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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들이 예측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미래

[아이들은 나의 스승] '120시간 노동' '민란' 등 망언 퍼레이드에 아연실색

등록 2021.07.22 18:25수정 2021.07.2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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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0일 낮 대구 서문시장에서 상가연합회 회장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조정훈


아이들의 배움이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건 고작 수험용 지식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학교에서 배운 건 시험이 끝나자마자 머릿속에서 깨끗이 '포맷'이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사회에 나가면 별 쓸모가 없다는 자조 섞인 표현이다.

아이들을 줄 세워 등급을 매기는 시험이 없다면 과연 학교는 존속될 수 있을까 반문하는 동료 교사도 많다. 시험은 그들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이야기다. 수능 다음 날 찢긴 교과서와 문제집이 폐지처럼 널브러진 고3 교실의 풍경이 이를 방증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세상살이를 배우고 깨닫는 진짜 학교는 어디일까. 그들의 손에 쥔 스마트폰이나 가방 속 태블릿 PC가 학교다. 그곳에서 시시각각 쏟아져나오는 수많은 정보를 통해 사회를 들여다보고 세상 물정을 파악한다. 그것들은 교과서 내용보다 재미있기까지 하다. 

요즘 아이들끼리 모이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꺼내는 이름이 있다. 바로 윤석열. 기성세대끼리 나누는 대화 주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정치에 아예 무관심한 아이들조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종일 포털에 그의 이름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대권을 향한 욕망의 원천

"힘 있는 자들의 권력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이 윤석열의 행보를 통해 얻은 첫 번째 깨달음은 이것이었다. 그들은 선출직이 아닌 공무원 중에선 검찰총장이 가장 높은 자리로 알고 있다. 위세가 장관이나 국회의원을 넘어 대통령과 어슷비슷한 직책이라고 생각한다. 전국의 서슬 퍼런 검사들이 전부 부하 아니냐는 거다.

검찰총장의 임명권자가 대통령이라는 반론에 한 아이는 비웃듯 반박했다. 일선 검사들이 대통령과 검찰총장 중에 누굴 더 두려워하겠느냐고 되물었다. 비유컨대, 5.16과 12.12 등 현대사의 군부 쿠데타도 일선 군인들이 대통령보다 직속 부대장을 더 두려웠기 때문 아니냐는 거다.

그는 특수통임을 뽐내며 두 전직 대통령을 옥에 가둘 만큼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고, 그로 인해 연예인 못지않은 지명도를 얻었다. 조국 전 장관과 가족에 대한 수사로 많은 언론이 자신의 편이라는 것까지 확인했다. 그렇게 조성된 여론에 급기야 대선 출마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검찰을 군대에 비유한 아이는, 법적으로 제어되지 않는다면 검찰총장이라는 자리는 더 큰 권력을 탐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주장을 폈다. 윤석열 개인이 아닌 조직의 태생적 한계라는 이야기다. 그저 윤석열의 권력욕이 검찰 조직의 폐해를 더욱 도드라지게 했을 뿐이라는 뜻이다. 

그의 대권을 향한 욕망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이른바 '반문 정서'에 기댄 여론의 압도적인 지지가 그가 대선 후보로 나선 결정적 계기였다는 점엔 아이들 모두 동의했다. 하지만 검찰총장에서 대통령으로 직행하려는 그의 남다른 권력욕을 그것만으로 설명하긴 힘들다고 했다. 

"서울대 법대 출신에다 사법고시 '9수'의 경험이 권력욕의 원천이라고 봐요."

한 아이의 생뚱맞은 진단에 모두가 기다렸다는 듯이 맞장구를 쳤다. 그는 자타공인 우리 사회 최고의 엘리트다. 아이들은 그의 이력에 '넘사벽'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의 부모님 모두 내로라는 명문대의 교수였고, 자신 역시 당시 최고의 학부였던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신라 때로 치면 성골인 셈이다.

명문 가문 출신에 서울대 법대 졸업, '9수' 끝에 사법고시에 합격한 감동 서사에다 여론의 압도적 지지까지, 그는 모든 것을 다 가졌다. 그러나 그의 대통령 당선을 예측하는 아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모두가 그를 부러워했지만, 대통령의 자질은 갖추지 못했다고 잘라 말했다.

충격적인 발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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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0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하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가 대통령 '깜'이 아니라고 단정하는 근거는 최근 그가 쏟아낸 황당한 말들이었다. 당장 수준이 너무나 저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처음엔 자극적인 기사로 도배하는 '기레기' 언론의 문제라고 여겨 설마 했다고 한다. 그를 흠집 내려는 모함으로 여겼던 거다.

부러 그를 두둔하는 언론 기사를 찾아 읽었다는 아이도 있었다. 그랬던 만큼 '망언 퍼레이드'에 충격이 컸단다. 하지만 언론에서 말하는 평판과 분석을 곧이곧대로 믿진 않는다고 했다. 몇몇 아이들은 그의 발언 중 '단어'에 주목하기보다 '행간'과 '배경'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주당 120시간 노동 발언'을 사례로 들었다. 120이라는 숫자에 연연하기보다 그가 과로 사회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한 이유에 대해 한 걸음 더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한 아이는 평생 검사로 살아온 그가 검사의 업무를 기준 삼아 전체 노동 현장을 이해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구 민란 발언'도 마찬가지다. 그의 입만 쳐다보는 기자들 앞에서, 대구 시민의 코로나 대응을 칭찬하기 위해 애꿎은 다른 지역을 폄훼하는 실언을 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아이들은 굳이 맥락상 필요 없는 '미친 소리'라는 거친 표현을 스스럼없이 했다는 점에 더 주목했다. 욕설에 가까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덧붙이는 그의 발언 스타일을 두고 아이들은 '검사스럽다'고 말했다.

그들이 첫손가락에 꼽은 건 단연 '세금 발언'이었다. '전 국민에게 나눠줄 거라면 세금은 왜 걷느냐'는 그 발언. 되레 '세금을 걷어 전 국민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도록 나눠주는 게 국가의 역할 아니냐'며 황당해했다. 세금의 기본도 모르고 검사 일을 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발언 논란에 그칠 게 아니라, 그럼 세금은 왜 걷는지에 대한 그의 답변을 듣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의 머릿속엔 세금은 나쁜 것이고 무조건 피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굳어져 있는 것 같다고 의심했다.

재정 정책에 대한 이해가 태부족한 그와는 달리 가족들은 이재에 밝았다. 그의 가족들이 돈에 관련된 온갖 비리에 연루된 게 가장 큰 결격 사유라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건 연좌제라고 꼬집었더니, 그렇다면 형의 비리로 덤터기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뭐냐고 되레 반문했다. 

나아가 그는 자신과 가족의 청렴이야말로 대통령의 첫 번째 조건이라고 잘라 말했다. 도덕성이 전제되지 않는 능력이라면 차라리 무능이 낫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선례처럼, 필연적으로 국가의 이익을 앞세우기보다 제 잇속만 차리는 데 권력을 남용하게 된다는 거다. 

대화가 끝나갈 무렵, 한 아이가 느닷없이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윤석열의 출마가 가져온 '공'에 대해 인정해야 한다며 말을 자르고 나섰다.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라는 검사들의 수준을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됐다는 거다. 검찰총장이라면 검찰을 대표하는 수장 아니냐면서.

'무지'와 '극우'

스마트폰을 켤 때마다 맨 첫 줄에 보이는 이름, 윤석열. 어느새 그는 아이들 사이에서 정치인 중에 문재인 대통령 다음으로 유명한 사람이 되었지만, 날이 갈수록 '오명'으로 덧씌워지고 있다. 덩달아 그가 몸담고 있던 검찰까지 아이들로부터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공정'과 '법치'의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무너져 '무지'와 '극우'라는 이미지로 대체돼버렸어요.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건 한순간이죠. 지금 우리 또래 중 윤석열을 지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나쁜 선례로 남아, 앞으로 검찰 출신 정치인들에게도 타격이 있지 않을까요?"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던 시가 하나 있다. 국어와 한국사 교과서에 수록된 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 고구려의 명장 을지문덕이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보내는 시다. 패퇴하는 수나라 장수를 조롱하는 반어적인 내용이다. 
 
神策究天文(신비한 방책은 천문을 꿰고)
妙算窮地理(기묘한 꾀는 지리를 다하네)
戰勝功旣高(싸움에 이겨 공이 이미 높으니)
知足願云止(만족함을 알고 멈추기를 바라노라)

사족. 대화를 나눈 아이들은 내년이면 선거권을 갖는다.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기성세대의 그것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외려 편견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생각지도 못한 면을 일깨워줄 만큼 엉뚱하면서도 순수하다. 그들은 국민의 대표자를 선택할 충분한 역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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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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