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공무원에 대한 국정원·경찰청의 신원조사는 위헌·위법

[주장] 국회보안업무규정의 신원조사 규정(35조·36조) 삭제해야

등록 2021.06.18 10:26수정 2021.06.1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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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전경. ⓒ 김지현

 
1. 국회공무원에 대한 신원조사 규정 및 내용

국회공무원(국회의원 보좌진 및 국회사무처 공무원 등 포함)의 신원조사에 관하여는 국회법 등 법률에 아무런 규정이 없다. 국회규정인 국회보안업무규정 제35조와 제36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3급 이상 공무원임용예정자는 국정원장에게, 4급 이하 임용예정자는 경찰청장에게 각각 신원조사를 받아야 한다. 

신원조사를 받기 위해 신원진술서를 작성해 국정원·경찰청에 제출해야 하는데, 신원진술서에는 전화번호(직장·가정·이동통신), 정당·사회단체 활동, 병역·학력·경력, 직계존비속·배우자·형제자매·배우자 부모 등의 주민등록번호, 최종학교명, 직장명·직위 등을 적어야 한다. 교우(2명), 보증인(2명)의 주민등록번호, 최종학교명, 직장명·직위 등도 적어야 한다.

국회보안업무규정은 국회 홈페이지 등에 공개되어 있지 않은데, 비공개할 이유가 없으며, 마땅히 공개해야 한다.

2. 국회공무원에 대한 신원조사는 위헌이며 위법

신원조사는 국회공무원 임용예정자의 공무담임권을 제한한다. 헌법 제25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가진다"고 규정하여 공무담임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국회공무원 임용예정자는 국정원·경찰청의 신원조사를 받아야 하고 받지 않으면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으므로 신원조사는 공무담임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다.

신원조사는 공무원 임용예정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도 제한한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는데, 행복추구권에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포함된다(헌재 2019. 12. 27. 2018헌바130).

일반적 행동자유권에는 적극적으로 자유롭게 행동을 하는 것은 물론 소극적으로 행동을 하지 않을 자유도 포함된다(헌재 2016. 7. 28. 2016헌마109 등).

신원조사를 규정한 국회보안업무규정은 신원조사를 받지 않을 자유를 가지는 공무원 임용예정자에게 신원조사를 받을 의무를 부담시킴으로써 일반적 행동자유권도 제한한다.

신원조사는 헌법의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공공복리 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이와 같이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법률에 의해야 하는 것을 기본권 제한에 관한 법률유보원칙이라고 한다(헌재 2017. 6. 29. 2015헌마654 등).

국회공무원에 대한 신원조사를 규정한 국회보안업무규정은 법률의 근거 없이 공무원 임용예정자의 공무담임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함으로써 기본권제한에 관한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법률의 위임 없이 법률이 정하지 아니한 내용을 규정한 대통령령은 그 자체로 무효라는 법리(대법원 전원합의체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판결 등)에 의할 때, 법률의 근거와 위임 없이 신원조사를 규정한 국회보안업무규정의 신원조사 규정은 무효다(헌재 2014. 10. 30. 2013헌바368 참고).

무효인 대통령령 조항에 기초한 처분은 그 법적 근거를 상실하여 위법하다는 법리(대법원 전원합의체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판결 등)에 의할 때, 무효인 국회보안업무규정에 의한 신원조사는 위법하다.

국정원직원에 대한 신원조사와 비교해 보면 국회공무원에 대한 신원조사가 위헌·위법인 것이 더욱 명백하다. 국정원직원에 대한 신원조사에 관하여는 법률인 국정원직원법에서 신원조사를 한다는 규정(제8조의2)을 두고 범위·절차 등은 국정원직원법 시행령에서 규정(제2조의5)하고 있다.

또한 행정기관인 국정원·경찰청으로 하여금 국회공무원의 임용 과정에 개입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의 삼권분립 원칙에도 위반된다.

3. 참여연대·국회입법조사처 의견

참여연대는 2015년 6월 9일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들에게 요청서를 발송했는데, 요청서의 내용은 국정원에 신원조사 권한을 부여한 보안업무규정(대통령령)의 관련 조항을 삭제할 것을 정부에 요구해 달라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위 요청서에서,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의 신원조사 규정은 상위 법률에서 위임된 바 없는 규정으로서 법률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였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5년 8월 7일 신원조사제도의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국회를 통과한 법률에 정해야 하는데 행정규칙에서 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헌법상 기본권제한의 법률유보원칙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회보안업무규정(국회규정)에 의한 신원조사와 보안업무규정(대통령령)에 의한 신원조사는 모두 상위 법률에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같다.

4. 신원조사는 국회의원·국회의장 등의 인사권을 침해

각 국회의원실의 보좌진의 임용 등 인사권은 각 국회의원들에게 있는데, 보좌진을 임용할 때 경찰청의 신원조사를 받아야 하고 받지 않으면 임용할 수 없다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인사권을 침해한다.

국회사무처 등 공무원 임용에 대한 인사권은 국회의장 또는 국회사무총장에게 있는데, 국회사무처 등 공무원을 임용할 때 국정원·경찰청의 신원조사를 받아야 하고 받지 않으면 임용할 수 없다는 것은, 국회의장 또는 국회사무총장의 인사권을 침해한다.

5. 신원조사는 즉시 폐지해야 하며 신원진술서는 반환해야

국회공무원에 대한 국정원·경찰청의 신원조사는 위헌·위법이므로 즉시 폐지해야 한다. 신원조사를 폐지하는 방법은 국회보안업무규정의 신원조사 규정(35조·36조)을 삭제하는 것이다. 국회규정의 제정·개정을 소관으로 하는 국회 운영위원회 의원님들의 적극적인 의정활동을 촉구한다.

그리고 신원진술서는 위헌·위법인 신원조사를 위해 작성·제출된 것이므로, 작성·제출자에게 모두 반환해야 한다.

6. 신원조사 폐지의 기대효과

국회공무원에 대한 신원조사가 폐지되면, 국회 각 의원실, 각 상임위원회, 국회사무처 등에서 국정원·경찰청 관련 업무를 할 때, 더 이상 국정원·경찰청을 의식하지 않고 적극적인 업무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신원진술서에 기재한 사항이 국정원·경찰청에 의해 어떻게 활용되는지, 제3자에게 유출되지나 않을지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엄기섭씨는 법무법인(유한) 동인 소속 변호사입니다.
#국회보안업무규정 #법률유보원칙 #신원조사 #보안업무규정 #국가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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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조사 폐지 위해 노력하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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