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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경제 전면 재개 첫날... 놀라운 다저 스타디움

15일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축소... 90% 이상 꽉 찬 관람석, 개인 방역은 미흡

등록 2021.06.17 12:53수정 2021.06.1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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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중순부터 시작된 미국, 특히 캘리포니아의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1년 3개월만인 6월 15일을 기해서 축소되었다. 캘리포니아 리오프닝(Reopening). 말그대로 캘리포니아가 경제를 전면 재개방 한 날이라 했다.


'축소'라는 표현은 여전히 백신을 맞지 않는 사람들은 공공 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지만,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나와 아내는 지난 4월에 1, 2차 백신을 맞았고, 14살인 아들은 여름 방학을 하고 바로 백신을 맞았다. 11살인 딸은 아직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니다. 

경기장 주차장에 주차하는데만 1시간 
 

다저 스타디움 경기 시작 전 다저 스타디움 ⓒ 고종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면 재개방을 한 15일은, 우리 가족이 응원하는 야구팀 다저스가 모처럼 버블헤드(bobble head. 선수의 얼굴이 있는 작은 장난감)을 주는 날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저스틴 터너(Justine Turner)의 버블헤드를 주는 날이니까 꼭 경기를 보러 가야 한다고 오래 전부터 노래를 불렀었다. 아이들도 방학인데다가 나도 시간 여유가 있어서 경기 예약을 했다.

경기 당일, 15일 오후 4시에 경기장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관람객이 많을 수 있으니 평소보다 서둘러 경기장에 와달라는 말이었다. 느긋하게 집에 있다가 서둘러 경기장으로 향하는데, 평소보다도 차가 막히지 않아서 의아해 하던 그때, 경기장 입구를 1마일 넘게 남겨두고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했다.

집에서 경기장 근처까지 30분 만에 도착했는데, 그곳에서 경기장 주차장에 주차를 하기까지 1시간이 걸렸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보니, 그곳은 더이상 코로나 팬데믹을 겪는 나라의 모습이 아니었다. 우리처럼 간간히 마스크를 쓴 사람들도 있고 경기장 직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관람객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비교적 저렴한 곳에 앉아 집에서 준비한 김밥 도시락을 먹고 경기가 시작되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데, 관람객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2년 전에 경기장에 왔을 때 우리 가족이 앉은 자리 주변으로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는데, 이날은 가득 찼다는 느낌이 들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중반을 달려가니, 한눈에 봐도 경기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사람들로 가득찼다. 경기가 끝나고 몇명이나 다저 스타디움에 들어왔는지를 찾아 보니, 5만6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에 무려 5만2000명이 넘는 관중이 들어왔다. 전날인 14일 경기의 관중수인 15000여 명보다 3배 이상 많은 숫자였다. 

아직 백신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은데

묘한 생각이 들었다. 캘리포니아는 아직도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있다. 백신의 안정성 때문이기도 하고, 개인적 취향 때문이기도 하다. 여전히 독감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이 많은 미국 사회이니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독감 백신은 돈이 없어서 맞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코로나 백신은 무료이다. 심지어 미국 시민권이 없는 사람들도 코로나 백신을 맞을 수 있다.

다저스 경기가 시작될 때, 경기장 한켠에 마련된 백신 접종소에서 백신을 맞는 선착순 1000명에게는 다저스 경기 티켓 2매를 준다는 광고를 했다. 어쩌면 이날 경기장에 모인 많은 사람들 중에는 아직 백신을 맞지도 않았으면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우리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우리 가족이 앉아 있는 섹션의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으니, 그들이 보기에 우리는 이상한 아시안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공동체를 생각하는 마음 자세가 아닐까 싶었다. 사회 공동체가 마련한 백신을 접종하고, 아직까지도 바이러스가 퍼지는 상황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 말이다.

어느 것 하나 정답이 없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최소한의 예의있는 행동이 있으면 좋겠다. 너무 조심성을 보이는 모습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 사회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안정된 것이 아니니, 여전히 지켜야 할 것들은 지키는 것이 좋을 듯싶다. 
 

다저 스타디움 다저 스타디움에서 바라본 일몰 ⓒ 고종필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Brunch)에도 올라가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다저스 #야구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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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Biola University에서 교육철학 박사 학위를 받고, 몇몇 대학/대학원에서 교육관련 강의를 하며, 은빈, 은채, 두 아이가 성인으로 맞이하게 될 10년 후를 고민하는 평범한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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