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문학으로 소통하는 두 시인의 이야기

[인터뷰] 신금재 시인과 손귀례 시인

등록 2021.07.21 14:27수정 2021.07.2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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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닮은 사람들을 보게 된다. 외모나 성격이 닮았다고 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오늘은 비슷한 문학의 길을 걸으며 글 쓰는 일로 삶의 위안을 얻으며 다른 사람에게도 위안을 주는 두 시인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두 분 모두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에 종사하면서 수필가, 시인으로 20여 년 동안 문단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는 것 말고도 삶의 역경과 애환을 문학의 힘으로 극복해 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게다가 요즘은 사진문학을 접하게 되어 새로운 문학 장르를 선도해가는 디카시인으로서 그 열정과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20일에 서울과 캘거리에 각각 거주하는 두 분과 SNS로 소통하였다.

손귀례 시인은 어릴 때부터 선생님으로부터 '글솜씨를 보니 크면 시인이 되겠구나'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정말 시인이 되어있는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보며, 자신이 운영하는 논술학원에서 가르치는 제자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주는 이야기로 용기를 북돋아 주고 있단다. 미래의 훌륭한 작가, 시인이 배출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시를 쓴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돈도 안 되는 일을 왜 하고 있느냐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대해 손귀례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예술은 배고픈 직업이라고 하지요. 그러나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로 살겠다'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되기까지 많은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자연히 철학자가 되어가더군요. 그러다 보면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는 게 가치 있는 삶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다 결국은 '카르페디엠'으로 귀결되곤 했습니다."

신금재 시인은 유치원 교사로 일하며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쳤다고 한다. 그러다가 캐나다로 이민을 가게 되었는데, 가장 큰 걱정은 언어의 장벽이었다고 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가장 큰 위안이 되었던 것은 한인 문학단체에서의 활동이었단다. 글은 외롭고 힘든 이민 생활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말한다.


"캐나다 캘거리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했고, 아이들 돌보는 일을 하며 바쁘게 살았습니다. 그러면서도 틈나는 대로 글을 써서 수필집 한 권과 시집 두 권, 그리고 디카시집도 출간했습니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글을 쓰는 이유는 글을 통해서 큰 위안을 받으면서도 누군가와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는 말에서 손귀례 시인과 닮은 점을 발견했다. 손귀례 시인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뿐만이 아니라 많은 지인들에게도 문학 전도사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음은 손귀례 시인의 말이다.

"저는 초, 중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고력 논술' 프로그램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지식과 정보가 차고 넘치는 시대입니다. 인문학이 지성의 잣대가 되리라 봅니다. 중학생들에게 디카시 쓰는 법을 가르쳐 주었더니 단번에 이해하고 사진과 글을 합쳐 멋지게 한 편씩 완성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들은 학습능력이 뛰어납니다.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습니다. 학생들에게 사진문학은 숨 막힐 때 밖으로 난 창 같은 역할이 될 것 같습니다.

예술은 낯설게 보기, 뒤집어 보기가 기본인지라 융합과 창의적 사고를 훈련할 수 있습니다. 지인들에게도 글을 읽는 것 말고도 직접 써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진문학은 소통이 부족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원한 물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신금재 시인은 캐나다 토론토 문인협회에서 지금은 소천하신 석천 이상묵 선생의 소개로 디카시를 처음 알게 되었고, 인터넷 카페를 통해서 한국의 디카시인들과 소통하며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랜다고 한다. 여기서 신금재 시인의 향수 어린 디카시를 감상해 본다.
  

어머니의 한숨 ⓒ 신금재

 
어머니의 한숨 / 신금재

안으로 삭이고 견디어 낸 시간이
어느덧 뜸이 들어가면
허공을 바라보던 어머니의 눈길
흔들리면서 하얀 한숨 되어
휴우, 하고 쏟아내셨지


손귀례 시인의 디카시도 한 편을 소개한다. 아버지의 가슴 아픈 사연이 담긴 내용이다. 
  

주홍글씨 ⓒ 손귀례

 
주홍글씨 / 손귀례

평생을 따라다니던 붉은 낙인
아버지의 등골은 조금씩 삭아 내렸고
그 산에 느낌표 하나 세우고 끝이 났다


손귀례 시인은 이 작품에 대하여 이렇게 설명한다.

"아버지의 고향은 전북 진안, 인민군이 내려오면 주먹밥 챙겨준 게 죄가 되어 전주 교도소에서 2년을 복역하셨고, 그 탓에 취직도 할 수 없었노라며 큰딸인 저에게만 털어놓으셨습니다. 엄마도 모르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런 성장 과정이 저희를 더 단단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약자에게만 열리는 따뜻한 심장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글쓰기는 치유의 힘이 있습니다.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의 한을 조금이라도 풀어 드린 느낌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사진문학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시대 선비들도 글과 그림을 한 폭에 담아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음악에 뮤직비디오 즉, 이미지를 입히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봅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국경을 초월하여 즉각 소통할 수 있습니다. 문명의 이기는 양날의 칼이지만, 사진문학에 채운 단추는 정조 이후 제2의 르네상스의 단초가 될 것입니다."

한국과 캐나다에서 다르면서도 닮은 듯,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며 사진문학을 선도하는 두 시인의 모습을 살펴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급변하는 시대에 고리타분한 생각에 머무르는 것은 퇴보를 가져온다는 것이 그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녀들의 삶과 문학이 우리 사는 세상에 위안이 되고 희망의 빛으로 퍼져 나가기를 바란다.

- 신금재
시인, 수필가
서울 출생
2001년 캐나다 이민
시집 <내 안의 아이>, <당신이 그리울 때마다>
전자시집 <사슴의 법칙>, <빛의 화가>
캘거리 디카시연구소, 캘거리 문협, 캐나다 여류문협, 서울디카시인협회 정회원

- 손귀례
시인, 수필가
2001년 <한맥문학> 수필 등단, 2002년 <문학공간> 시 등단
중랑문인협회 이사.
수필집 <물음>, 시집 <뚜껑>, <옴파로스> 
공저 <꽃의 비밀> 등
논술학원 원장   
#손귀례시인 #신금재시인 #사진문학 #디카시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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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백 시인, 소설가, 소설미학 작가협회장 한국사진문학협회 대표, 문예지 계간 <한국사진문학> 발행인, 문예신문 <시인투데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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