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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잡' 자영업자입니다, 이번에도 탈락했습니다

사각지대 여전한 소상공인 코로나 재난지원금... 숫자 아닌 사람 위한 정책 필요

등록 2021.07.12 07:11수정 2021.07.12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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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재난지원금인 '버팀목자금 플러스' 신청이 시작된 지난 4월 29일 오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 관련 배너가 설치돼 있다. ⓒ 연합뉴스

 
나는 회사원에서 자영업을 거쳐, 현재 평일에는 신생 외식 프랜차이즈 회사의 대표로 일하고 주말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에서 시급제 근로자로 일하고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사각지대를 최소화 하겠다는 정부의 지원 정책 의지에 이번에는 우리 회사도 코로나19 지원금 혜택을 받을 수 있으리란 희망을 품고 있었다. 물론 그 지원금이라는 것이 당장 급한 불 끄는 정도지만 지금은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문자로 날아온 지원 불가 사유는 '매출액 감소 요건 미충족'이었다.
 
그동안 소상공인이 경영위기(매출 감소)로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받고자 할 때는 무조건 2019년과 2020년 매출을 근거 자료로 제출해야 했다. 그런데 우리 회사는 2019년도 11월에 설립되었다. 더욱이 2020년 1월에 정식으로 사업을 개시하였기에 2019년도 매출은 아예 없었다. 조건이 이렇다보니, 우리에게 재난 지원금은 그동안 그림의 떡이었다.

결국 우리처럼 사각지대에 방치된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에 정부는 사각지대를 최대한 줄이겠다며 4차 재난 지원금인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플러스'를 내놨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유는 2019년 설립자에 한해 여전히 2019년 매출 자료와 2020년 매출 자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4차 재난지원금에서는 2020년에 설립한 소상공인은 그해 매출 자료만으로 지원금 대상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조건을 완화하여 신규 소상공인이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빠지지 않도록 규정을 보완했지만, 우리 회사의 경우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방치된 것이다.

폐업까지 고려하는 가맹점들

적지 않은 신생 회사들은 돈보다는 꿈을 좇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도 그럴 것이 회사 설립 초기에는 자본은 부족하고 의욕은 넘치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도 다를 게 없었다. 우리는 회사가 본 궤도에 오를 때까지 최저 시급 수준의 급여만 받기로 하고 주말에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노력했다. 하지만 창업 1년여 만에 회사 설립 준비부터 같이 고생한 동료 한 분을 권고사직 처리해야 했다.

더 안타까운 건 우리 브랜드를 선택한 가맹점들도 우리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본사의 매출이 줄었다는 것은 가맹점의 매출이 줄었다는 뜻이다. 우리와 비슷한 시점에 가맹사업을 시작한 몇몇 가맹점들은 우리와 똑같이 이번에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리고 지금 이들 중 몇몇은 폐업을 심각히 고려 중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위정자들과 관료들의 주장을 듣고 있자니, 참으로 섭섭할 뿐이다. 대표적으로 '손실보상법'이 그러하다. 의료진들의 노고와 희생에 우리는 '덕분에'라며 고마움을 표현하고 정부는 일선 현장 의료진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 자영업자들 또한 정부의 지침과 지시에 따라 문을 닫거나 영업을 제한하며 생계를 걸고 코로나 재난 극복을 위해 노력했음에도,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임대료조차 내기 버거운 땜질식 지원금 정도였다.

이에 이미 오래전부터 방역에 참여하는 자영업자의 영업 손실을 법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기에, 관련 법은 진작 만들어졌어야 했다. 그러나 관료와 위정자들의 숫자 놀음 속에 느린 걸음을 걷던 '손실보상법'은 이제 겨우 통과되었고, 설상가상 소급 적용은 불가하다고 한다.

결국 이런 분위기가 자영업자들의 자발적인 방역 참여를 어렵게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음을 이분들은 모르는 듯했다. '신상필벌'은 이런 재난 상황에서 큰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고 본다. 방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소상공인에게는 응당한 지원을 하여 생계를 위협받지 않도록 하고 방역 참여에 불성실한 소상공인들을 일벌백계했다면,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들리는 분노의 파열음과 뉴스를 장식하는 일부 자영업자들의 일탈도 훨씬 줄었을 것이라고 본다. 
 
포화 상태에 이른 배달 외식 시장
 

버팀목자금 플러스 신청 이번에도 우리는 대상이 아니었다. ⓒ 권성훈

 
이번 코로나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업종은 대다수가 알듯 동네의 자영업자들이었다. 직격탄을 맞은 집합금지(제한)업소는 말할 것도 없고, 반사 이익을 봤다고 하는 배달 전문 외식시장마저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과포화 상태가 되었다. 접객 전문 외식 업소는 물론 타 업종의 종사자들(여행업과 같은)까지 배달 외식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포화 상태에 이른 시장의 다음 단계는 과열 경쟁이다. 현재 배달 외식 시장은 각종 할인 이벤트와 무료 서비스 제공 등의 치킨게임을 이어가고 있다. 배달 외식 시장의 속내는 이러함에도 인터넷 포털 뉴스 경제면을 장식하는 '비대면 시대에 배달 외식 시장의 성장'이란 제목의 기사와 관련 통계 자료는 흡사 배달 외식 자영업자들 만큼은 큰 수혜를 본 듯한 착시를 일으킨다. 그러나 현실엔 불편한 진실만이 자리하고 있다. 배달 호황의 진짜 수혜자는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한 '배달 앱' 기업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당면한 과제 중 하나인 '양극화'는 기술 관료들과 정치인들의 다양한 대안 제시와 정책 시행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사태 후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한다. 경제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거대 자본 유통기업들은 코로나 재난 속에 승승장구하며 동네 소규모 자영업자들 사이에까지 끼어들어 모세혈관에 흐르는 피까지 거두어가는 형국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뭘까? 이런 기업들을 제재하여 규모를 축소시키거나 폐업시켜야 할까? 현재 자본주의 시대에서는 천지가 개벽해도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들이 가져간 부의 일부를 거두어 모세혈관에 다시 피가 돌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즉 작년 5월에 시행했던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전문가라 자처하는 기술 관료들과 일부 경제 학자와 정치인들은 국가 부채를 걱정하며 그 대안으로 대출이나 해주라고 한다. 
 
현재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기준의 합리성에 의문이 생기는 지원금을 그것도 일회성으로 주는 것은 너무도 싫다고. 들어온 지원금을 임대료와 각종 경비로 쓴 뒤 여전히 텅 빈 가게에서 비어있는 좌석을 흐릿한 눈으로 바라보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남들은 모른다고 한다. 이들은 말한다. 비록 정부가 당장 손에 쥐여주는 그 재난지원금과 비슷할 수준일 망정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에게 '어서 오세요'라는 인사를 하고 나가는 손님에게 '또 오세요'라고 인사를 하며 돈을 벌고 싶다고 말이다.
 
인간적 존중을 요구합니다

'거장' 켄 로치 감독의 명작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 이런 명대사가 나온다. 
 
"나는 의뢰인도, 고객도, 사용자도 아닙니다. 나는 보험 번호 숫자도, 화면 속 점도 아닙니다. 난 묵묵히 책임을 다해 떳떳하게 살았습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개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이에 나는 내 권리를 요구합니다. 인간적 존중을 요구합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 <공정하다는 착각>에는 '테크노크라트'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이 단어는 '전문 기술을 바탕으로 조직이나 사회에서 정책 결정이나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문제점은 바로 앞서 올린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명대사처럼 우리 사회를 인간적인 관점으로 보지 않고 오로지 숫자와 계산식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들의 이런 관점이 부의 양극화는 물론 사람들 간 분노와 혐오를 자극하고 사회를 분열하게 한다고 저자 마이클 센델은 주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런 주장을 하고자 한다.

우리 자영업자는, 우리 서민은, 국가의 최선의 부채율을 위해 당연히 희생되는 서류 속의 숫자도, 화면 속 점도 아닙니다. 우리는 남들처럼 가족과 우리 사회를 위해 묵묵히 책임을 다해 떳떳하게 살았습니다. 우리는 희생이 당연시되는 희생양이 아닙니다. 이에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요구합니다. 인간적 존중을 요구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코로나 #재난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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