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잘못을 뉘우치게 하여 주시옵소서"

[박도의 치악산 일기] 제13화 택시 기사의 말

등록 2021.07.12 10:11수정 2021.07.1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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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변공원에서 바라본 치악산 ⓒ 박도

 
지난 2월 원주역이 시 외곽의 새 역사로 옮긴 뒤 교통이 다소 불편해졌다. 그래서 시내버스보다 택시를 이용할 때가 이전보다 잦다. 그래서 원주에서 서울로 가는 차비보다 집에서 역까지 가는 택시비가 더 많다. 엊그제 택시를 타자 기사가 먼저 말을 걸었다.

"어르신, 코로나 백신 주사를 맞으셨습니까?"
"네, 2차까지 맞았습니다."
 

그 대화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코로나 얘기가 화제 중심이 됐다. 기사의 말이다.

"지구가 단단히 화가 났나 봅니다. 그동안 사람들이 아주 교만했잖습니까? 동식물을 마구 잡이로 못살게 하고, 사람이 편하고자 산이나 강, 등 자연환경을 좀 많이 파헤쳤습니까?"

기사의 말을 듣고 보니 모두가 옳았다. 아마도 그래서 지구는 그 경고로 코로나19를 인간 세상에 퍼뜨렸나 보다. 게다가 이즈음 바다나 강은 사람들이 버린 오물로 오염이 여간 심각치 않다. 산도 사람이 편하고자 터널을 뚫거나 산기슭을 잘라 길을 내느라 온전치 않다. 전국 곳곳에는 하늘 높은 줄 모르게 고층건물이 마냥 치솟고 있다.

사실 이 지상의 모든 사물은 원래 임자가 없는, 동식물 모두가 제 생애 동안 누리는 것인 데도, 사람들은 내 것이라 하여 금을 긋고, 한 개인이 과도하게 갖고는 동식물이나 가난한 사람들을 괴롭히거나 울리고 있다. 가진 이들은 이에 만족치 않고 더 많이 가지려 하고, 강대국은 약한 나라를 쉽게 제압하고자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는 데 여념이 없다. 그러면서 저희만 갖겠다고 '너희는 갖지 말라'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그 억지 논리에 약은 사람들은 좌고우면하면서 침묵하거나 동조하면서 떡고물을 챙기고 있다.

기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새 택시는 원주역에 도착했다. 나는 이전보다 훨씬 빠른 KTX 이음 호를 타고 49분 만에 서울에 도착했다. 곰곰 생각해 보니 나 역시 자연파괴, 환경 오염의 공범자다.

옛 사람들은 고개를 넘을 때마다 돌탑을 쌓고, 초하루 보름이면 장독대에 정화수를 떠놓고, 천지신명에게 빌었다. 우리 모두 대자연에 겸손해지지 않는 한, 지구의 노여움에서 피할 길이 없을 것만 같다. 나는 이 아침 향불을 피운 뒤, 천지신명에게 빌어본다.


"우리의 잘못을 뉘우치게 하여 주시옵소서."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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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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