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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폭염 걱정 잠시 내려두고, 해질 때 오세요

인천 바다 풍경 내려다 보며 유유자적... 만석·화수 해안 산책로의 매력

등록 2021.07.21 18:51수정 2021.07.2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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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석·화수 해안 산책로는 지난 5월 25일, 1단계 구간인 1.52km가 완성됐다. 삼미물류 주변으로 새로 조성된 해안 산책로는 '만석동 경로당'에서 '보세로(保稅路)'를 따라 서쪽으로 800여m 가면 만날 수 있다. 사진은 만석·화수 산책로 데크 전망대에서 시민이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 ⓒ 박수희


인간이 내뿜은 탄소 배출량이 도를 넘으면서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으며 전례 없는 폭염이 예고되고 있다. 아열대성 폭우와 불볕더위로 혼미한 와중에 코로나19는 변이바이러스로 더욱 강력해져서 돌아왔다. 코로나가 오기 전에는 휴가 생각으로 불쾌지수 높은 여름날을 하루하루 손가락 꼽아가며 버텨냈지만, 이젠 그런 소소한 즐거움마저 쉽게 행동에 옮기기 어렵다.

짙푸른 동해와 빛깔 고운 남해 속에 몸을 담기 어려워진 올여름, 어디에도 없을 독특한 인천의 바다 풍경을 한가롭게 눈에 담고 산책할 수 있는 곳이 새롭게 마련됐다.


인천은 바다에 면해있지만 정작 바다를 접하기는 쉽지 않은 도시다. 인천 구도심 북쪽 해안 일대는 일찍부터 산업화로 인해 엄청난 매립이 이루어졌다.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넓은 갯벌 위로 물이 들고 나던 구불구불한 해안선은 직선으로 펴지고, 섬은 깎여 메운 땅의 일부가 됐다. 새롭게 만들어진 땅 위에는 대단위 공장과 창고들이 들어섰고 사람들이 바다로 가는 길을 막았다.

그래도 인천 임해공업 단지에는 공장 사이사이로 오래된 포구들이 보석처럼 숨어있다. 물때가 되면 물고기를 실은 배가 들어와 배 위에서 파시가 열리는 북성포구, 낚시꾼을 태울 배들이 드나드는 만석부두, 직접 잡은 자연산 횟감을 파는 횟집들이 많은 화수부두는 '똥바다'란 말쯤은 아는 사람들이 찾는 여전히 아름답고 독특한 곳이다.
 

인천은 바다에 면해있지만 정작 바다를 접하기는 쉽지 않은 도시다. 인천 구도심 북쪽 해안 일대는 일찍부터 산업화로 인해 엄청난 매립이 이루어졌다. 사진은 만석·화수 해안 산책로 주변의 공장과 바다 모습. ⓒ 박수희

  

인천의 바다와 관련한 많은 이야기를 품은 만석·화수부두 일대는 지난해 11월부터 해안 산책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은 부두 풍경. ⓒ 박수희


인천의 바다와 관련한 많은 이야기를 품은 만석·​​화수부두 일대는 지난해 11월부터 해안 산책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총 3단계로 나누어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만석부두와 화수부두를 잇는 '만석·화수 해안 산책로' 총 4.72km 구간에는 해안 산책로, 자전거도로, 전망대 등을 설치해 시민들에게 열린 수변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5월 25일, 1단계 구간인 1.52km가 완성됐다. 삼미물류 주변으로 새로 조성된 해안 산책로는 '만석동 경로당'에서 '보세로(保稅路)'를 따라 서쪽으로 800여m 가면 만날 수 있다.

보세로는 통관을 위해 대기 중인 물건을 보관하는 보세창고들이 모여 있는 구역이어서 붙여진 도로명이다. 이 일대에는 보세창고와 다양한 물류창고, 조선소, 공장, 공구상가 등이 밀집해 있어 일반인의 발길이 닿지 않던 곳으로, 거대한 화물차가 달리거나 주차된 도로를 지나야만 바다를 만날 수 있다.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15번 버스를 타고 '만석부두' 정류장에 내려 보세로를 따라 꼼짝없이 10여 분을 걸어야 한다.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산책로 초입에 마련된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만석·​화수해안 산책로' 전망대에 올라서면 '작약도'로 불렸지만 원래 이름을 되찾은 '물치도'가 둥둥 떠 있고, 영종도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산책로가 시작되는 곳의 수로에는 다양한 형태들의 선박과 낡은 폐선이 정박해있어 묘한 항구 풍경을 그려낸다. 산책로를 따라 플랜트박스에 심어진 해송과 꾸지뽕나무들은 아직 앙상해서 햇빛을 가려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무럭무럭 자라나 짙은 녹음과 그늘막을 만들어 주길 기대해본다. 
 

만석·화수 해안 산책로 ⓒ 박수희

  

만석·화수 해안 산책로는 바다를 바라보며 코로나19로 답답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장소다. 사진은 산책길 데크 주변으로 보이는 공장지대와 가족들이 호젓하게 걷는 모습. ⓒ 박수희

 
전망대에 오르니 작약도·영종도가 한눈에

산책로를 따라 꺾어드니 파도 모양으로 쭉 뻗은 입체적인 나무 데크 길과 바다를 향해 나선형으로 감아올린 전망대가 눈길을 끈다. 두세 명이 함께 서면 딱 좋을 규모의 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에서는 '작약도'로 불렸지만 원래 이름을 되찾은 '물치도'가 둥둥 떠 있고, 영종도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리듬감 있게 이어지는 웨이브 데크 위를 걸으면서 바다를 바라보니 높이와 방향이 달라질 때마다 시선이 바뀌면서 눈에 담기는 풍경이 매번 새롭다. 망망대해나 기암괴석이 솟은 절경을 품은 바다와 달리 인천 구도심 바다에서 보이는 풍경은 인천 사람들의 노동과 삶이 담겨 있어 아름답다.

데크 길이 끝나는 곳에는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계단식 공간이 마련돼 있다. 조용히 앉아서 바닷바람을 맞고 바닷내음을 마시며 바다를 흠뻑 즐길 수 있는 아담한 공간이다. 산책로는 다시 90도로 꺾여 십자로를 따라 북성포구 쪽으로 향한다. 북성포구와 '십자(十字) 수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어 북성포구에 갈 때마다 바라보곤 했던 이곳에서 이제는 거꾸로 북성포구를 바라본다.

북성포구 깊숙이 바닷물이 드나들던 수로는 매립공사가 절반가량 진행 중이다. 둑을 쌓아 더 바닷물이 드나들지 않는 갯골에서 썩은 내가 진동한다. 공사가 끝나면 그만큼의 땅이 생길 것이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땅 면적이 넓은 도시 인천은 더 커질 것이다. 얼마나 더 커져야 매립은 끝이 나는 건지 궁금하다.

날씨가 흐려 멋진 석양을 보지는 못했지만, 저녁 어스름이 내리고 '개와 늑대의 시간'이 찾아오자 산책로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고 건너편 공장지대에도 불빛이 반짝인다.
  
북성포구를 바라보며 걷던 산책로는 좁은 골목길로 이어지고 처음 출발했던 지점으로 되돌아온다. 바다를 끼고 한 바퀴 도는 셈이다. 1.5km 남짓한 거리로, 천천히 숨을 고르기 좋은 산책로다.

아직은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한적해서 오롯이 바다를 느끼기에 좋다. 햇빛을 피할 그늘이 없어서, 해가 넘어가는 오후 늦게 산책을 즐기다가 일몰을 지켜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10월이면 인엑스 물류 주변을 중심으로 하는 2단계 구간 공사와 진입도로 개설공사가 마무리된다고 한다. 올가을에는 더 편리하게 더 많은 바다를 품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만석·화수 해안산책로 조성 조감도. 1단계는 지난 5월 완료됐고, 총 구간은 2028년 완료 예정이다. 만석·화수 해안 산책로 계획안. ⓒ 아이-뷰

  

만석·화수 해안산책로 조성 조감도. 1단계는 지난 5월 완료됐고, 총 구간은 2028년 완료 예정이다. 만석·화수 해안 산책로 계획안. ⓒ 아이-뷰


일몰 때 걸으면 더 아름다운 곳

만석·화수해안 산책로는 혹독한 코로나19와 여름 폭염에 지친 시민들이 한가롭게 산책을 하면서 인천 구도심의 앞바다를 새롭게 품어볼 수 있는 장소다.

1단계 마무리에는 아직 아쉬운 것이 많다. 화물차가 많이 다니는 진입도로도 그렇고, 편익시설과 화장실이 마련돼 있지 않아 만석동 경로당 근처에 있는 편익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반려견은 목줄을 착용하고, 배설물을 수거하고, 맹견인 경우 입마개를 착용하면 동반할 수 있다. 이곳에서 낚시 본능은 잠시 멈추어야 한다. 위반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이 기다리고 있다.

혹독한 코로나19와 여름 폭염에 지쳐있다면, 만석동 해안을 한가로이 산책하며 잃어버렸던 인천 구도심 앞바다를 새롭게 품어보자.
 
글· 사진 박수희 i-View 객원기자

 

만석·화수해안 산책로는 혹독한 코로나19와 여름 폭염에 지친 시민들이 한가롭게 산책을 하면서 인천 구도심의 앞바다를 새롭게 품어볼 수 있는 장소다. 사진은 산책로 야경. ⓒ 박수희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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