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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등교, 먼저 경험해본 교사가 조언드립니다

[코로나19 학교 방역기] 전면등교를 위해 필요한 것... 방역 인력 지원 등 세심한 대책 필요

등록 2021.06.21 17:47수정 2021.06.2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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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중학교의 등교 수업이 확대된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월촌중학교에서 등교한 학생들이 발열 검사 및 손 소독 등 코로나19 방역 절차를 거친 뒤 교실로 향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그동안 예고한 대로 21일부터 재학생 2/3 등교를 확대하고, 2학기부터는 전면 등교를 하겠다는 교육부 발표가 있었다. 17개월 만이다. 제발 이대로만 되기를 바라면서 교육부 발표 내용을 읽고 또 읽었다. 2학기부터 전면 등교를 한다고 하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또 한쪽으로는 괜찮을까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 학교는 두 달 전부터 2/3 등교를 해 오늘(21일)부터 시행한 재학생 2/3 등교 확대에 따른 혼란은 없다. 그럼에도 전면 등교를 위해 학교 방역 담당자로서 뭘 해야 할지를 생각하고 있는데, 선생님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2학기부터 전면 등교한대요? 아직도 하루 5백 명이 넘게 확진자가 나오는데, 너무 빠른 거 같아요."
"그러게요. 옆 학교에선 선생님 한 분이 걸려서 확산이 되고 전체 학생이 등교 못 하고 있다는데..."
"아직 두 달 정도 남았잖아요. 생각보다 아이들은 감염이 잘 안 되고 감염돼도 중증으로 넘어가는 비율이 극히 낮다고 하잖아요. 교직원들은 개학 전까지 백신 접종을 다 한다고 하고..."
"맞아요. 저도 너무 오랫동안 아이들이 학교를 오지 못하는 건 문제라고 생각해요. 당장 올해 학교폭력이 급증한 것도 제때 생활 지도를 못 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등교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두 달 전 재학생의 2/3 등교를 결정할 때가 떠올랐다. 그 당시 의견을 묻는 교장선생님에게 난 "학교 방역담당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 내에서 감염자가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학교 방역담당자로서는 등교 확대를 반대하지만, 아이들의 생활지도가 절실히 필요하기에 등교 확대를 찬성합니다"라고 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때도 선생님들의 걱정과 기대는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2/3 등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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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중학교의 등교 수업 확대된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월촌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 시작 전 담임교사와 조회를 하며 방역 수칙을 교육받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두 달 전,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시차 등교, 발열 체크, 점심시간 시차 배식, 마스크 쓰기, 교실 소독, 이동 수업, 스포츠 클럽 시간 운영, 방역 지원 인력, 반대하는 학생이나 학부모에 대한 대책, 감염자가 나올 경우 학교 일정, 또 짐승(?)처럼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어떻게 떨어뜨릴 것인가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에서 의견을 달리했다.

때론 논점에서 벗어나 상대를 비난하는 분도 있었다. 학생, 학부모, 선생님들이 불안해하니 소독을 강화하고 소독하는 것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서 학교 홈페이지에 올려주면 좋겠다고 했더니 '우릴 못 믿어서 그러냐'고 하기도 했다. 그럴 땐 참 아득했다. 모두 날카로울 대로 날카로워져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다.

이럴 바엔 다른 학교처럼 1/3만 등교하자는 생각도 했다. 2/3 등교 전에도 이렇게 갈등이 심한데 2/3 등교하면 더 심할 것이고 모두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해서 2/3 등교를 하는 학교의 준비 사례를 알아보고, 학생들의 동선을 따라 예행연습을 해보고, 상황별 대처 요령을 점검하고 또 점검했다. 일하면서도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2/3 등교가 결정됐다. 막상 시작하자 걱정했던 것과 달리 선생님들은 '다른 학교가 안 하는 것을 우리 학교만 했다가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려느냐'는 현실적 걱정과 '학교 마음대로 결정한다'는 불만을 뒤로 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주셨다. 서로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게 잘 된 건 아니었다. 쉬는 시간마다 복도와 교실에서 몰리는 아이들을 말리고 설득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아니, 그때도 잘되지 않았다. 오히려 불안감만 조성하고 선생님들과 학생 간의 관계만 나빠졌다. 그래서 우린 마스크 똑바로 쓰기와 손소독 자주 하기를 더 열심히 지도하기로 했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것에 매달리기보다는 가능하고 효과적인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등교 확대를 반대하는 학생, 학부모들의 이해를 구했다. 그러한 노력 덕분인지 천운인지는 몰라도 우리 학교 내에서 감염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고 있어 나름 뿌듯해했다.

진짜 선생님들을 힘들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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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중학교 등교 수업 확대 ⓒ 사진공동취재단


그렇게 잘 해왔는데도 선생님들은 전면 등교 앞에서 또다시 불안해하고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2~3주 전 전면 등교 이야기가 나올 즈음 난 전면 등교를 대비해 뭘 해야 하나 생각하다 학교에 열체크와 소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열체크 소독기를 사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전면 등교 전 체온 체크 소독기가 효율적인지 실제 사용하면 문제점은 없을지 미리 테스트해보려고 하니 가급적 빨리 사달라고 두세 차례 재촉까지 했지만 아직도 사주지 않았다. 왜 안 사주냐고 하니 그게 쓸모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전면 등교하면 교육청에서 뭔가 지원되지 않겠냐고, 학교 예산만 쓰는 거 아니냐고 했다. 답답했다. 이런 것들이 우리를 더 힘들게 할지 모르겠다.

남은 두 달 동안 우린 또 치열하게 싸울 것이다. 겁도 난다. 하지만 나는 17개월 동안 코로나19라는 놈과 싸우면서 자연스레 생겨난 선생님과 선생님, 학생과 선생님, 학부모와 학교 간에 일종의 전우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전우애가 지금까지 그래 왔듯 또 훌륭히 이겨 내리라 믿는다.

반면 나는 전면 등교 문제를 옳고 그름의 문제로 보지 않고,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 학생, 학부모, 교직원들에게 설문 조사를 후 전면 등교를 선택한 교육부의 선택 과정 역시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이제 그 선택이 옳으니 그르니 보다 전면 등교가 잘 되려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집중해야 한다. 예상되는 문제점과 그에 따른 현실적 대책을 세우고 점검하는데 남은 두 달을 써야 한다.  

이번 대책을 보니 식당 칸막이 있는 학교와 없는 학교로 나눠 단계별 급식 방법을 제시하고 심리 방역을 제시하는 등 분명 전보다 상세하고 세심한 대책이 나온 것 같다. 노파심에 사족을 단다. 방역 지원 인력 채용과 예산 집행이 빠르게 진행되고, 학교의 예산 집행의 자율성을 좀 더 명시적으로 준다면 전면 등교를 준비하는 데 좀 힘이 나지 않을까 싶다.
#전면 등교 #교육부 #준비 #코로나19 학교방역 #생활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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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또 학교에 근무하며 생각하고 느낀 바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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