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윤석열 '주120시간 노동' 실제 발언은 더 충격적이다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지지율 하락 자처하는 본인의 입

등록 2021.07.21 13:02수정 2021.07.21 13:02
59
원고료로 응원
"아들, 딸, 사위는 굳건하게 큰일을 해달라."

불법 요양병원 개설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은순씨가 최근 가족의 구치소 접견에서 전했다는 당부다. 지난 16일 <국민일보>의 단독 보도였다.

아무리 유력 대선후보라지만 가족의 접견 당시 전한 말이 기사화된 것 자체가 의구심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장모 최씨가 전 검찰총장인 사위를 향해 '큰일' 운운한 것을 두고, '사위, 빨리 대통령 돼서 나 좀 꺼내줘'라고 촉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마저 나왔다.
 
a

지지자들에게 손들어 인사하는 윤석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은 자리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윤 전 총장이 "권력을 사유화하는 부패 정권의 약탈을 막아야 한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단 사흘 만인 7월 2일 최씨가 법정 구속됐다. 이른바 '처가 리스크'가 현실화됐다. 과거 검찰의 미심쩍은 불기소에 영향을 미쳤을지 모른다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윤 전 총장은 "엄정한 법 집행" 운운하며 유체이탈 화법의 논평을 내놨다.

아내 김건희씨의 국민대 논문들이 줄줄이 도마 위에 올랐고, 과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그에 앞서 '윤석열 X파일'이 논란이 됐지만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야권과 윤석열 캠프 측 모두 집권여당의 '공작 정치'로 맞불을 놨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언 정치'에 몰두하던 윤 전 총장이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돌입하기 전이었다.

정작 윤석열 X파일이나 처가 리스크만큼보다 파괴력이 큰 것은 윤석열의 입이었다. 코로나19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전국을 돌며 민생행보에 돌입한 윤 전 총장 본인의 갖가지 발언이야말로 최근 지지율 하락의 일등공신인 것처럼 보인다. 고소·고발 사건을 포함한 처가 리스크를 우려했던 이들조차 윤 전 총장 본인의 자질과 윤석열 캠프 전체의 미숙함을 문제 삼기 시작한 것이다.

대통령 후보의 철학

따지고 보면, 처가 리스크도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다. 그러한 법적, 도덕적, 상식적 위험 요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정작 대선후보가 어떻게 대처하느냐를 따지기도 하니까. 보수야당이나 윤 전 총장 측 모두 연좌제를 걸고넘어진 것 또한 그런 맥락 아니겠는가.

반면 하루에 한 번씩 사고(?)를 치고 논란을 자처하는 '윤석열의 입'은 아예 근본부터 다르다. 후보 본인의 철학이야말로 대선공약은 물론이요 향후 국정운영의 근간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세금 걷어 나눠줄 거면 안 걷는 게 제일 좋다"는 윤 전 총장의 발언에 "그럼 밥은 뭐하러 먹나"란 비난이 쇄도한 것은 비단 시작일 뿐이었다. 단순히 '워딩'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어진 윤 전 총장의 행보는 말 그대로 '검찰총장 시즌2'와 다름없었다. 현실적인 정책이나 대안을 내놓기는커녕 현 정권의 실정에 칼을 휘두르는 검사의 모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얘기다.

최근 논란이 된 <매일경제> 인터뷰 속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을 보자. 20일 대구 서문시장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윤 전 총장은 스타트업 청년들의 목소리와 문제의식을 전달한 것이라며 "주 120 시간을 근무하는 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한 이야기다. 제게 그 말을 전달한 분들도 '주 52 시간제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는데 따른 현장의 어려움'을 강조한 것이지 실제로 120시간씩 과로하자는 취지가 전혀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a

<매일경제> 유튜브 채널(레이더 P)이 공개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인터뷰 영상에서 ⓒ 레이더P

 
하지만 <매일경제> 유튜브 채널(레이더 P)이 공개한 실제 인터뷰 영상 속 윤 전 총장의 발언은 그 결이 달랐다. 현 정부의 주 52시간 정책과 관한 물음에 윤 전 총장은 "청년세대 스타트업 만났는데, 거긴 최저임금을 걱정 안 한다. 왜냐하면 화이트 칼라고 프로페셔널한 이들"이라고 소개한 뒤 이런 설명을 이어갔다. 공감은 물론 자기 확신이 담긴 답변이었다.

"자기네 같은 스타트업들은 예외 조항을 둬가지고 근로조건에 대한 당사자 합의와 근로자들이 근로조건을 선택해야 하는 거 아니냐(하더라). 주 100시간이든 200시간이든 (노동시간을) 쓰되, 연간 전체, 또는 6개월 단위로만 해 줘도. 뭐 하나, 게임 하나 개발하려고 하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24 곱하기 7이면 얼마야 168이잖아. 주 120시간을 일해야 한다는 거다. 그러고 한 2주 바짝 (일) 하고 노는 거지.

정부가 주 52시간을 하게 된 이유는 그렇게 해 놓으면 일자리가 막 생긴다고 생각하는 거다. 근데 일자리 증가율이 0.2%밖에 안 된다. 일자리 증가라는 정책 목표를 타깃으로 한 정책으론 실패한 거다."


신작 출시를 앞두고 직원들을 갈아 넣는 방식으로 인해 질타를 받아 온 게임 업계나 IT 대기업들의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봤다면 나올 수 없는 발언이다. 윤 전 총장의 해명과 달리 전근대적이고 친기업적인 노동관은 같은 인터뷰에 또 등장한다.

일자리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윤 전 총장은 미국 법을 예로 든 뒤 "미국은 민권법(Civil Rights Act)에 따라서 차별만 아니면 언제든지 해고가 가능하다. 민권법에 관한 차별만 아니면 (노동자들이) 해고 무효소송 이런 것도 안 한다"며 이런 철학을 늘어놨다. 이른바 '쉬운 해고' 정책과 다를 바 없었다.

"게으르고, 저성과자라든지, 또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인력을 감축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거다. 회사가 기존 사업을 없애고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구조로 개편할 땐 거기에 맞춰서 정당하게 보상하고 바꾸고 하지 않으면 어떻게 사업을 하나.

회사가 사업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일자리는 저절로 나온다. 일자리는 세금 가지고 만드는 게 아니고 기업이 만든다. 4차 산업혁명에서 제도와 교육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정부가 나서서 혁신 안 해도 된다. 과도한 규제만 완화가 되면 알아서 혁신이 된다."


과연 '공부'로 될 것인가

민권법과 같은 법률 용어를 들먹인다 해도 본질을 감출 수는 없는 법이다. 윤 전 총장은 이처럼 일자리 문제 해결 방안을 물으니 기업 입장에서 '쉬운 해고'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질문의 의도와도 한참이나 동떨어진 답변이니 평소 철학이라 봐도 무방해 보인다. 이와 '주 120시간 노동' 발언에 담긴 노동자를 바라보는 전근대적인 시각이 꽤나 닮아 있지 않은가.

일각에선 이 같은 발언이 지지율 하락에서 온 다급함의 발로라는 해석도 나오는 모양이다. 과연 그럴까. 최근 글로벌 IT 대기업의 본산인 미국 민주당 상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합작품이라고 일컬어지는 인프라 예산에 합의했다. 사회 안전망 등을 강화하기 위해 10년간 3조 5천억 달러를 조달하는 미 정부·여당의 예산안이 가시화된 지금, 윤 전 총장의 소위 '쌍팔년도' 노동관은 '공부'를 통해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일까.

20일 대구를 찾은 윤 전 총장이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세를 두고 "대구를 봉쇄해야 된다는 그런 참 철없는 미친 소리까지 막 나오는 그 와중에, 대구의 시민들의 상실감이 컸을 것"이라며 "다른 지역이라면 민란이 일었을 것"이란 시대착오적인 지역차별 발언을 내놓은 것 또한 같은 맥락 아니겠는가.
댓글5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하기자, 하작가. 브런치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AD

AD

인기기사

  1. 1 명절 거부한 며느리에게 시아버지가 건넨 뜻밖의 말
  2. 2 "아기 춥겠다" 추석에 또 이 말 들을까봐 두렵다
  3. 3 양세형이 윤석열에 물었다 "대통령만 보면 싸우고 싶나?"
  4. 4 "고인은 하루 200kg 짐을 짊어지고 5만 보를 걸었다"
  5. 5 김일성대학으로 간 아버지, 남한에 남은 가족의 선택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