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새 정부 출범에 공헌한 이슬람주의자

라암당 이끄는 만수르 압바스... 이스라엘 내 아랍 정당들 통합 강타

등록 2021.06.21 18:56수정 2021.06.2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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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정치인 만수르 압바스. ⓒ wiki commons

 
2021년 6월 13일, 이스라엘 새 연립정부가 의회 신임 투표에서 전체 120석 중 60-59, 한 표 차리로 승인됐다. 새 정부는 극우파 총리 나프탈리 베네트가 이끌고, 우파와 좌파뿐만 아니라 이슬람주의를 내세운 라암당 등 정치 이념이 다른 8개 정당이 합류했다. 새 총리 베네트는 점령지 팔레스타인에 불법적인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을 강력하게 지지하며, 팔레스타인인 살해를 옹호하는 등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혐오 발언을 했었다. 그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국가를 공개적으로 거부한 바 있다.

네타냐후 정부와 박빙의 대결 구도 속에서, 새 정부 출범에 결정적으로 공헌한 인물은 의회에서 4석을 확보한 이슬람주의자 라암당을 이끄는 만수르 압바스다.

압바스는 2020년부터 네타냐후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서, 네타냐후 정부와 새 정부 사이에서 어느 쪽에 합류할 것인가를 저울질해왔다. 2020년 11월 19일 예루살렘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압바스는 "다른 아랍계 의원들과는 달리, 나는 네타냐후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부르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 2020년 11월 24일 채널 20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총리 네타냐후에 대한 지지 및 협력관계를 공개하며 "아랍정당들이 모두 좌파의 주머니 속에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이슈 및 종교와 국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나는 우파다. 정치 체제는 이스라엘 사회가 선택한 것이고, 나는 그것을 받아들인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공동명부 소속으로 압바스 동료였던 임따니스 샤하다는 "이러한 만수르의 행위는 공동명부를 탈퇴하기 위한 변명이며, 네타냐후의 마우스피스 노릇을 한다"라고 비난하고 공동명부로부터 압바스 축출을 요구했다.

결국 라암당은 2021년 1월 28일 공동명부를 탈퇴하고, 3월 23일 선거에 단독 출마하여 4석을 획득함으로써 의회 내에서 이슬람주의자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후, 압바스는 네타냐후 정부와 네타냐후를 축출하기 위해 결집한 새 정부 구성 추진 세력 사이를 오락가락했다. 압바스가 '킹 메이커'라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종적으로 그는 네타냐후를 버리고, 새 정부 추진 세력, 베네트를 선택했다. 사실, 인종차별적인 팔레스타인 정책에 있어 네타냐후와 베네트 사이의 차이는 거의 없다.

압바스는 아랍 통합 세력인 공동명부를 떠나 새로운 이스라엘 정부에 참가함으로써, 이스라엘 내 아랍 정당들 통합에 커다란 타격을 가했다. 이로써 분할통치 전략을 구사하는 이스라엘에게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은 다루기에 훨씬 손쉬운 대상이 됐다.


2015년 이후 이스라엘 내 아랍 정당들의 통합으로 공동명부가 창출돼 아랍 팔레스타인인들을 결집시킴으로써, 현실 정치 참여도가 높아졌다.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은 2013년 이스라엘 의회 선거에 56%가 참가했고, 공동명부가 만들어진 2015년에는 63.5%가 참가했다.

2013년 의회 선거에서 아랍 정당들은 팔레스타인 아랍인 투표의 77%(34만9000표)를 획득했다. 2015년 의회 선거에서 공동명부는 팔레스타인 아랍인 투표의 82%(44만4000표)를 거뒀다. 2015년 아랍 정당들이 단일 공동명부로 출마하기로 합의한 이유는 2014년 3월 11일 제정된 선거법이 선거 문턱을 득표율 2%에서 3.25%로 높였기 때문이었다. 이는 하나의 정당이 최소 4석을 확보해야 의회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5년 공동명부 출범 이후, 이스라엘 내 아랍 정당들은 다음의 투표 결과를 얻었다.
 

2015년 공동명부 출범 이후, 이스라엘 내 아랍 정당들의 투표 결과 ⓒ 인권연대

 
위 표에 따르면, 모든 아랍 정당이 통합하여 공동명부로 단독 출마했을 때, 아랍인들의 투표율뿐만 아니라 득표율도 높아짐을 알 수 있다. 이는 아랍인들의 통합의식이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8년 7월 네타냐후가 이끄는 우파가 주도해 이스라엘이 유대인의 국가라는 인종차별을 제도화하는 '유대민족 국가법'을 제정하는 등 각종 반아랍 입법을 통과시켰다. 이렇게 인종차별이 제도화하는 분위기 속에서 공동명부는 이스라엘 내 정당 순위 3위로 부상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자로서 역할을 할 것처럼 보였다. 특히 2020년 다양한 파벌로 나뉘어 서로 분쟁하는 이스라엘 유대인 정당들은 공동명부를 구성한 아랍인들의 협력을 얻어야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이 도래한 것 같았다.

그러나 2021년 6월 라암당이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에 대한 인종차별 정책을 추진하는 새 정부에 합류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의 통합은 커다란 걸림돌을 만난 듯하다.

압바스는 새 정부 구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 내 아랍 사회에 만연한 범죄, 폭력, 실업 문제, 주택 부족 문제 등과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지방의 베두인 마을 허가 및 경제 발전 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반면 압바스는 이슬람을 내세운 정당을 이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예루살렘 소재 이슬람 성지 알 아크사 모스크에 대한 이스라엘의 점령 및 공격, 동예루살렘 거주 팔레스타인인 축출, 이스라엘의 인종차별 정책 등을 새 정부에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논의 주제로 내놓지 않았다. 이슬람주의자 압바스는 이슬람 성지나, 성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직면한 긴급한 민족적인 문제를 새 정부에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안으로 간주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압바스는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이 당면한 민족적인 문제에는 눈을 감고, 세부적인 이스라엘 내 아랍 공동체의 사회·경제 문제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인종차별적인 민족 문제와 이스라엘 내 아랍 공동체의 사회·경제적인 문제들은 모두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을 지배하기 위한 이스라엘 정책에서 나온 것이다. 구조적으로 연동돼 있기 때문에 분리해서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압바스는 단지 이스라엘 정치 체제에 적극 순응하는 '기회주의적 아랍인 이슬람주의자'일 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홍미정 님은 단국대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립니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나프탈리 베네트 #만수르 압바스 #네타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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