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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회 "맥아더 포고문 보고 또 봐도 '점령군'"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미군정은 대한민국 임시 정부도 인정하지 않았다"

등록 2021.07.06 08:23수정 2021.07.0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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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가 참여해 만든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리베르스쿨, 2015년 )에는 맥아더 포고령(1945.9.9)이 자세히 실려 있다. 이 교과서에서도 맥아더 포고령은 '..다음과 같은 점령 조건을 발표한다', '나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 점령 부대에 대한 모든 반항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있을 것이다'고 소개하고 있다. 포고령에 대한 설명에서도 "미군정은 맥아더 포고령 1호를 통해 조선인민공화국과 인민위원회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임시 정부도 인정하지 않았다"고 서술하고 있다. ⓒ 리베르스쿨 한국사 교과서(2015년)

 

정치권에 때아닌 맥아더 포고령이 논란이다. 지켜보다 못 한 광복회가 "두 번 세 번 다시 봐도 맥아더가 '스스로 점령군'임을 강조하여 표방한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광복회(회장 김원웅)는 5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해방에 대한 축하의 말은 한마디도 없고, '엄벌에 처하겠다'는 등 우리 국민의 불쾌감을 일으킬 수 있는 강압적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다, 짧은 포고문에 '점령'이란 단어를 4번이나 사용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맥아더 포고문 논란'은 김원웅 광복회장이 지난달 21일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친일 잔재 청산 프로젝트' 활동에 참여한 경기도 양주 백석고 학생들에게 보낸 영상에 '미군은 점령군, 소련은 해방군'이라는 발언이 발단이 됐다.

논란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일 대권 출마 선언 후 경북 안동을 찾아 이육사 시인의 딸 이옥비 여사와 만나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단계에서 친일세력과 '미 점령군'이 합작해 지배체제를 유지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더 거세졌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물론 윤석열 전 검찰총장까지 나서 이 지사의 발언을 비난하고 나섰다.

광복회 "엉뚱하게 맥아더 포고령 소개한 사람을 비난하나"

광복회는 이날 "친일세력은 '스스로 점령군'임을 표방한 맥아더를 왜 비판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이 사실을 소개한 사람을 비난하냐"며 "이재명 지사의 말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 역사적 진실"이라고 못 박았다.


정치권의 논란에 역사학계에서는 김 광복회장과 이 지사의 발언에 문제 삼을 만한 점이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역사적 사실을 정쟁의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인 셈이다.

실제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가 참여해 만든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리베르스쿨, 2015년)에는 맥아더 포고령(1945.9.9)이 자세히 실려 있다. 이 교과서에서도 맥아더 포고령은 '..다음과 같은 점령 조건을 발표한다', '나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 점령 부대에 대한 모든 반항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있을 것이다'고 소개하고 있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 "미군정은 대한민국 임시 정부도 인정하지 않았다"
 

비상교육의 <한국사> 교과서쪽. 이 책은 역사 사료로 소련 극동군 사령관의 포고령과 맥아더 사령과느이 포고령을 각각 보여준 뒤 "소련은 사회주의 체제를 구축하려는 입장이었고 미국은 사회주의 세력을 견제하려는 입장이었다"고 해설하고 있다. ⓒ 비상교육(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이 교과서는 포고령에 대한 설명에서도 "미군정은 맥아더 포고령 1호를 통해 조선인민공화국과 인민위원회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임시 정부도 인정하지 않았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어 "북쪽은 소련군의 지지를 등에 업은 김일성을 중심으로 인민위원회의 주도권을 장악해 나갔다. 이남에는 미군 진주 직후 창당한 한국민주당 요인들이 미군정에 참여하면서 우익세력이 강화됐다"고 썼다.

비상교육의 <한국사> 교과서(2015년)에는 "조선사람들이여! 기억하라! 행복은 당신들의 수중에 있다... 이제는 모든 것이 죄다 당신들에게 달렸다"는 '소련 극동군 제25군 사령관 치스카코프 포고문 제1호'와 '북위 38도 이남의 조산 영토와 조선 인민에 대한 통치의 전 권한은 당분간 본관(맥아더)의 권한 하에 시행한다'는 '태평양 미 육군 총사령관 맥아더 제1호 포고령'을 나란히 비교해 수록했다.

이 교과서는 "소련은 사회주의 체제를 구축하려는 입장이었고, 미국은 사회주의 세력을 견제하려는 입장이었다"고 해설하고 있다.

브루스 커밍스 석좌교수 "미군정 책임자는 한국을 적으로 규정했다"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한국전쟁의 기원'(1986)에서 '38도선 이남 군정 책임자인 24군단장 존 하지 중장은 한국을 미국의 적으로 규정했고, 남한은 적국 영토에 진주한 승자의 적대적 점령하에 들어간 것"이라고 썼다.

광복회는 이날 "국사편찬위 자료에도 포고문은 실려 있다. 그렇다면 국사편찬위도 폐쇄하고, 포고문을 삭제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하고 "정치인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역사의식'"이라고 덧붙였다. 
#광복회 #맥아더 #점령군 논쟁 #한국사 교과서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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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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