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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보수의 위기와 '이준석 현상'을 읽는 법

등록 2021.06.15 11:51수정 2021.06.1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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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보수의 위기는 '극우 포퓰리즘'과 '정치의 사법화라는 탈정치'로 인해 정치 공간을 상실한 데 있다고 진단한 적이 있다.

태극기 부대로 일컬어지는 극우 포퓰리즘 세력이 득세하고 이를 대표하는 황교안 전 대표와 나경원 전 의원의 정치 행태는 합리적인 보수마저 등을 돌리게 했다.

그런데 황교안 전 대표는 정치적 소생이 이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경원 전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 경선과 당대표 선거에서 연속으로 탈락했다. 이러한 현상은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극우 포퓰리즘과의 결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보수 세력 안에서도 퍼진 데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36세의 나이로 보수 야당의 당대표를 거머쥐게 된 이준석 현상은 극우 포퓰리즘의 혐오 정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보수 세력의 혁신 의지가 표현된 것일까? 일정 정도는 긍정적인 답변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준석 당선'은 보수 혁신의 상징이 아니라 이미 상실된 정치적 공간의 협소함으로 인해 발생한 일시적인 착시 현상은 아닐까? 이를 이해하려면 보수 정치의 또 다른 함정인 탈정치 현상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탈정치 또는 포스트(post)정치는 유명한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이 고안한 용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율사 출신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의회정치를 포기하고 고발·고소를 남발하여 검찰과 사법부에 의회 권력을 넘겨주는 현상을 말한다. 보수 언론이 합세함으로써 유신 시대의 공작 정치의 유산처럼 작동하고 있다.

태극기 부대와 함께 의회 바깥으로 외출하는 것도 보수 정치의 덫이고 율사 출신 정치인들과 더불어 검찰청이나 법정으로 나가는 것도 보수 정치의 함정이다. 극우 포퓰리즘 못지않게 탈정치로 인해 보수 야당은 고유한 정치 공간을 상실하고 정치 기능이 정지돼 버렸다.  그 결과로 보수 야당 내부에 유력한 대선 후보가 부재한 상황이다. 


당 외부에는 '내용 없는 새정치'를 주장하는 벤처기업 CEO 출신인 안철수가 있고, '탈정치 코드'를 내세우는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이 있다. 이 둘은 보수 정치가 위기에 빠진 증상으로 간주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지속적으로 정치 공간의 부활을 꾀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의지로 안철수의 '정치 아닌 정치'를 물리치고 4·7 재보선에서 보수 야당이 압승했다.

이 승리의 방정식에 감격한 보수 언론이 주도적으로 이준석 대표를 띄우고 기존의 극우 포퓰리즘과 결별했다. 하지만 과연 정말로 탈정치와 결별한 것일까? 

그런데 여전히 보수 세력의 유력한 대선 후보는 탈정치 대표주자인 윤석열이다. 윤석열이 보수 정치의 부활에 이바지할 것인가? 아니면 극우 포퓰리즘 정치인과 마찬가지로 보수 정치를 쇠퇴로 이끌 것인가?

이준석 현상이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보수 야당이 고유한 정치 공간을 회복하려면 윤석열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 김종인 전 위원장의 말을 빌리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검사가 바로 대통령 된 적 없다."

탈정치는 여전히 답이 아니다. 과연 이준석 대표가 태극기 세력은 뛰어 넘었지만, 율사 출신들의 탈정치를 뛰어넘고 김종인 전 위원장처럼 고유한 정치적 공간을 회복시킬 수 있을까? 아직 물음표이다. 여전히 탈정치의 함정에 갇혀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극우 포퓰리즘 #탈정치 #이준석 #윤석열 #김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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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연구자로서 정치존재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장자와 푸코를, 지젝과 원효, 바디우와 나가르주나, 헤겔과 의상 등 동서양 정치존재론의 트랜스크리틱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전 상지대 교양대학 교수로 학생들에게 인문학과 철학을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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