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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블메이커' 부녀회 삼총사의 이유 있는 변신

[리뷰] 카카오TV <이 구역의 미친X>... 알고 보면 따뜻한 우리 이웃

21.06.21 17:10최종업데이트21.06.2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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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TV와 넷플릭스에서 5월 23일 첫 방송을 시작한 드라마 <이 구역의 미친X>는 분노 조절 장애를 가진 노휘오와 강박 장애를 가진 이민경이 홍직 아파트 506호와 507호에 살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리는 로맨틱 코미디다. 

공황 장애란 용어가 익숙한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눈엔 각자 겪은 아픔으로 인해 심리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노휘오(정우 분)와 이민경(오연서 분)의 모습은 생소하지 않다. 그렇기에 두 사람이 서로에게 의지해 치유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은 그들의 사랑 만큼이나 보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다. 

변태인가? 또 한 사람의 이웃일 뿐 
 

<이 구역 미친 x> ⓒ 카카오TV

 
그런데 <이 구역의 미친X>은 정신적 아픔을 가진 두 주인공뿐만 아니라 그외 등장 인물을 통해서도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두 사람이 사는 곳은 아직도 어두운 밤이 되면 뒷골목에서 바바리맨이 등장하는 변두리의 아파트 단지다. 

첫 번째 해프닝은 느닷없이 출몰하기 시작한 바바리맨을 잡기 위해 아파트 부녀회가 야간 순찰을 돌며 시작된다. 노휘오가 전직 형사였다는 걸 알게 된 부녀회장은 다짜고짜 그를 찾아 함께 야간 순찰을 돌 것을 종용했고, 노휘오는 아줌마들의 격려에 힘입어 못이기는 척 야간 순찰에 합류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부녀회장, 부회장, 총무, 이른바 부녀회 3총사가 한 사람을 붙잡고 실랑이를 벌이는 것을 보고 노휘오가 다가간다. 부녀회가 붙잡아 바바리맨으로 몰고 있는 사람은 남장 여자였다. 남자인데 여자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아줌마들은 그를 변태로 몰아갔고 당연히 '바바리맨'이란 논리 비약적 결론을 내리며 그를 죄인다루듯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 무리에 다가간 노휘오는 아줌마들의 편견을 나무라며 단지 여자 옷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자 다루 듯해서는 안 된다며 그의 편을 들어준다. 이후 바바리맨을 목격한 바 있는 편의점 알바도 자신이 본 바바리맨이 아니라며 그의 편을 들어준다. 

우리가 으슥한 골목에서 남장 여자를 만나면 어떨까? 우리도 저 아파트 부녀회 3총사처럼 편견어린 시선으로 대하지 않을까? 드라마는 남장 여자 이상엽(안우연 분)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 정의 내리지 않는다. 그가 어떤 성적 정체성을 가졌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그는 알고보면 멀쩡한 노휘오나 이민경처럼 또 하나의 우리 이웃일 뿐이다. 

그렇게 아줌마들에 의해 범인으로 몰릴 뻔 했던 남장 여자는 그 이후 아파트 이웃으로서 톡톡히 활약한다. 잠입 수사를 하려는 노휘오에게 그가 가진 여성복을 빌려주고, 여성처럼 분장을 시켜준다. 그런가 하면, 그가 범인이 아니라며 편을 들어주었던 편의점 알바생 앞에 그의 옛 남자친구가 애인과 함께 등장하자, 마치 본인이 알바생의 남친인 척 하며 알바생의 자존심을 세워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를 변태로 몰았던 부녀회를 도와 이민경을 폭력적으로 괴롭혀 그녀를 도망치게 했던 전 남친 모친의 실체를 밝히는 데 일조한다.

부녀회 삼총사의 변신
 

<이 구역 미친 x> ⓒ 카카오TV

 
드라마 초반 홍직 아파트 부녀회는 그간 여러 작품들에서 그랬듯 이른바 '동네 아줌마'들의 클리셰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자기 집 거실에 앉아서 소리만 듣고도 동네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 다 아는 오지라퍼 부녀회장, 이곳저곳 인터넷을 서핑하다 거기에 나온 이민경을 연상케 하는 내용에 댓글을 달고 퍼다 맘카페에 나르는 온라인 오지라퍼 부회장, 전업 주부로서의 헛헛함을 낮에는 열렬한 부녀회 활동으로, 밤에는 음주로 달래는 총무. 이들 삼총사의 첫 인상은 '아줌마'라는 그 상투적 시선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부녀회 삼총사는 극중 종종 트러블메이커가 된다. 앞서 '여장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다짜고짜 '변태'로 몰아간다거나, 이민경을 찾아온 폭력적인 전 남친의 모친이 하는 연극에 속아 아파트값이 떨어진다며 이민경에게 이사를 가달라고 통보를 하는 식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많은 작품들이 아줌마들을 트러블메이커로 단순히 소모하는 것과 달리, 이들을 '진정성 있는 이웃'의 모습으로 승화시킨다. 

여장 남자를 변태로 몰았던 부녀회 아줌마들은 노휘오의 충고에 따라 빵까지 사들고 가서 사과를 한다. 덕분에 여장 남자 이상엽은 이후 이민경의 억울한 사연을 풀어주는데 톡톡히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또 이민경에 대해 오해를 하고 이사를 가달라고 했던 아줌마들은 이상엽의 도움과 편의점 알바의 '팩폭(팩트폭행)'에 힘입어 진실을 알게 되고 이민경에게 사과한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민경을 부녀회에 스카우트함은 물론, 그녀를 '나쁜X'으로 만들었던 전 남친의 모친을 찾아가 이민경에 대한 '마타도어'를 종식하도록 만든다. 

<이 구역의 미친X>은 미친X처럼 보이던 두 주인공이 알고보면 그들이 빠진, 혹은 그들에게 가해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인 것을 밝혀냈듯, 두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가 흔히 가진 편견어린 시선을 넘어 그들의 진짜 모습을 찾아낸다. 

덕분에 밤마다 여자 옷을 입고 거리를 배회하는 남자는 편의점 알바에게 따듯한 위로를 주고, 컴퓨터 활용 능력으로 정의의 사도가 될 수 있는 우리 주변의 따뜻한 이웃이 된다. 아파트 값에 일희일비하던 할 일 없어 보이던 아줌마들 역시 알고보면 자신들의 색안경에 의연히 사과할 줄 알고, 누군가로 인해 피해를 입은 아파트 이웃을 위해 날마다 아파트 주변을 순찰하는 정의로운 이웃임을 보여준다. 멀리서 보면 다들 미친X 같던 사람들도 한 걸음 다가가 보면 다들 따뜻한 우리의 이웃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5252-jh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이 구역의 미친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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