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에서 문 대통령이 받은 특별한 선물, 그 의미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 멸종위기종 호랑이 페페 후원자 지정-후원증서 선물

등록 2021.07.15 10:11수정 2021.07.1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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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14일 쇤브룬궁에서 열린 공식 오찬에서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로부터 시베리아호랑이 '페페'의 후원자로 지정돼 후원증서, 무료입장권을 선물로 받았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 소식을 알렸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상징처럼 여겨온 동물이 호랑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쿠르츠 총리가 성의를 다해 준비한 깜짝 선물이었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과거 러시아나 중국 정상 및 장관급 회담 등의 성과로 호랑이를 기증받았던 적은 있었지만, 이처럼 한국 대통령이 호랑이 후원자로 지정 받은 일은 처음이다.

(사)한국범보전기금은 한 달여에 걸쳐 문재인 대통령이 후원하게 된 호랑이 '페페'를 자세하게 탐사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 총리가 한국 대통령에게 호랑이 후원을 선물한 외교적 의미가 무엇인지 분석했다.

시베리아호랑이는 아무르호랑이, 백두산호랑이로도 불리는 한국호랑이와 같은 호랑이를 일컫는데, 북한, 극동러시아, 중국 동북부 접경지대에 500~600마리만 겨우 살아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국제 멸종위기종이다. 이렇게 국제적으로도 중요하면서 한국으로서도 오래 상징으로 삼아온 호랑이이기에 더욱 자세히 알아봤다.
 
 
'페페'는 2019년에 리스본동물원에서 태어난 수컷 호랑이다. 쇤브룬동물원에서 2008년 태어난 '이나'라는 암컷 호랑이와 맺어주기 위해 리스본동물원에서 쇤브룬동물원으로 오게 됐다. 그게 마침 문재인 대통령의 오스트리아 방문과 일정이 비슷하게 되었고, 외교적 관계로까지 이어졌다.

'페페'와 '이나'의 만남에는 깊은 의미가 있다. 유럽 동물원의 시베리아호랑이는 유럽동물원수족관협회(EAZA)에서 관리하는 서식지외 보전번식 프로그램(EEP, EAZA Ex situ Programme)으로 관리된다. 그 관리 방침에 따라 쇤브룬동물원에서는 '이나'와 자매 '카이라'가 태어난 이후 번식과 교배가 금지되었고 약 13년이 지나 드디어 '페페'와 이어지게 됐다.

'보전번식(Conservation breeding)' 프로그램의 목적은 사육 멸종위기 동물의 숫자를 무조건 늘리는 단순 '증식'이 아니라, 아종간 잡종 번식과 근친번식 방지, 유전적 건강성 유지, 동물복지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협력기반의 과학적 전략이기도 하다. 한국범보전기금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페페'와 '이나'의 가계도를 재구성했다.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에서 관리하는 아무르호랑이 국제 혈통대장(ISB, International Studbook)을 참고했다.
 

시베리아호랑이 '페페'와 '이나'의 가계도 (참고: International tiger studbook 2020 / 시각화: 김동윤) ⓒ 김동윤

  
수많은 난관을 뚫고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쇤브룬동물원에 '페페'가 오게 되었다. 그리고 수교 129년 만에 한국 대통령이 오스트리아를 찾았다. 좋은 기회가 겹쳤고, 오스트리아 총리는 이를 통해 여러 가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오스트리아 쿠르츠 총리는 1986년(호랑이띠)에 태어나 17세에 정치를 시작했다. 2020년 재임에 성공하면서 녹색당과 연정을 구성했는데 이는 유럽 전역에 걸쳐 녹색당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오스트리아 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런 쿠르츠 정권이 환경과 생물다양성 보전에 관심이 있음을 보이는 것은 중요 과제일 수 있다. 한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은 이를 보여줄 적절한 기회였다. 러시아나 중국 정상처럼 호랑이 기증을 선물로 줄 수는 없으나 시베리아호랑이 '페페' 후원자로 지정함으로써 멸종위기야생동물에 대한 관심도 환기시키고 호랑이를 선물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런 정상회담 결과는 2022년 호랑이의 해(임인년)에 맞이하는 한국-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협력사업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본 주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사)한국범보전기금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시베리아호랑이 보전에 대한 과학적 정보와 '페페'와 '이나'에 대한 소개가 실렸다. 직접 방문하여 취재한 오스트리아 쇤브룬동물원에 대한 안내도 확인할 수 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서식지 내/외 보전 프로그램과 그 관점에서 바라본 색다른 시각의 외교적 의미도 자세하게 읽을 수 있다.

(사)한국범보전기금은 한국호랑이와 한국표범을 보전하기 위해 러시아, 중국, 인도 등 국제협력을 통해 유전자연구, 고시료 추적 및 발굴, 밀렵 감시활동 지원, 교육 및 캠페인, 역사문화 복원 활동을 지속 중인 민간단체다(www.savetiger.kr).
덧붙이는 글 한국범보전기금 홈페이지와 글쓴이(김동윤) 개인 블로그에서 자세한 취재내용 및 분석결과를 업로드할 예정임.
#한국호랑이 #시베리아호랑이 #백두산호랑이 #문재인대통령 #오스트리아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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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과 그 보전을 위해 공부하고 연구하고 알리고자 활동하고 있습니다. 수의학석사 (계통지리 및 진화생물학) /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연구원 / 한국범보전기금 연구원 / 서울대학교 수의과학연구소 겸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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