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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의 한국 방문, 하루 만에 포기했습니다

7월 자가격리 면제 소식에 한국행 알아봤지만... 아이들 백신 접종이 발목

등록 2021.06.24 13:16수정 2021.06.2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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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14살 아들이 코로나 백신을 접종했다. 미국에서는 5월 말부터 청소년도 접종 대상이 되었지만, 아내와 나의 경험으로 볼 때 하루나 이틀 정도는 심한 몸살기와 근육통에 시달렸기 때문에 여름방학(6월 2일)을 하고 난 뒤에 백신을 맞도록 예약을 했다. 미국은 청소년들에게 화이자 백신을 맞힌다. 
 

14살 아들의 백신 접종 카드 ⓒ 고종필

 
그러다 고국에서 들려온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한국 정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입국 관리체계 개편 방안에 따르면 '미국 등지에서 백신을 맞은 내외국인이 직계가족(배우자, 본인과 배우자의 직계 존비속)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을 경우 2주 자가격리를 면제해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던 것이다. 


사실 내 주변에도 그동안 한국 방문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가 2주간의 자가격리였는데 그것을 면제해준다니. 8년 만에 한국 방문을 기대했던 우리로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기쁜 마음으로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았지만 하루 만에 한국 방문을 포기하게 되었다. 우선, 아들의 2차 백신이 7월 1일로 예약되어 있는데, 그 백신을 맞더라도 2주가 지나야 자가격리 면제 대상자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11살 딸은 백신 접종을 맞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을 방문하더라도 어쨌든 2주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8년 전, 6살 때 한국을 방문한 뒤로 매년 한국에 가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아들의 기쁨은 하루 만에 거품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결국 우리 가족은 올해도 한국 방문을 포기하기로 했다.

설사 7월에 무리를 해서 간다고 해도 나의 경우 8월 초에는 미국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2주간 자가격리를 하면 실제 한국에서 보내는 시간은 2주 정도다. 게다가 아직까지 한국은 사회적 거리 두기와 모임 금지가 있어 식당 이용이나 여행이 쉽지 않아 한국 방문 포기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자가격리 조치는 옳다고 생각된다. 미국 캘리포니아도 자가격리가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다. 작년 땡스기빙(Thanksgiving) 연휴와 성탄절 연휴에 캘리포니아를 벗어나 여행을 한 주민들은 2주간 자가격리를 하도록 '권고'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권고'일 뿐이었다.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뿌리깊이 내려 있는 미국 사회에서, 2주 동안 밖에 나가지 말고 집 안에만 머무르라는 것을 순순히 받아들일 미국인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한국 뉴스를 보니, 2주간 자가격리 면제 소식에 나처럼 백신을 맞고 한국에 갈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진 분들이 많았는지 LA 총영사관으로 하루 5000여통 전화 문의가 폭증했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자가격리를 면제 받는지', '형제는 왜 대상에 포함 안 되는지' 등등. 우리 가족 뿐만 아니라 많은 재외국민들이 그만큼 한국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하지만 어찌하리. 아쉬워 하는 아들과 딸에게, "내년에는 꼭 한국 가자"라고 다시 약속을 했다. 이 약속이 또 다시 거짓말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코로나 #백신 #캘리포니아 #미국 #자가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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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Biola University에서 교육철학 박사 학위를 받고, 몇몇 대학/대학원에서 교육관련 강의를 하며, 은빈, 은채, 두 아이가 성인으로 맞이하게 될 10년 후를 고민하는 평범한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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