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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명운을 짊어진 최초의 방미사절단

[조선의 의인, 조지 포크] 푸트 공사의 노심초사와 일본의 냉대

등록 2021.06.29 08:29수정 2021.06.2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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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기사 1895년 일본제 지도에 담긴 조선의 기구한 운명에서 이어집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조지 포크예요.


1882년 5월 한미 수교가 이루어진 후 내가 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부산 땅(1882.6.7)과 원산항(6.9)을 들른 후 시베리아에서 조선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그 해  8월께였을 것이오. 그로부터 꼭 1년 후 이번에는 그 조선인들이 미국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소.

역사상 최초의 방미사절이 아라빅호라는 4천톤급 증기선에 올라 망망대해 태평양을 건너고 있었던 것이지요. 보름 정도의 항해 끝에 그들은 9월의 두 번째 날 미국 땅을 밟을 것이오. 그들을 조선 사람들은 '보빙사 報聘使'라고 부르더군요. 난해한 명칭이지만 지금도 한국 역사책에는 그렇게 적혀 있겠지요.

미국이 조선에 특명전권공사(오늘날의 대사)를 보냈으니 그에 대한 보답으로 보내는 사절이라는 뜻인 듯싶소. 미국인들은 그들을 'Corean Embassy'라고 불렀지요. 여기에서 'Embassy'는 '사절' 혹은 '사절단'을 지칭하지요. 아무튼 나는 그들을 보빙사라 부르지 않고 '조선 사절단Corean Embasssy'이라 부르겠소.   

사절단의 구성을 보면 희한한 면이 있소. 다국적, 다민족, 다언어족으로 짜여져 있기 때문이오. 총 11명 중에 조선인이 아닌 외국인이 3명이나 끼어 있었지요. 외국인의 면면부터 보기로 합시다.

-로우엘( Percival Lowell/魯越, 1855-1916): 사절단에서의 직위-외교참찬관 및 고문 Foreign Secretary and Counsellor
-오례당(吳禮堂):  중국어 통역
-미야오카(宮岡恒次郞): 로우웰의 통역비서


로우웰은 당시 동경에 거주하는 중이었는데 조선 사절단이 일본을 들렀을 때 빙햄 주일 미국 공사가 사절단의 안내자로 그를 천거했습니다. 로웰은 쟁쟁한 명문가 출신이었습니다. 하바드 총장을 25년간이나 지낸 애버트(Abbott Lawrence Lowell)가 그의 동생입니다. 로우웰이 없었더라면 사절단은 참으로 난감했을 겁니다.

로우웰은 열정적으로 사절단을 도왔고 그 인연으로 사절단과 함께 돌아와 조선에서 겨울 한 철을 보내게 됩니다. 그 경험을 담아 펴낸 책이 바로 <Chosu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죠. '모닝 캄'이라는 용어의 원주인이 로우웰인 셈이지요.

돈 많고 팔자 좋고 낭만적이었던 로우웰은 미국으로 돌아간 후 천문학에 빠졌지요. 그는 사비를 쏟아부어 아리조나주에 천문대를 세웠습니다. 늘 밤하늘을 관찰했죠. 말년에 X-행성이라는 '제 9의 행성'의 존재를 탐색했으나 결과를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지요. 그가 떠난 지 14년이 지나서야 그 떠돌이별이 발견되었죠. 한국인 여러분이 학창 시절에 외웠을 '명왕성'이 바로 그 별이지요.

두 번째 외국인인 오례당(吳禮堂)은 중국인인데 조선의 외교 통상을 장악한 독일인 묄렌도르프가 중국에서 조선 세관에 데려온 사람이지요. 미국 유학생 출신이어서 영어에 능통합니다. 로우웰의 개인 비서 미야오카도 영어에 능통하구요. 그러니까 외국인들은 모두 언어소통을 위해 참여시킨 것이지요. 물론 로우웰은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했지만요.    

이제 조선 사절의 면면을 볼까요?

민영익 1860-1914, 23세, 전권대신
홍영식 1856-1884, 27세, 전권부대신
서광범 1857-1897, 26세, 종사관
유길준 1856-1914, 27세, 수행원
최경석 ?-1886, 수행원
변수 1861-1891, 22세, 수행원
고영철, 현흥택 : 수행원

보다시피 20대 초중반의 청년들이었지요. 나는 그 당시 27살로 홍영식, 유길준과 동갑내기였지요. 전권대신 민영익은 23세의 약관이었지만 권세로 치면 조선 천지에서 으뜸이었지요. 요직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민씨 일가의 황태자격이었지요.

민왕후의 조카였고 또 그의 누이 동생이 왕세자비이기도 했구요. 그는 중국과 일본 방문으로 해외 경험도 쌓았지요. 부대신 홍영식은 당시 외교부서의 책임자였고 부친은 영의정이었습니다. 그도 역시 사절로 일본을 방문한 경험이 있습니다.

다음은 서광범인데, 그의 집안은 명신 충신을 다수 배출한 대표적인 명문가입니다. 무엇보다도 서광범 자신이 인감됨이나 사명감 그리고 능력과 성품에 있어서 보기 드문 인물이었지요. 일본에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견문한 바 있구요. 그는 내가 가장 좋아하고 존경했던 사람입니다. 

이들 면면을 보면 방미사절단을 고종 임금이 얼마나 중시했는지를 잘 알 수 있지요. 그만큼 기대도 컸지요. 만일 이들이 귀국 후 합심하여 개혁에 나섰더라면 틀림없이 조선은 동양 제1의 근대국가로 발돋움했을 것으로 나는 생각합니다. 

이들이 미국을 방문하고 있을 때만 해도 같은 길을 걷고 있었지요. 머지 않아 전혀다른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모른 채. 이들의 모습을 불러내 볼까요? 내가 찍었던 사진이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그 해 1883년 미국에서 찍은 것인데 지금은 지리협회에 소장되어 있는가 봅니다. 
 

보빙사 최초의 방미사절단 ⓒ 미지리협회

   

조지 포크 손글씨 Prince Min Yong Ik Minister Plenipotenciary ⓒ 미지리협회

      
위 사진의 아래에 적힌  손글씨는 물론 내가 쓴 것이지요. 앞줄만 보면 맨 왼쪽이 서광범, 그 다음 오른쪽이 민영익, 그 다음은 홍영식, 맨 오른쪽은 로우웰이지요. 여기엔 중국인 오례당과 일본인 미야오카는 빠져 있군요. 내가 들어간 사진도 한 장 있습니다. 
 

조지 포크 조지 포크와 보빙사 ⓒ 미지리협회

 
이 두 사진은 보다시피 촬영장소가 동일하군요. 아마 1883년 9월 뉴욕에서 아더 대통령 예방 행사 전후에 찍은 게 아닌지. 앞면의 왼쪽은 민영익, 오른쪽은 홍영식입니다. 뒷 줄을 보면 맨 왼쪽에서 오른 쪽으로 차례로 메이슨(Theodore B. Mason)해군대위, 로우웰, 그리고 해군 소위였던 나 조지 포크이군요. 메이슨 대위와 나는 사절단의 미국내 여행을 돕기 위해 임명된 영접관(의전관)이었습니다.

이제 약간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사절단이 조선을 떠나는 시공간으로 가봅니다. 사절단은 7월 16일 제물포에 정박하고 있던 미국 함정 모노카시Monocacy호에 올랐습니. 사절단이 미 함정으로 나가사키까지 가게 된 것은 푸트공사의 배려였습니다.

원래 푸트공사는 사절단을 모노카시호로 요코하마/동경까지 갈수 있도록 섭외해 놓았었는데 뜻밖에도 나가사키에 이르러 사절단이 사양하였습니다. 그래서 거기에서  상선으로 갈아 타고 요코하마/동경으로 갔지요.

최초의 역사적인 방미 사절단이 성공하기를 가장 노심초사했던 미국인은 푸트 공사였습니다. 그는 본국의 국무장관, 주일 공사 및 아시아 함대 제독 나아가 자신의 미국 지인들에게 부지런히 연락하여 사절단을 부디 잘 대해달라고 구구절절이 요청했습니다.

한편 7월 17일 요코하마/ 동경에 도착한 사절단은 근 1개월간 동경에 체류하면서 빙햄 주일 미국공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때 로우웰과 그의 비서가 사절단에 합류한 것이지요. 하지만 일본 정부는 사절단에 냉랭하였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때문에 사절단은 한 달 동안 여관방에서 두문불출하다시피 하였지요. 푸트 공사는 그런 일본정부의 태도를 속좁고 편협하다(narrow and shortsighted)고 비판했지요.

사절단은 9월 2일 마침내 샌프란시스코에 입항하여 통관절차를 밟는데...

-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조지 포크 #보방사 #민영익 #푸트공사 #서광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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