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머리를 질끈 묶는 저는 '밀레니얼 대디'입니다

아직 서툰 것이 많지만... 저도 육아엔 '진심'입니다

등록 2021.06.17 17:21수정 2021.06.1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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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아빠 육아에 참여하고 있는 아빠 ⓒ 픽사베이

 
'라떼 파파', '밀레니얼 대디'. 이런 말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라떼 파파'란 한 손에는 커피를, 한 손에는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들을 일컫는다. `밀레니얼 대디'는 일반적으로 1980~1990년대생 3040대 아빠를 뜻한다. 고백하건대, 나는 '라떼 파파'가 되고 싶은 '밀레니얼 대디'다.


필자의 아버지는 가부장적이셨다. 주방에 들어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두 자녀의 육아에도 당연히 소극적이었다. 주로 어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대다수였고 어디 멀리 외출이라도 할 때만 아버지와 항상 함께였기에 세상 모든 아버지가 그런 줄만 알고 살았다. 나도 그 길을 따라갈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보니 사정이 180도 달랐다. 유년시절 아버지에 대한 기억으로 가정을 이끄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경제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가정의 일을 외면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살림은 아내 혼자 감당하기 버거워 보였고, 육아는 그냥 단순히 아기를 기르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레 깨달았다.

특히 육아에 있어 아빠의 존재는 각별했다. 아기 엄마가 온종일 아기와의 사투(?)를 벌이고 난 이후인 퇴근 시간 무렵과 주말에는 더더욱 아빠의 존재가 필요했다. 나는 아이의 양육에 기꺼이 참여했다. 아기의 발달과 사회성 등을 키우는 데에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아내와 함께 육아 용품 준비와 관련 공부를 했다. 그때 머릿속에 있던 육아에 대한 관점과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아빠의 육아 참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생각이 형성되었다.

아기는 코로나 시대에 태어나, 특별히 제약이 많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더욱 신경 쓸 부분이 많았다. 쉬는 날 아빠가 없는 동안 엄마와 대부분 시간을 집에서 보내기 때문에, 장난감이나 육아템들을 사고 파는 일이 잦았다.


어느 날 뉴스를 보니, 한국의 경우 아빠의 육아 휴직 일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길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육아 휴가를 신청하는 사람 중에 4분의 1 이상이 아빠이며, 육아에 적극 참여 한다는 내용은 신선한 충격을 줬다. 육아 서적을 찾아 서점에 갔을 때도 아빠들이 육아에 참여하면서 쓴 책들이 많은 것을 보고 놀랐던 게 떠올랐다. 

비단 우리 가정만의 일이 아니라 하나의 현상이라 느껴졌다. 이제는 엄마가 육아를 전담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사라지고 아빠가 함께 육아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듯했다. 이런 점은 맞벌이 부부에게는 더욱 그러할 것 같았다. 함께 일하고 집에서 공동의 시간을 보내니 말이다.
 

아기와 함께 아기 4개월 차에 병원을 데리고 가는 모습 ⓒ 최원석

 
이 시대의 아빠들이 누군가?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를 가리켜 '밀레니얼 세대'라고 한다. 이 나이대이면서 아버지인 사람들은 '밀레니얼 대디'들이다. 나도 여기에 포함되는 엄연한 '밀레니얼 대디'다.

'밀레니얼 대디'들은 육아에 동참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잦은 중고 거래 덕분에 필자는 많은 밀레니얼 대디들을 만난다. 직거래를 하다 친해져서 종종 서로 안부를 묻는 사이로 발전한 이들이 있을 정도다. 대부분 퇴근 이후나 주말에 만나 거래를 하게 되는데 만나는 아빠마다 대화를 해보면 육아에 관한 관심이 많고 뜨거웠다.

소셜네트워크를 할 때면, 예전에는 성공한 인물들을 탐구하거나 새로 내가 학습하고자 하는 분야를 찾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기를 키우는 아빠들의 블로그나 페이지에 접속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아기에게 어떠한 육아템을 구매해 주는지 어떻게 놀이를 함께해 주는지를 들여다 본다.

주로 육아 휴직을 하고, 육아의 전선에 동참한 아빠들의 모습을 자주 찾아본다. 아기가 영아 시절이던 4개월 차까지는 비교적 일과 멀어지고 아이와 함께하려고 집에 머물며 아내의 육아를 도왔다. 그래서인지 하루를 아이와 함께하는 삶이 부럽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론 연민과 동기애를 느낀다. 
 

출근길 출근길에 배웅 나온 아기를 마지막으로 안아주는 모습 ⓒ 최원석

 
필자는 여러 가지 사유로 머리가 길다. 퇴근 때나 주말에는 육아를 위해 질끈 머리를 묶는다. 아기의 행복과 미래를 위해서 기쁘게 머리를 묶는다. 아기와 진심으로 소통하고 놀아주기 위해, '밀레니얼 대디'는 오늘도 단단히 머리를 묶는다.

참 고생이 많을 이 시대의 '밀레니얼 대디'들. 코로나 시대에도 아기를 위해 오늘도 육아에 참여하고 있을 '밀레니얼 대디'들에게 응원과 격려 그리고 존경을 보낸다.
#아기 #코로나 #밀레니얼 아빠 #엄마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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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자영업자님들을 컨설팅하며 요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TV에 출연할 정도로 특별한 아기 필립이를 '밀레니얼 라테 파파'를 지향하며 '감성적인 얼리어답터 엄마'와 하필 이 미칠 코로나 시대에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와 관련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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