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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급적용' 빠진 손실보상제에 야당 "민주당, 제 무덤 팠다"

국민의힘·정의당, 입 모아 민주당 강행처리 비판... 최승재·류호정, 농성 마무리

등록 2021.07.01 15:58수정 2021.07.01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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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국회 본회의에서 소급적용 없이 피해를 보상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찬성 158인, 반대 84인, 기권 6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기사 보강: 1일 오후 5시 30분]

찬성 158표, 반대 84표, 기권 6표.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1일 오후 제388회 국회 임시회 7차 본회의에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됐다. 논란이 됐던 '소급입법'은 빠진 채였다.

국민의힘과 정의당 등이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법 공표일 이전의 코로나19로 인한 영업피해도 소급적용하여 보상하는 '수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찬성 92표, 반대 145표, 기권 14표로 의석수의 차이를 뒤집지는 못했다.

[반대] "국회 탓에 보상법 없었는데, 입법 전 손실을 빼도 괜찮은가"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앞서 내놓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법 공표일 이전 코로나19로 인한 영업피해도 소급적용해 보상하는 '수정안'에 대한 설명에 나섰다. 그는 "중앙방역대책본부 자료에 따르면 일반 음식점과 카페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비율은 1%에 불과했음에도 대다수 중소상공인 업소에 집합금지 제한 행정명령에 무조건 따르라는 희생을 강요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의원은 "정부가 감염병예방법 제70조에 근거해 손실보상을 할 수 있도록 원칙, 방법, 기준 등을 보완하는 입법만 했으면 언제라도 중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이 가능했다"라며 "헌법에 규정된 정당하고 완전한 보상이 아닌, 재난지원금을 나눠주는 가짜 손실보상금이 아닌, 중소상공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수정안에 찬성 투표를 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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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나눠주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날 '소급적용'이 빠진 코로나 손실보상제에 대해 반대 토론에 나선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행정조치 이전에 보상법이 없었던 건 국회 탓인데, 입법 전 손실은 빼고 앞으로 발생하는 손실만 보상하는 것이 괜찮은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K-방역 성공의 그림자였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희망을 건 정치 세력이 송영길의 민주당이 아니라, 이준석의 국민의힘이어도 정말 상관없는지 묻는다"라며 "제가 아는 민주당이라면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추가경정예산 3조9000억 원을 지원하는 게 가능한데, 중소기업벤처부 추산 손실 총액 3조3000억 원을 보상하는 것이 지나친가"라고 말했다.

류 의원은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등 행정명령을 시행한 날 이후 발생한 손실부터 적용한다'를 넣은 수정안이 헌법 제23조 제3항에서 '정당한 보상'을 '법률로써'하라는 그 명령을 수행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도 "정부가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해 행정명령으로 국민의 재산권인 영업권을 제한했다면, 헌법 23조에 따라 당연히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확정한 추경을 보면 소상공인 손실보상은 3조9000억원에 불과하고 국민지원금은 10조4000억원이나 된다"며 "직접 심각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외면하고, 코로나로 돈 번 기업, 부동산과 주식으로 떼돈을 번 사람, 공무원·공기업·대기업 직원들에게까지 돈을 뿌리는 게 말이 되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시키는 대로 따랐는데 남은 것은 배신감뿐이라면 누가 국가를 믿고 따르며 국가를 국가로 여기겠나, 수정안에 찬성표를 던져줄 것을 호소드린다"고 덧붙였다.

[찬성] "내용보다도 시기가 중요... 부족하지만,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하지만, 찬성 측도 물러서지 않았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많이 부족하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의 마음을 절절이 이해하고 동의하는 바가 크다"라면서도 "하지만 저는 더 이상 늦출 수 없기에 찬성 토론으로 나왔다"라고 이야기했다. "우리가 모두 검토한 바와 같이, 자료와 현실은 녹록지가 않다"라는 이유였다.

또한 "손실보상 법제화를 더 이상 미루는 것은 대안이 없는 실기"라며 "오늘 손실보상법을 법제화하지 못한다면, 700만 소상공인과 1000만 명이 넘는 그 가족들은 또다시 한 달, 두 달, 아니, 더 긴 시간을 기다리셔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책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시기가 더욱 중요하다고 저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라는 것. "감염병 예방을 위한 행정조치는 더 이상 공짜가 아니다"라며 "이 법안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또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라는 말이었다.

정태호 민주당 의원 역시 "이 법을 적용하는 데 있어서 과연 소급적용이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느냐?"라며 '중소기업벤처부가 제공한 시뮬레이션 자료'를 언급했다. 자료에 따르면 "약 68만 명에 가까운 행정명령에 의한 피해자 중 87.1%가량이 소급적용을 했을 때 제외되는 문제가 생긴다"라며 "기존 재난지원금에 의해 지원받던 금액과 실제 손실을 입은 피해 금액을 비교했을 때 재난지원금 지원 받은 금액이 더 많은 소상공인들이 87.1%였다"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야당 의원들이 정말 소상공인을 위해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는 손실보상제를 생각하고 있는지, 저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라며 "새로 예정되는 이 법에 의해 공포가 되는 날부터 손실보상제를 적용하고, 그 이전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재난지원, 다시 이야기해 피해지원 형태로 제도를 분리해서 운영하자"라고 제안했다. 그는 "진실로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는 법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반복해 던졌다.

[국민의힘] "민주당, 스스로 제 무덤을 파고 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가 끝난 직후 국회의사당 본관 계단 앞에 모였다. 최승재 의원이 손실보상제의 소급입법을 요구하며 81일째 천막농성을 하던 바로 그곳이었다. 현장에는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도 몇 명이 함께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손실보상법 소급적용을 정부여당에 맞서 끝까지 관철시키지 못한 점에 대해 중소상공인‧자영업자 여러분들에게 고개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라며 용서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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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앞줄 오른쪽)와 김기현 원내대표(앞줄 오른쪽 두 번째) 등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소통 현장에서 희망을 찾는다’에서 소급적용이 빠진 소상공인 손실보상법 통과와 관련 이제 현장을 찾아 소상공인과 함께 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저희가 기대한 그런 소기의 결과는 내지 못했지만, 앞으로 더 가열차게 국민들을 위해서 투쟁해야 한다는 것은 아마 잘 아실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힘의 논리가 아닌, 진짜 가장 약한 분들을 위한 행보를 하겠다는 다짐으로 오늘 이 자리에 섰다"라고 말했다. "역부족을 다 반성하고, 앞으로는 국민께 상처 주는 일이 없도록 원내, 또 당 차원에서 투쟁에 나서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정말 마음이 많이 답답하고 안타깝다"며 "헌법 23조 3항에 의하면 행정청의 이런 조치에 대해서 순응한 사람의 경우,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명시되어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럼에도 민주당은 끝내 헌법의 그 명문 규정을 외면한 채  임의로 손실보상법을 통과시키고야 말았다"라며 "보상 문제에 대해 이렇게 '나 몰라라' 외면하고 있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민의힘은 끝까지 고통당하고 힘들어하시는 분들, 조금이라도 우리가 도움드려야 할 분들을 더 찾을 것"이라며 "국민 속으로 들어가, 민심 속으로 들어가, 꼭 필요한 곳에 예산이 그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해나가도록 하겠다"라고 외쳤다. "끝까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손실보상을 다 관철시키지 못해 죄송하지만, 그와 같은 목표를 향해 앞으로도 달려 나가도록 하겠다"라고 부연했다.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출신인 최승재 의원 또한 마이크를 잡고 "코로나19 손실보상과 관련해서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말도 안 되는 짓을 했다"라며 "'아, 드디어 쟤네들이 자기네들 스스로 무덤을 파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천막 농성을 오늘부로 접겠다며 "다시 한 번 현장 속으로 가서, 현장에 답이 있고, 현장의 국민들이 우리와 함께한다는 것을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에게 "수고했다"라며 박수를 보냈다.

[정의당] "정부여당의 희망고문... 책임‧민생정치 말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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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손실보상 소급적용'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나눠주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한편, 손실보상 소급적용을 요구하며 국회의사당 로텐더홀 앞에서 64일 동안 농성했던 류호정 정의당 의원 역시 이날로 농성을 마쳤다. 정의당은 별도의 해단식을 갖는 대신, 의원단끼리의 피켓팅으로 이를 대체했다. 정의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 시작 직전에도 본회의장 앞에서 피켓을 들며 민주당 의원들에게 '소급입법'을 촉구했다.

정의당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은주 의원은 논평을 통해 "영세 소상공인들은 정부를 믿고 우리 공동체를 좀 더 안전하게 하고, 초유의 방역 위기로부터 시민을 지키는데 적극 협력했다"라며 "그 헌신의 대가는 참혹하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과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폐업률이 협력의 결과"라고 날을 세웠다.

이 의원은 "정부여당은 처음에는 소급하여 손실을 보상겠다고 했다. 그렇게 지난 두어달,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를 희망고문했다"라며 "하지만 오늘 시민을 조롱하는 무늬만 손실보상법을 정부여당의 완력으로 처리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당사자 누구도 인정할 수 없는 여당안이 일사천리로 통과됐다"라며 "이러고도 정부여당이 책임정치, 민생정치를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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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손실보상법 처리를 촉구하며 64일 동안 농성을 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농성장 매트리스를 정리하고 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소급적용을 제외하고 피해를 지원하는 코로나 손실보상법을 가결했다. ⓒ 공동취재사진

 
그는 "힘으로 가는 정치는 오래가지 못한다"라며 "야당을 억누르는 정치의 결과는 정치적 자멸이다. 시민의 노고를 배신하고 분노를 쌓아가는 정치는 공동체의 분열을 가져올 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역사의 교훈으로부터 똑똑히 배우길 바란다"라며 "정치는 없고 근육 자랑, 힘자랑만 난무하는 국회를 만든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여당에 있다"라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손실보상 #소급입법 #자영업자 #소상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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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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