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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금융권 은행의 대박 대출 상품, 일단 의심하세요

이래서 당하는구나... 은행 사칭 스미싱 문자에 깜빡 속았습니다

등록 2021.06.29 07:31수정 2021.06.29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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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아내가 들뜬 목소리로 은행에 가자고 준비를 서둘렀다. 이유를 물어보니, 정말 좋은 대출 상품이 나왔다는 것이다. ⓒ pixabay

 
"와! 정말 좋은 조건이다. 마침 잘됐다. 자금이 좀 더 필요했는데."


바로 어제 있었던 일이다. 이른 아침부터 아내가 들뜬 목소리로 은행에 가자고 준비를 서둘렀다. 이유를 물어보니, 정말 좋은 대출 상품이 나왔다는 것이다. 아내에게 온 문자를 보니,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1금융권 은행에 정부 지원 시책까지 합쳐진 조건의 소상공인대출이었다. 기간, 이율 등 조건이 괜찮았다.

사실 아내와 나는 어떤 식으로든 돈을 빌리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나 같은 경우 총각 시절, 잘못된 경제 관념과 조금은 억울한 사건 사고가 겹쳐 7~8년을 그야말로 빚과 함께 살았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소상공인 대출에 각종 캐피탈 이용은 물론 집 담보 대출부터 끼어서 빚잔치를 벌였다.

거기에 더해 지인들에게 신세를 지기도 했다. 길거리 명함 등에서 보이는 이른바 사채를 안 쓴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거기까지 갔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실제로 일일 사채를 쓰면서 고생하는 분들도 많이 봤던지라 아무리 힘든 시절에도 거기까지는 자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그런 시간을 통해 돈을 빌릴 때는 쉬워도 갚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모아놓은 것은 많지 않아도 빚만 없으면 충분히 버텨나갈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때문에 결혼 즈음해서는 다소 힘들어도 빚을 내는 것은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렸다.

아내 같은 경우는 나와는 다르게 어린 나이부터 경제 관념이 어느 정도 잡혀서 '없으면 없는 대로 살고, 도움도 함부로 받지 않는다'는 생각이 확실한 똑순이다. 나같이 전적이 화려한 시한폭탄 같은 남자는 이런 아내를 만나야 좀 더 안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결혼 전 신용불량 직전까지 갔던 나는 결혼 후 4년이 지난 지금, 신용등급이 상위권까지 올라있는 상태다. 아내 덕분이다.


'깐깐한 아내가 골랐을 정도면…' 그런 아내인지라 대출 상품 얘기가 나왔을 때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전에도 그랬지만 알아서 척척 잘하기 때문이다. 아내는 좋은 대출 상품이 나왔을 때 사용을 해서 유용하게 쓰자고 했고 나 역시 찬성하며 함께 은행으로 갔다.

결과적으로 웃으면서 은행을 가서 웃으면서 나왔다. 하지만 웃음의 종류가 완전히 달랐다. 들어갈 때 미소짓고 들어갔다면 나올 때 지어진 것은 쓴웃음과 안도의 웃음(?)이었다. 아내가 정말 만족해했던 1금융권 대출상품은 말로만 듣던 '보이스피싱'이었던 것이다.
 

보이스피싱 수법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지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김종수

 
조금만 차분하게,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습관 필요하다 

"어떡해… 보이스피싱이래."

은행 앞에 주차를 하고 들어가려는데 먼저 들어갔던 아내가 나오면서 황당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청원경찰분부터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은행 직원이 딱 잘라서 "그런 상품은 없습니다. 보이스피싱입니다"라고 말해줬다는 것이다.

"……"

잠시 동안 멍해졌다. 그냥 금융 업체도 아니고 다들 알고 있는 1금융권 은행의 이름을 내걸면 이렇게 현혹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말문이 막혔다. 일단 그런 상품은 애당초 없었을 뿐더러 보낸 시간 역시 업무 시간 전이었다. 업무 시간 전후로 그런 문자가 오면 보이스피싱일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다행히 아내가 직접 확인하는 성격이라 그렇지, 문자를 보고 통화 버튼을 눌러버렸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씁쓸해진다. 요새는 단순히 전화를 건 것만으로도 경제적인 피해를 일으키는 해킹 시스템이 있다고 들었다. 꼭 그게 아니더라도, 그들이 돌아가면서 은행을 사칭하면 우리라고 현혹 되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을 못 하겠다. 이미 문자에 속아서 은행까지 가지 않았던가.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당할뻔한 것은 '스미싱(Smishing)'인 것 같다. 보이스피싱은 말 그대로 전화를 걸어 특정 기관이나 인물, 상황을 사칭하여 돈을 갈취하는 행위이고, 스미싱은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인터넷 주소를 첨부해 주소를 클릭하면 악성코드가 설치되어 피해를 발생하게 하거나 전화번호를 통해 보이스피싱으로 연결되게끔 유도하는 방식이다.

사실 나도 이런 일이 생기기 전까지는 이것을 구분할 줄 몰랐다. 어쨌든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 자체를 얘기할 때는 보이스피싱이라고 묶는 경우가 많으니까 글에서도 계속 그렇게 지칭하려고 한다. 

"아빠, 나 보이스피싱 당할 뻔했어."

돌아오는 길에 아내는 장인 어른께 전화를 했다. 아내의 말에 장인어른은 너털웃음을 터트리시며 "조심해야 된다. 나도 당할 뻔했어"라며 말씀을 해주셨다. 언젠가 돈이 급했을 때 대출을 해준다는 전화가 왔는데 장인어른께서도 순간적으로 혹하셨다고 했다. 그리고는 혹시 몰라 대출 회사가 있다는 지역으로 직접 찾아가신다는 문자를 보내고 회사 근처까지 가셨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전화를 해도 대출회사 직원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출 얘기가 나오던 시점까지만 해도 그렇게 통화가 잘 되었는데 직접 가니까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제야 장인어른은 '보이스피싱이었구나' 하고 확신을 하게 되었다.

"허헛! 직접 찾아간다고 하니까 제 발 저렸던가 보지. 내가 무슨 잠복 형사인 줄 알았나?"

다행히 장인어른도, 우리도 당하지 않아서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것이지 만약 실제로 피해를 입었다면 씁쓸한 미소조차도 짓지 못했을 것이다. 흔히 보이스피싱하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할아버님, 할머님 등이나 당하는 줄 알겠지만 의외로 젊고 똑똑해 보이는 사람들도 피해자가 많다고 들었다. 갈수록 수법이 지능화되는지라 사람들이 경계하는 만큼 그 이상의 전략이 동원된다.

어떤 지인은 전화로 상품 구매가 와서 계좌이체 형식으로 소액 결제를 했다고 한다. 거기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상담원은 갖은 핑계를 대면서 돈을 더 보낼 것을 요구했는데, 물건 배송 중 사고가 생겨서 얼마를 더 내면 다시 환급해주겠다는 등 이유도 다양했다.

여기서부터 멘탈이 깨져버리거나 사고가 흐려지는 케이스가 많아진다. 이른바 본전 생각 때문이다. 큰돈은 아니지만 이미 보낸 돈이 있는지라 자칫하면 그것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미심쩍어도 추가 송금을 거듭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액수가 커지고 그제야 잘못된 것을 느끼지만 때는 늦었다. 사람의 심리를 정말 고도로 이용하는 수법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 등으로 인해 가뜩이나 얼어붙은 사람들의 지갑이 더욱 꽁꽁 닫혀있다. 다들 만나보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분들이 태반이다. 그런 상황에서 보이스피싱이라도 당하게 되면 정말 힘들어지는 건 자명한 일이다. 마른 집에 불까지 나는 격이다.

날로 진화하는 수법에 일일이 대응하기는 힘들겠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격언을 마음속에 담고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습관을 가져야겠다.
#보이스피싱 #스미싱 #대출사기 #돌다리도 두드려라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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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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