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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국가 되고 있어" 프랑스인 남편이 침울한 이유

보건패스 확대 움직임에 확연히 갈린 여론... 반대시위 동시에 백신접종 예약 사이트 폭주

등록 2021.07.24 11:27수정 2021.07.2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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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3일(현지시각) 파리 인근 롱주모에 있는 ‘모성과 아이 보호기관’(PMI)을 방문한 뒤 기자들에게 말을 하고 있다. 2020.9.23 ⓒ 연합뉴스


프랑스인인 남편의 안색이 최근 굉장히 어두워졌다. "프랑스가 완전히 독재국가가 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언론보도를 주목한다. 옆에서 그 내막을 찬찬히 더듬어봤다. 과연 나조차도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를 위한 국가적인 시도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엠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보건패스(백신접종 증명서, 또는 48시간 이내 발급된 코로나19 검사 음성 결과 또는 항체보유자 인증) 확대 적용, 의료업계 종사자 백신 접종 의무화를 통해 팬데믹 재발에 대처하자고 선포했다.

프랑스의 행정은 느긋한 편이라고 익히 들어왔기에 '대통령이 말만 이렇게 했을 뿐, 결정되려면 또 오래 걸리겠지'라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본격 시행 시점이 생각보다 굉장히 빨랐다. 이미 지난 21일부터 영화관이나 공연장, 놀이공원 등 50명 이상 모이는 다중시설에 출입하려면 보건패스를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8월 초부터는 대중교통이나 쇼핑몰, 식당 등으로 적용 대상을 아주 광범위하게 확대하려 하고 있다. 백신의 경우 2차접종 백신이라면 2회 모두 맞아야만 접종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의료인의 경우 9월 15일까지 백신 접종이 의무화되는데, 미접종시 급여를 받지 못하거나 해고당하는 등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게 된다. 코로나19 PCR 검사는 현재 무료지만 조만간 유료로 전환될 예정이다. 백신 접종 대신 지속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음성 결과를 제시하는 이들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한 셈으로 보인다. 

불도저 방역에 폭발한 시민들 "보건 독재"

이 내용을 접하자마자 나 또한 남편만큼 놀랐다. 프랑스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상징인 나라가 아닌가! 그런데 대통령이 앞장서서 '백신을 안 맞으면 직장에서 잘라버리겠다'고 겁박을 한다니, 그리고 이게 곧 법제화될 수 있다니. 당연히 반대 시위는 일어나고 있었다. "김정은보다 더한 독재자가 마크롱"이라며 내 몸과 건강에 대한 자유와 권리를 국가가 박탈하는 일은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백신 접종을 권장할 수야 있지만, 강제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보건 독재(sanitary dictatorship)'란 용어가 지난해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이후부터 빈번하게 거론되고 있다. 초기엔 백신 접종을 반대하는 그룹이 주로 사용해오던 용어였다. 하지만 요즘엔 백신 자체를 반대하진 않더라도, 이를 의무화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에 반발하는 이들도 함께 입에 올리는 용어다. 보건 이슈, 건강을 핑계 삼아 국민을 의도대로 통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독재를 구현해낸다는 것이다.

백신 접종 의무화에 대한 반대 논리의 가장 주요한 근거는 이 조치의 근본적인 철학에 대한 의문이다. 타인의 기본권마저 통제하는 정책은, 혁명을 통한 자유 쟁취의 역사를 자랑스러워하고, 2차대전 경험과 함께 독재를 알러지처럼 싫어하는 프랑스인에겐 부당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 여권 자체가 차별의 도구로 기능한다는 점은 평등의 가치를 중시하는 이들에겐 근본적인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 밖에 과학적으로 봐도 큰 진전이 있겠냐는 의문 또한 존재한다. 빠르게 전염되고 있는 델타변이 바이러스는 현재의 백신으로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볼 때 그 한계가 명확하며, 경험적으로도 이미 백신 접종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던 영국과 이스라엘의 확진자 재급증 사례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술 더 떠, 마크롱 대통령은 보건패스를 제시하고 출입하는 여가 및 문화시설에서는 마스크 미착용을 허용하는, 완전히 상반된 인센티브를 준다고 한다(대규모 시설에서는 마스크 착용 조치 유지). 이미 세 번의 자가격리 생활에 이력이 난 프랑스인 입장에서는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설득 당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미접종자에게는 해고도 서슴지 않으면서, 백신의 델타변이 및 다른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효과가 완전히 보장되지 않는 와중에 접종자에겐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혜택을 준다니... 의료인이 아닌 나조차도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한편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예측은 쉽지 않다. 일단 마크롱 대통령이 기대했던대로, 이번 발표는 국민의 백신 접종을 확실히 가속화시켰다. 대국민담화 직후 백신 예약 웹사이트는 폭주했고, 5일만에 300만 명이라는 전례없는 기록을 달성했다. 한쪽에서는 보건패스에 반대하는 거리 집회가 확산하고 있다.

법안 통과 가능성을 보자. 대통령이 발표한 이번 대책은 결국 국민의회(하원)와 상원에서 동의를 얻어야 하고, 아마도 헌법재판소의 검토를 거치게 된다면 만일 이게 의회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현실적인 적용은 대통령이 원하는 시기보다 연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보수당 의원은 대부분 법안에 찬성하는 추세인 한편, 반대 의견을 내거나 법안 자체의 헛점을 지적하며 수정을 요구하는 의원도 상당하다. 하지만 법안 자체에 강하게 반발하는 당은 LFI(복종하지 않는 프랑스) 뿐이라 이 분위기에서는 의회 통과가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다.  

한편에선 "운전자에게 안전벨트 매게 하는 게 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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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프랑스 어린이가 지난해 4월 코로나19 여파로 텅 빈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을 지나고 있다. ⓒ 연합뉴스/AP

 
여론도 확연히 갈린다. 남편은 이번 조치에 대해 주변 프랑스 친구와는 비슷한 의견을 주고 받지만, 자기 부모님은 조금 생각이 다를 거라고 이야기를 건넸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남편이 부모님과 화상통화를 나누는 동안 몇 가지 의견을 여쭤봤다.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각각 백신을 2차, 1차 접종한 상태다. 

일단 부모님 두 분 다, 다시 한 번 놀랍게도 이번 마크롱 대통령의 보건패스 정책에 대해 거부감이 거의 없었다. 어머니는 10점 만점에 8점, 아버지는 8.5점을 주셨고, 두 분 모두 그 이유는 이전의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싶고, 그러려면 우리가 가만히만 있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현재로서 방법은 백신밖에 없다는 것. 어머니는 사실 백신 접종이 시작될 당시, 안전성에 대해 의문을 품고 이에 약간 거부감을 가지셨던 분이다. 하지만 여러 매체를 통해 전문가의 의견을 들은 뒤로 안전성에 대한 믿음도 강해졌고 무엇보다 지금의 팬데믹 사태에서 벗어날 방법은 백신 뿐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씀이셨다. 

게다가 두 분 모두 백신 반대 시위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하지 못하며, 마크롱 정부를 불신하는 사람들이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해 그런 집회를 여는 것 같다고도 말해서 정말 다양한 의견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조치가 독재라는 측면은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운전할 때 안전벨트를 매게 하는 게 독재는 아니지 않냐"라고 반문했다.

의료인 백신 의무화에 대해서는 조금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설득의 과정이 짧았고, 특히 백신 미접종자는 해고를 한다는 부분이 좀 심한 처사라고 했다. 어쨌든 프랑스 자유 쟁취의 역사와 좀 더 가까이 있는 분들이 지금의 정책에 전반적으로 찬성하는 걸 보니, 여러 번 반복된 격리 생활로 인해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지쳐있는 시민의 절박함이 여기까지 올라온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일단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보건패스 확대는, 마크롱 대통령은 8월부터 시행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진행 중인 의회, 그리고 아마도 뒤따라올 헌법재판소 절차가 종료돼야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이다.

시부모의 의견을 듣기 전까지는 당연히 이런 법이 프랑스에서 통과할 리가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이번에 대화를 나누고 나서 백신 유보론자가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였던 프랑스가 조만간 가장 급진적인 백신 정책의 선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나라야 아마도 백신을 맞고 싶어도 못 맞는 처지에 놓인 사람이 많다 보니 똑같은 갈등은 없지만, 이미 어린이집 등의 개별 단위에서 백신 미접종으로 인한 보육교사 해고 사례가 발생했다. 이번 프랑스의 결정은 무엇이 되든 많은 국가에 적지 않은 함의점을 주리라는 생각이 든다. 자유의 여신 마리안느는 끝내 미소를 짓게 될 것인가? 주의깊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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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만들기와 글 쓰기를 좋아하는 여행 가이드. 포토그래퍼 남편과 함께 온 세계를 다니며 사진 찍고, 음악 만들고, 글 써서 먹고 사는 게 평생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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