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돌로 만든 돈이 있었다

조개껍데기부터 돌까지... '돈'에 대한 역사

등록 2021.07.12 11:46수정 2021.07.1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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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 또는 한 가족이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건을 생산할 수는 없다. 그래서 생산한 물건을 다른 사람과 바꾸어야 한다. 물건과 물건을 직접 바꾸는 것을 물물교환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물물교환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서로 맞바꾸려는 물건이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를 가지고 있는 A씨, 쌀을 가지고 있는 B씨, 그릇을 가지고 있는 C씨가 있다고 하자. A씨는 쌀을 필요로 하고, B씨는 그릇을 필요로 하며, C씨는 호미를 필요로 한다.


이럴 때 어떻게 물물교환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또한 A씨와 B씨가 소와 쌀을 바꾸고자 할 때 소 1마리에 쌀을 얼마큼으로 바꾸어야 할까? 만약 A씨가 소 한 마리의 값으로 쌀 100kg을 요구했을 때 B씨는 그만큼의 쌀이 있을까? 그래서 물물교환은 성공하기 쉽지 않았다.

조개껍데기가 돈이었다고?

그래서 사람들은 이러한 물물교환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물건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이 찾는다는 것은 실제 쓰임새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보관하기도 편하고, 가지고 다니기도 편리하며, 그 양을 분리하거나 합치기에 좋으며, 튼튼하여 잘 훼손되지 않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러한 조건을 가진 물품이라면 우선 농경사회에서는 곡식, 유목사회에서는 가축일 것이다. 먹고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 곡식이나 가축은 그 조건이 만족되는 물품이다. 또한 옷감(천)이 그 뒤를 잇는다. 이러한 물품들을 초기 단계의 물품 화폐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 초기에 사용된 물품 화폐 중에 조개껍데기가 포함된다. 조개껍데기는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화폐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조개껍데기는 우선 가장 중요한 쓰임새가 없다. 또한 조개껍데기가 돈이라면 바닷가에 살면서 조개껍데기를 열심히 모으면 다 부자인 것일까?


쌀, 옷감, 조개껍데기가 최초의 물품 화폐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학생이었을 때의 이 궁금증은 어느 누구도 해결해주지 않았다. 시험에 나오니 그냥 외우라는 말만 되돌아왔었다. 
 

고대 사회에 사용된 조개 화폐 ⓒ 국립중앙박물관

 
정말 신기한 동물, 인간!

그때 당시의 어른들은 이런 질문과 이런 질문을 하는 아이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답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첫 번째로 바닷가에 살면서 조개껍데기를 열심히 모은다고 해서 부자가 될 수는 없었다. 그 이유는 조개껍데기의 모양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돈으로 사용했던 조개껍데기를 보자. 우리나라 바닷가에서 이런 조개를 본 적이 있는가? 이 조개는 인도 남서쪽에 있는 몰디브에서 나오는 것으로 이름은 카오리 조개이다.

이 조개는 동남아시아, 인도, 서아프리카, 중국까지 수출되어 화폐로 사용되었다. 즉 아주 힘들게 가져온 조개껍데기로 희소가치가 있었다. 동해, 남해, 황해에서 아무리 조개를 주워도 배는 부를지언정 부자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조개껍데기는 작고, 가볍고, 단단하여 화폐로서 여러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이 조개껍데기는 곡식이나 옷감처럼 실질적인 가치를 가지지 못했다. 여기서 바로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이 드러난다. 다른 동물과 인간의 큰 차이점 중 하나가 생존에 불필요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도구를 사용해 먹이를 잡는 그 어떤 동물도 도구를 실용성과 관계없이 채색하거나 장식을 달지 않는다. 인간만이 생존과 전혀 필요 없는 미적인 생산 활동을 하고, 그것을 감상하는 활동을 한다. 미술과 음악이 바로 그것이다.

인류가 절대적인 빈곤에서 벗어난 지는 채 100년이 되지 않는다. 그 이전에는 매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식량 부족으로 굶어 죽어야 했다. 하지만, 인간은 아름답다는 이유로 수천 년 전부터 조개화폐를 사용했다. 사람들은 그 오래전부터 식량이나 옷감이 삶의 필수품이었던 것처럼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는 것' 역시 삶의 필수품처럼 생각한 이상한 동물이었던 것이다. 

오늘날 음악과 미술작품 등 예술품은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가지게 되었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동물들은 인간들을 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돌로 만든 돈도 이유가 있다!

미크로네시아 제도의 야프섬은 돌로 만든 돈으로 유명하다. 이 돌로 만든 돈은 지름이 4m에서 30cm에 이르기까지 그 크기가 다양하다. 그럼 돌을 열심히 깎기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었을까? 애석하게도 부자가 되기란 그렇게 쉽지 않다. 이 섬 사람들은 무려 400km나 떨어진 팔라우섬 등에서 돌을 깎아서 가져왔다고 한다. 이렇게 힘들게 가져온 돌은 마을 족장의 허락을 받아 돈으로서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

재밌는 것은 이 돌돈의 가치이다. 이 돌돈 역시 조개껍데기처럼 희귀성과 단단함은 있으나 실질적 가치가 없었다. 아름다움도 없고, 심지어 크기가 큰 돌돈은 가지고 다니기도 힘들다. 도대체 왜 이곳 사람들은 이 돌을 돈으로 삼았을까? 이곳 사람들은 돈의 가치를 구할 때 '얼마나 힘들었는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 먼 거리에서 큰 돌을 캐내 오는 일을 너무나 힘들고 위험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돌의 크기가 그 돌돈의 가치가 아니라 그 돌을 구해오는 데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그 돌돈의 가치로 매겼다. 즉 야프섬 주민들의 공동체 활동 자체를 돈으로 환산된 것이다. 공공의 노동력으로 돈을 만들어내고 유통하였으니 공동체의 단합까지 생각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도 돌로 만든 돈이 있다. 경기도 연천 청동기 유적에서 발견된 이 돌돈은 납작한 편암을 둥글게 원판형으로 다듬고 갈아서 만든 것이다. 왜 이 돌을 돈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일까? 청동기 시대에 사용한 도구들의 주재료는 무엇이었을까?

청동기시대라고 해도 대부분의 생활도구는 나무와 돌로 만들었을 것이다. 돌을 생활도구로 만드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 돌은 반달돌칼 등 여러 가지 석기(돌로 만든 도구)를 쉽게 만들 수 있도록 1차 가공한 물품이다. 이 돌은 다른 물건들과 교환할 수 있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 이 돌을 돌돈으로 부르는 것이다. 야프섬과 달리 실제적인 가치를 가진 돈이었다.
 

경기도 연천 청동기유적에서 발견된 돌돈 ⓒ 경기도박물관

 
돈은 아름다운 것!

돈은 아름다운 것이었으며,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것이었으며, 사람들의 삶을 편리하게 도와주는 것이었다.

오늘날에도 조개껍데기처럼 돈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에서 2020년 11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8월 만 19세 이상 성인 2006명을 대상으로 개인 기부 현황을 온라인 설문한 결과 15%가 기부를 하였으며, 1인당 평균 기부액은 약 19만1000원 정도라고 한다.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한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총기부액은 2000년 3조 9000억, 2010년 10조 1000억 원, 2018년 12조 9000억 원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오늘날 돈이 아름다워질 수 있는 방법이 눈에 보인다.
#조개화폐 #돌돈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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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삶에 대해 공부하고 글을 쓰는 초등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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