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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썼더니... 원고료 100만 원을 받았습니다

[마흔이 서글퍼지지 않도록] 글쓰기의 보람

등록 2021.06.26 20:01수정 2021.06.2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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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얼마 전, 글로만 쌓아 올린 거금 100만 원을 받았다. 거의 1년 동안 40여 개의 글을 오마이뉴스에 기고하며 받은 원고료다. 재미 반 스푼, 감동 반 스푼을 담는다고 담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다. 감개무량이다.


꾸준함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다. 그간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글을 썼다. 하지만 무엇보다 100만 원 원고를 쌓을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들의 글 청탁과 역시나 감개무량하게도 지난 1월에 수상한 '이달의 뉴스 게릴라상' 덕이 컸다. 관심과 인정은 꾸준함과 부상을 안겨 준다.

어리둥절하게 수상 쪽지를 수차례 읽었던 당시, 나는 감사의 답장을 쓰는 것도 잊고 그 상을 주신 분들께 미안해지지 않으려 글을 썼다. 내가 이런 식이다. 일의 순서를 모른다. 감사하다는 말을 먼저 전했어야 했는데... 늦었지만 진심으로 기뻤습니다. 

따라서 시작한 공적인 글쓰기
 

꾸준한 글쓰기로 보람이 찾아 왔다. ⓒ 남희한

  
'공적인 글쓰기를 통해 더 성장했다'는 문하연 작가님의  사례를 보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올렸던 첫 글이 게재되면서 <오마이뉴스>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아마도 그 첫 글이 채택되지 않았다면 소심한 나는 아무래도 이 생활을 이어가지 못했을 테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고는 당연히 채택 반, 비채택 반이었다. 평소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을 좋아했던 탓일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해가면서도 가끔 채택됐다는 카톡에 그날 하루 기분이 달라졌다.

그러다 버금 단계로 채택된 날, 난 아마도 날아다녔던 것 같다. 분명 기사화 될 만한 글이 아닌 것 같은, 누군가는 '일기'라고 말할 만한 글이었지만 누군가로부터 인정받은 듯한 느낌은 그야말로 짜릿한 것이었다.


그렇게 글을 써나가던 어느 날, 회사에서 본 시험에서 낙제를 당한 경험을 글로 적은 것이 첫 '오름' 기사로 채택이 되었다. 그리고 그 글을 편집한 편집기자에게 온 성원의 쪽지는 나를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었다.

그 쪽지로부터 시작된 가열찬 기고. 자꾸만 쓰고 싶은 욕구에 그 어느 때 보다 많은 글을 썼다. 태생이 느린 사람이라 일주일에 글 하나 쓰는 것도 버거웠지만 틈만 나면 메모를 하고 그에 어울리는 일러스트를 생각하는 것은 내 삶을 영글게 하는 무엇이었다. 그리고 분에 넘치는 상까지 받았으니 그 기쁨이 오죽했을까.

나는 무엇 때문에 글을 쓰기 시작했나.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첫 아이 잉태 소식을 접하고 두드리기 시작한 키보드를 지금껏 두드리고 있다. 누군가는 자신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누군가는 자신을 찾기 위해, 누군가는 재미있어서라고 하는데, 나는 그저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평소 사람들과 나누던 대화를, 눈치 보며 건네던 말을 조심스럽게 글로 내보이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글이 누군가에게 가 닿아 세상에 퍼져나갔다. 너무나 놀랍고 고맙게도 이리저리 구멍이 난 내 글이 누군가의 관심으로 채워졌다.

글쓰기 멈추지 않겠습니다

원고의 채택 여부나 조회수에 연연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그럭저럭 지켜나가고 있다. 사람인지라 신경이 쓰이지만 그건 어차피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 나는 그저 쓸 뿐이다. 부족한 걸 알기에 그저 채워 나가기에 급급하다.

그럼에도 하나 바라게 된다. 부디 조금씩 천천히 채워지길. 그래서 계속 써 나가고 써 나가며 점점 더 나은 내가 되어 가길. 분명 걱정도 팔자인 걱정이긴 한데 언제고 이런 큰 행복이 시시해지진 않을까하는 불안을 느끼곤 한다. "이 행복이 날아갈까 불안해요"라는 영화의 대사에 콧방귀를 꼈었는데, 이렇게 오래전 뿜어낸 내 콧바람을 맞고 있다.

입금된 100만 원으로 첫째 아이의 자전거를 샀다. 그동안 자신에게 맞지도 않게 작아진 자전거를 탔던 아이에게 의미있는 돈으로 의미있는 선물을 했다. 너무 커서 크리스마스에 가져 오지 못했다는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 그 선물이 겨울이 다 지나서야 도착했다. 그래도 아이의 만면엔 미소가 걸린다. 역시나 기쁜 일은 시기를 따지지 않는다. 아이의 늦은 선물도 나의 늦은 글쓰기도.

해가 좋은 날 아이가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자전거가 점점 속도를 붙이며 나아간다. 앞으로 앞으로 힘차게 굴러가는 바퀴. 오늘도 나의 글이 힘차게 굴러 간다. 앞으로의 나의 글쓰기도 힘차게 그리고 가볍게 나아가길 바라며, 오늘도 페달을 밟듯 힘차게 그리고 가볍게 키보드를 두드린다. 기우뚱거려도 멈추지는 않도록.
 

ⓒ 남희한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에세이 #마흔이서글퍼지지않도록 #글쓰기 #보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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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렀지만 넌 또 모르잖아"라는 생각으로 내일의 나에게 글을 남깁니다. 풍족하지 않아도 우아하게 살아가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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