제는 특정 백신의 선호도가 높아 버리면 접종률은 오히려 떨어뜨리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거든요. 이 특정 백신에 대해서 안 맞겠다고 얘기를 해버리면 그러면 우리가 예상했던 접종률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선택 조건 없이 접종을 하다가 어느 정도 이상 돼서 충분한 접종률이 이루어지고 난 다음에나 어쩔 수 없이 그때 잔여물량들을 소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7일 이재갑 교수 MBC 인터뷰 중)

실제로 그랬다. 수많은 방송 및 언론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향한 불안 및 공포를 자극했고, 그 다음엔 화이자로 옮겨갔다. 얀센 백신이 도입되니 이번엔 '유효기간'이니 '재고떨이'이니란 말로 접종을 앞둔 이들을 자극했다.

비디오머그는 앞서 지난 2일 <예비군인데 얀센 백신 예약 불가? 난 언제 백신 맞을 수 있을까?>이란 20대 군필남성 1인칭 시점의 영상을 통해 '20대는 현재 맞을 수 있는 백신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영상으로 제작했다. 세대별, 직종별 순차적으로 접종하는 방역 당국의 백신 정책을 두고 이른바 '세대별 백신 소외론'을 자극하는 영상이라 할 수 있었다.

비디오머그의 소위 '삭튀(삭제하고 튐)' 이후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는 과거 SBS의 '일베' 자막 사용 등 흑역사가 소환되며 비난이 난무하는 중이다. 해당 영상만 놓고 보면, 그런 SBS의 흑역사는 과거가 아닌 현재 진행형이라 할 수 있었다.
SBS 비디오머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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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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