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18 18:15최종 업데이트 21.06.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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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 양자회담장 앞에서 참가국 정상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남아공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 문재인 대통령, 미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두번째 줄 왼쪽부터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 세번째 줄 왼쪽부터 UN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이탈리아 마리오 드라기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 연합뉴스

 
올해 주요 7개국 협의체(G7) 정상회의가 영국 콘월에서 열렸다. 해마다 열리는 행사임에도 유독 이번 행사에 한국 국민들의 관심이 쏠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 초청돼 세계 주요국 정상들과 한 자리에 선 드문 장면이 연출된 이유에서다. G7 정상회의가 다른 국제회의와 성격이 조금 다른 이유도 한국인들의 묘한 감정을 자극하는데 한 몫 한다. G7 정상회의는 실무적 회의라기보다 부자 나라들의 사교모임의 성격이 크기 때문이다.

20세기 중반까지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70년 만에 최부국 정상들과 나란히 서 있다는 것만으로 많은 이들의 만감을 교차하게 한다. 먹을 것이 없어 가족이 함께 굶어본 세대에게는 더 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한 나라는 G7 7개국을 포함 모두 11개국, 여기에 유럽연합이 더해진다. 단일 국가 가운데 일본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한국 전쟁 당시 우리를 돕겠다며 지원을 한 국가들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남아공 5개국은 직접 병력을 파견해 우리 땅에서 그들의 피를 뿌린 혈맹국들이다. 인도, 이탈리아는 의료 지원을 통해 우리의 피를 닦아줬다. 독일(당시는 서독. 동독은 북한을 지원)은 물자와 재정적 지원을 했다. 그들 사이에 우리가 함께 서 있다는 것이 그들도 뿌듯할 것이며, 우리도 모든 것을 잠시 떠나 스스로 어깨를 두드려줄 만 한 일이다.

국내 대형 언론은 침묵하지만

정식 회원국도 아니고 한 번 초청 받은 자리에 지나친 호들갑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 걸음 더 나가 애써 의미를 축소하거나 심지어 폄훼하는 목소리도 있다. 주요 언론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관련 보도의 양이 적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현실의 괴리 앞에 서면 판단의 혼란이 온다. 여럿이 한 목소리로 아니라고 하면 확신했던 것도 흔들리는 법. 하물며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의 이상한 침묵 앞에서 뭉클했던 감정들도 머쓱해진다.

이쯤 되면 과연 G7 정상회의의 의미, 그리고 그 곳에 참석한다는 것의 의미가 과연 무시할 만한 비중의 이슈인지, '따릉이와 뭣이 더 중헌지' 다툴 만한 무게 정도의 이슈였는지 모호해진다. 판단이 모호해지면 세상일에 대한 관심도 줄어든다.

언론의 도움을 받아보려 해도 그들이 더 흥분해 직접 그라운드로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신문을 읽어도 이게 사주의 생각인지 객관적 정보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 더 이상 언론이 나의 판단에 균형감각을 더해줄 도우미 역할을 하지 않은지 오래다. 

대중을 일상에 가두는 것, 세상의 정보로부터 격리하는 것, 그래서 정보의 공유·행동의 연대·존재의 확장을 막으려는 것이 기득권이다. 하지만 정작 민생의 답은 모두 그 안에 있다. 기득권의 정보 독점, 판단 독점에서 벗어나야 민생이 따라 온다. 국제 사회의 동향이 우리와 관계없는 남의 일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상의 변화는 넓게 읽을수록 좋다. 지식의 반경을, 정보의 범위를 국경에 국한하는 것처럼 반지성적 태도는 없다.

G7 정상회의의 의미

G7 정상회의는 1975년 프랑스에서 처음 열렸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직후 중동 석유 생산국 중심의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서방세계를 견제하기 위해 원유 가격을 급인상했다. 여기에 더해 아랍의 산유국들이 점차적 원유 생산 삭감을 추가 발표하면서 산업화된 서구사회를 압박하기에 이른다.

당시 주요 석유 소비국이면서 전 세계 경제를 사실상 좌지우지하던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의 재무장관들은 수시로 얼굴을 맞대며 위기 타개를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그들 중 프랑스의 재무장관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회의를 정상급으로 격상하자고 제안하고 모두가 동의하기에 이른다.
 

프랑스 랑부예 ⓒ 임상훈

 
1975년 지스카르 데스탱 프랑스 대통령은 기존의 5개국에 이탈리아를 포함시켜 6개국 정상들을 파리 인근 랑부예 성으로 초대, 첫 주요 경제국 협의체 정상회의가 열리게 된다. 당시에는 주최국 프랑스가 원하지 않아 캐나다가 제외됐지만 이듬해부터 캐나다도 포함되면서 G7의 형태가 갖춰진다. 이후 프랑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의 순으로 해마다 정상회의가 열리며 세계 경제와 주요 국제 이슈들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G7 국가들의 주요 구성 기준은 경제 규모(총생산량, GDP)였다. 1975년 당시 미국을 포함 주요 7개국의 국내총생산량은 전 세계의 약 56%를 차지했다. 그리고 그 추세는 20세기가 끝날 때까지 지속됐을 뿐 아니라 오히려 비중이 점점 늘어났다. 게다가 1970~80년대에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영역에서 이들 국가들이 국제무대에 행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IMP 자료를 근거로 만든 그래프다. 파란색 막대가 세계, 붉은색 막대가 G7 국가들의 경제 규모를 표시한다. 회색 선은 G7 국가의 경제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다. ⓒ 임상훈

 
하지만 위 그래프에서 보듯 2000년대가 지나면서 전 세계 경제 규모에서 G7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눈에 띄게 감소한다. 반면 중국, 인도를 비롯한 신흥 경제대국들의 비중이 한 해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2021년 예상치를 보면 전 세계에서 G7이 차지하는 국내총생산은 45%로 줄어든 반면 5개 신흥 경제국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브릭스 BRICS)의 비중은 25%에 달한다. 1975년 당시 이들 다섯 국가의 경제 비중은 17%에 불과했다.

이처럼 21세기 들어 G7 국가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영향력이 갈수록 감소해가는 상황을 실감한다. 자신들의 영향력과 전 세계 기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기에 이른다. 이들 국가들에서 최근 20여 년 동안 벌어지는 개방과 쇄국 사이의 방황,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간의 갈등, 극우의 급부상, 포퓰리즘 문제 등은 이처럼 급격한 세계 질서의 변화에 직면한 전통적 경제 대국들의 해법을 둘러싼 갈등들이다. 경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면 이들의 갈등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국가 소속의 상당수 국민들이 당시를 그리워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신흥 경제국의 기업들에 자국 기업들이 하나 둘 인수 합병되어가는 과정이 당연히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들이 과거의 환경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다만 그 당시로 복귀하기에 세상은 너무 달라졌다. 이들과 달리 다른 한쪽의 상당수 국민들과 정책 책임자들은 다른 패러다임을 구상하고 있다. 바로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공유하는 신흥경제 강국들과의 연대를 재건하는 것이다.

패러다임의 변화와 세계 질서의 재편

서구의 언론들은 왜 한국이 G7 회의에 초대를 받고 있는지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왜 상대적으로 낮은 경제 규모에도 불구하고 남아공이 G7의 초대를 받는지도 설명이 필요하다. 왜 경제 규모 2위의 중국은 이너서클에 합류하지 못하는지도 알 필요가 있다. 물론 알아야 할 의무가 이들 전통적 선진국 국민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국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는 것도 정쟁 대상으로 삼는, 역동적이다 못해 비생산적인 갈등까지 소화해야 하는 한국 같은 신흥 경제 강국 국민들도 세상을 움직이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바로 알아야 한다.

세상을 움직이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G7 정상회의에서 모두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G7 정상회의에서만 보이는 것도 아니다. 하나의 찰나에서 맥락을 짚듯 하나의 사건에서 패러다임을 읽을 줄 아는 것은 세상을 사는 중요한 지혜다.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 양자회담장 앞에서 참가국 정상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후 이동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G7 국가들은 초기부터 주최국이 원하는 국가들을 원외로 초대해왔다. 다만 그 맥락이 달라지고 있을 뿐이다. 과거에는 앞서 정리했듯이 자신들의 국제적 영향력에 대한 과시와 영향력 유지를 위해 많은 국가들을 초대했다. 주로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들이 초대를 많이 받아 왔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그런 기조가 유지됐다.

그러던 기조가 2005년 영국 주최의 31회 정상회의부터 변화를 겪게 된다. 기존의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들을 초대하던 흐름은 떠오르기 시작하는 신흥 경제국들을 초대하는 흐름으로 대치된다. 앞서 1997년부터는 서방 경제에 합류하고자 하는 러시아를 새로운 정식 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 그야말로 단일 체제 안에서 세상이 하나로 융합하고 있다는 꿈을 갖게 하는 시기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8개국 협의체(G8) 구도는 2013년을 끝으로 막을 내리고 다시 러시아를 뺀 G7 체제로 복귀하게 된다. 우크라이나의 정체성 갈등으로 인한 내전에 러시아가 개입,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데 따른 항의의 차원이었다. 이 사건으로 서구 세계는 러시아를 개종될 수 없는 이단으로 간주하면서 유럽 정체성에서 러시아를 밀어내기에 이른다. 물론 서구 국가들 자신들의 과오는 인정하지 않는다.

러시아와의 결별, 중국의 급부상을 경험한 서구 사회는 '역사의 종말'(미국의 정치경제학자 프란시스 후쿠야마가 주장한 서구 민주주의의 최종적 승리)이 오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이들은 이제 자신들과 같은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 이를 바탕으로 하는 건전하고 튼튼한 경제 성장, 미래의 지구를 위한 지속가능 발전에 대한 구체적 실천계획을 가지고 있는 '동반자(Partner)'를 찾고 있다. 그래서 동반자들을 G7 정상회의에 초대하려 하며, 경우에 따라 G7을 확대하는 G10, G11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동반자 찾기

그 첫 번째 시도가 지난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G7이 시대착오적이라면서 7개 나라에 한국, 인도, 호주, 러시아를 포함한 G11 체제를 제안했다. 다만 내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독일은 러시아의 합류를 반대했고, 일본은 한국의 합류를 반대했다.

하지만 그 기류는 이어져, 당시 차기 주최국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2021년 G7 정상회의에 러시아를 제외한 한국, 호주, 인도를 초대할 뜻을 밝혔고, 결국 여기에 남아공을 포함한 4개의 동반자 국가를 초대하기에 이르렀다. 기존의 3개 국가에 더해진 남아공은 경제 규모로는 아프리카에서 나이지리아, 이집트에 이어 세 번째지만 비교적 정치적 안정을 이룬, 서구 입장에서 동반자 자격을 갖춘 국가에 해당한다.

이처럼 G7 정상회의 종료와 함께 발표되는 회의 내용 못지않게, 어쩌면 그 이상으로 초대국의 구성, 그리고 시대에 따른 그 흐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했을 때 미래의 국제질서 윤곽도 드러나게 된다. 한일관계의 변화, 서구의 대중국 연대, 기후변화에 대한 각국 정부의 적극성, 이 모든 것들이 G7과 그 초대국들, 그리고 그 틀의 잠재적 변화 가능성과 맞물려 있는 것이다.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열린 '기후변화 및 환경' 방안을 다룰 확대회의 3세션에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남아공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 문 대통령,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미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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