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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상자의 '착한 손잡이',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서평] 책 '선생님 착한 손잡이가 뭐예요?'를 읽고

등록 2021.07.16 17:46수정 2021.07.1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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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오마이뉴스에서 도쿄에 갔을 때였다. 모노레일을 타고 이동하는데 손잡이의 길이가 들쭉날쭉했다. 키에 맞춰 골라잡을 수 있도록 디자인된 손잡이였다. 사람 편의에 맞춘 디자인이 참 신기했다. 십여 년이 지나 한국에서도 저상버스와 손잡이 길이가 다른 버스가 등장했다. 좀 더 편안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이 곳곳에 활용되고 있다는 증거다.
 

선생님, 착한 손잡이가 뭐예요? 세상을 바꾸는 생활 속 디자인 여행 ⓒ 철수와영희

 
<선생님, 착한 손잡이가 뭐예요?>는 생활 속에서 사람을 중심에 두고 디자인된 여러 변화를 통해 디자인의 중요성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책이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며 사람을 배려한 생활 속 디자인의 중요성을 알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더 효율적이고 사람을 중심에 둔 디자인을 생각해 세상을 바꿔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착한 손잡이'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기업은 처음 물건을 만들어 낼 때 사람을 중심에 두지 않는다. 좀 더 값싼 공정을 통해 이윤을 많이 남기는 방식으로 획일적인 디자인을 한다. 상자 디자인의 경우도 그렇다. 무거운 상자를 날라야 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손잡이가 없는 무거운 상자는 상자 밑 부분을 손으로 받쳐서 들어야 하고 허리에 많은 부담을 준다. 매일 수십 킬로의 무거운 상자를 수시로 들어야 하는 택배 기사나 마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늘 허리와 무릎, 손목 관절 통증에 시달려야 한다. 마트 노조와 우체국 택배 직원들은 상자에 구멍을 뚫어 손잡이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착한 손잡이가 탄생한 과정이다.
  

착한 손잡이 상자 구멍 뚫린 상자는 10퍼센트 허리 부담을 줄일 수 있다. ⓒ 우정국 제공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상자에 손잡이를 설치하면 허리 부담을 최대 10퍼센트가량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상자에 구멍을 뚫어 손잡이를 만들자는 제안은 처음에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시민 단체 등이 함께 요구하면서 우체국과 대형 마트가 이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드는 손잡이라 '착한 손잡이'라고 부른답니다. -14쪽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고 사람들의 생활을 더 편리하게 하며 위험을 줄이기도 한다. 일터나 거리의 안전 표시는 전 세계적으로 의무화되어 있고 모양과 규격이 표준화되어 있다고 한다. 어느 곳에 있든 사고와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터에 가면 다양한 안전 표시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금지' 표시와 '경고' 표시, 사전 예방을 위한 '지시' 표시와 '안내' 표시 등이 있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안전 표시는 의무화되어 있고 모양과 규격이 하나로 표준화되어 있습니다. -28쪽

선명하고 밝은 차도 유도선으로 충돌 위험을 막는 방법은 평범한 주부의 아이디어란다. 주요 교차로에 알록달록 선명한 색깔로 표시된 차선 덕분에 서울시 고속도로 교통사고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파리 스티커로 노벨상을 받았다고요?

혹시 남자 화장실 변기 위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본 적이 있는가? 그 스티커는 행동 관찰 실험용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실험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시작되어 세계적으로 퍼져나갔고 대한민국에도 등장했다고 한다.

남자들이 소변을 볼 때 변기 밖으로 소변이 흘러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변기 위에 파리 표적지를 붙이자 밖으로 흘러나오는 소변이 80퍼센트나 줄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파리를 조준했기 때문이란다.
 
놀랍게도 이 실험을 이끈 학자들은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작은 변화가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평소 익숙한 물건에 변화를 주어 사람들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바꿔 나간 것이지요. 이를 '넛지'라고 합니다. 넛지(nudge)는 옆구리를 툭 건드린다는 뜻의 영어로 여기서는 강제로 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만들어서 스스로 자연스럽게 행동을 바꾸는 것을 말해요. 이 '넛지' 이론을 연구한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 교수는 그 공로로 2017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답니다. -92~93쪽
 
삼양초등학교에서는 어린이들이 학교 교문을 바꿨고 학교 곳곳을 어린이들 스스로 디자인하며 바꿔나가고 있단다. 시작은 체험학습을 갈 때 교문이 좁아 학교 안으로 버스가 들어올 수 없는 불편함을 해결하려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삼각산과 소원을 적은 자갈을 넣은 연필 모양의 교문을 디자인했다. 의견을 모아 교문을 만들기까지 4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생활 속에서 느꼈던 불편을 바꾸려는 생각만으로 세상을 바꾸는 디자인을 할 수 있다. 페트병을 손쉽게 분리수거하고, 폐기물이 적어지도록 한 것도 아이들의 아이디어를 기업이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착한 손잡이, 마트 계산대의 의자, 도로의 그늘막, 동물 보호를 위한 생태 환경 통로, 어린이와 장애인을 배려한 계단과 문턱을 없앤 건물 등은 세상을 바꾼 생활 속 디자인이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자연과 다른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생각해 디자인한다면 모두 편안하고 편리한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선생님, 착한 손잡이가 뭐예요? - 세상을 바꾸는 생활 속 디자인 여행

배성호 (지은이), 김규정 (그림),
철수와영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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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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