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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말 40% 지지율 '부끄럽다'는 <동아>, 참 딱하다

칼럼 내용 꼼꼼히 따져봤더니... 누리꾼 "열폭이라 부르기로 했다" 일침

등록 2021.07.23 18:55수정 2021.07.23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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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1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대통령 지지율이) 40% 초중반이라는 이야기는... 5년 차 2분기 때 전임 대통령 지지율은 대부분 20%대 이하였습니다. MB가 25%,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4%, 한국갤럽기준입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26%였고요.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7%, 그리고 노태우 전 대통령 12%였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5년 차 때는 퇴임하고 없었기 때문에 지지율이 없는데." (13일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중)

역대 대통령 5년 차 지지율에 비해 월등히 높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 대해 이 대표는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레임덕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이란 중평을 소개한 뒤 "30% 초중반만 해도 굉장히 높은 지지율일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 예상 밖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부연한 바 있다.

맞다. 8월 들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 중이다. 40% 중반은 기본이다.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업체는 지난 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7월 3주차 전국지표조사(NBS)를 실시해 22일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 비율은 46%에 달했다. 전 주(45%)보다 1%p 상승했다. 해당 조사만 보면, 무려 5월 4주부터 9주 연속 40%대를 유지 중이다.

이택수 대표 말마따나, 다른 여론조사 기관의 7월 3주차 조사 또한 40% 초중반을 기록했다. 해석은 다양하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도리어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 및 결집을 끌어냈다거나,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에 따른 컨벤션 효과라는 분석은 기본이다.

일각에선 델타변이 확산 등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애초 정부가 계획했던 11월 집단면역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방역당국을 향한 국민들의 힘 실어주기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적어도 지금과 같은 추이가 계속된다면 역대 최초 '레임덕 없는 대통령'의 탄생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숫자는 거짓말을 못하는 법이다. 지난 16일 <조선일보> 또한 여론조사전문기자 겸 데이터저널리즘팀장이 작성한 <코로나 확산때마다 文대통령 지지율 올랐다>에서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여권 지지층이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결집하는 것 같다"며 "거리 두기 강화 등 방역 조치에 대해서도 찬성이 높다"는 여론조사업계의 분석을 전하기도 했다. "매직에 가까운 현상… 조사 일관성 있는지 점검 필요"란 전제를 달긴 했지만 말이다.

앞서 지난 5월 말 <조선일보>는 '백신을 맞읍시다' 캠페인을 시작하며 일종의 '태세 전환'을 도모한 바 있다.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가히 저주에 가깝게 불안과 공포를 조장해왔던 매체가 180도 돌변, 백신 접종 독려에 나선 것이다. 하루아침에 논조를 뒤집는 '조선'과 같은 매체로선 작금의 높은 문 대통령 지지율이 '매직'으로 느껴질 법도 해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무한의 상상력을 발휘한 매체가 있었다. 바로 <동아일보>였다.

걸작 칼럼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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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3일자에 실린 '임기말 40%대 지지율, 자랑거리 아니라 부끄러운 거다' 칼럼 ⓒ 동아PDF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했다. 제목부터 걸작이다. <동아일보>의 이기홍 대기자는 23일자 <임기말 40%대 지지율, 자랑거리 아니라 부끄러운 거다> 칼럼을 "그렇게 해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한다 한들 역사에선 패자가 될 뿐이다"란 문장으로 끝맺었다. 전문가들도 '매직'에 가깝다는 임기말 40%대 지지율이 어째서 '역사의 패자'라는 걸까. 어쩌다 이런 '반어법'(?)이라 해도 믿기 힘든 주장이 나왔을까.

<동아일보>는 "문재인 정권 들어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행태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최근 빈도가 더욱 잦아지고 있다. 최근 보름간 사례 몇 개만 추려봤다"고 칼럼을 연 뒤 ▲ 지난 6, 7일 KDI(한국개발연구원)가 개최한 '문재인 정부 4년의 여정' 국제 컨퍼런스 ▲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 ▲ 지난 3일 민주노총의 대규모 도심 집회를 예로 들었다. 요는 이 세 사례가 "오로지 지지 세력에만 집중하는 진영정치의 파생물"이라는 주장이었다.
 
지지 세력만을 염두에 둔 채, 그들의 머릿속에 '성공한 정부'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만을 목표로 삼으니 안면몰수하고 용비어천가를 불러댈 수 있다. '성공 정권' 스토리라인의 핵심 소재가 방역이므로 사과는 안 한다. 민노총 같은 핵심 고객을 화나게 할 행동도 결코 안 된다.

이 대목에서 많은 이들이 의아해하는 임기 말 40%대 지지율의 비밀도 풀린다. 이는 두 가지 요인으로 설명 가능하다. 첫째는 지지 세력에 영합해온 진영정치의 효과이고, 둘째는 한국 사회 구성의 변화 덕분이다.

먼저, 팩트 체크를 간단히 해 볼까. KDI 해당 콘퍼런스의 면면을 살펴봤다. "복지 개혁 평화 등의 과제들이 다 이뤄졌다고 결론을 지어버린 셈인데, 낯 뜨겁지 않았을까?"란 이 기자의 주장과 달리 '한국판 뉴딜과 미래를 여는 정부'와 같은 세부 세션 제목은 그저 제목일 뿐이다. 실제 콘퍼런스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면면이나 핵심 주장은 일방적인 '정부 찬양'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일례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교수는 정부여당 비판으로 유명한 진보 역사학자다. '제3세션 : 공정사회와 권력을 개혁한 정부'에 참여한 그는 "현 정부 들어 한국의 청렴도가 높아진 것은 고무적인 사실이나 여타 아시아 국가(일본, 싱가포르, 홍콩)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청렴도 제고를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쓴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여타 전문가들의 진단과 평가 역시 대동소이했다.

쉽게 말해, 정부 정책에 대한 갖가지 진단과 평가가 오가는 어쩌면 흔하고 지루할 법한 국제 콘퍼런스를 <동아일보>가 세션 제목(조차 평이한)만을 놓고 오독하거나 과장했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는 얘기다.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는 어떤가. <동아일보>의 주장대로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할 사안인가. 이에 대해선 국민들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23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청해부대 부대원들이 건강하게 임무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며 "걱정하실 가족들에게도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에 가까운 유감을 표명했다.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이런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군 당국을 질타한 바 있다.

이 정도로는 부족한가. "유체이탈 화법에 비난이 쏟아질 것이라는 판단을 못할 정도로 청와대가 정무 감각을 잃은 걸까?"는 <동아일보>의 주장이 과한 것 아닌가.

<동아일보>의 결정적인 오독은 "정부와 경찰은 역시나 민(주)노총 집회에 이중잣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세 번째 대목이었다. 정부와 경찰은 해당 집회에 대해 수차례 엄정한 법집행을 경고한 바 있다. 김부겸 총리와 정은경 질병청장이 민주노총 지도부를 찾았지만 이른바 '문전박대' 받는 영상이 실시간 중계되기도 했다.

여론도 우호적일 리 없었다. 집회를 강행한 것도 모자라 확진자까지 발생하면서 민주노총을 향한 여론은 더 악화됐다. 정부와 경찰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23일 오후 민주노총이 강원도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앞에서 집회를 강행한 것이다. 여론의 비난은 물론 지역 주민들의 원성을 샀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도대체 어딜 봐서 세 사례가 "진영정치의 파생물"이란 공통 키워드로 관통된다는 건가. 또 "한국사회 구성의 변화 덕분"이란 근거는 무어란 말인가. 이에 답하기 위해 해당 칼럼은 이제부터 코미디를 방불케 하는 논지를 펼치기 시작한다.

안타까운 '열폭'
 
진보좌파 네트워크는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커졌다. 민노총은 2016년 65만9000명에서 2019년 105만 명을 넘어섰다. 전교조를 비롯해 거대 노조들의 조직력은 2000년대 초반을 가내수공업시대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강화됐다.

시민·민주 등의 수식어를 붙인 단체도 급팽창했다. 서울의 경우 2016~2020년 3339곳의 단체가 공모사업 수주, 위탁운영 등 다양한 외피로 7111억 원의 예산을 박원순 서울시로부터 지원받았다(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실 자료). 가족까지 합치면 '대깨좌'(머리가 깨지는 한이 있어도 좌파정권 지지) 고정표가 수백만은 될 것이다.

전형적인 색깔론이다. 먼저 노동조합 관련 문제제기는 '노조=좌파=문재인 정부'란 낡은 공식의 재탕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9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 자료에 따르면, 급단체별 조직현황은 민주노총 104만5000명, 한국노총 101만8000명, 공공노총 4만8000명, 선진노총 1만9000명, 전국노총 1만5000명 등이었고, 상급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미가맹 노조 도 총 38만6000명에 달했다. 민주노총 조직원만 증가한 것이 아니란 얘기다.

무엇보다 현재 민주노총이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우호적인 것도 아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을 둘러싼 갈등도 현존해 있다. 과거처럼 '노조=좌파=문재인 정부'라 낡은 공식을 들이대는 것 자체가 게으른 비판이다.

아울러 <동아일보>가 '대깨좌' 운운한 서울시의 지원사업엔 6.10 민주항쟁, 제주4.3, 전태일열사 추모 사업 등 각양각색 의미있고 다채로운 사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또 박원순 전 시장이 10여년 간 일군 관련 마을공동체 사업 등은 과거 서울시 자체 평가에서 서울시민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를 '대깨좌' 지원 사업으로 묶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물론 개별 지원사업 하나하나에 딴죽을 거는 건 <동아일보>의 자유다. 하지만 그 '대깨좌 고정표 수백만'이라 지칭한 서울시민들은 지난 4월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을 최종 선택했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길. 이처럼 예시도, 근거도 틀렸으니 이후 주장이 설득력을 지닐 리 만무하다. 가히 종횡무진 널뛰기 글쓰기다. 이 단 한 문장이 이를 입증한다.
 
독재정권 시절에도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 영역의 자율성이 존중돼 왔던 보루 기관들마저 다 망가뜨린다.

독재정권 시절이 그리워도 어쩔 수 없다. 한미정상회담도, G7 정상회의도 흥했다. 코로나19 상황임에도 각종 경제지표가 역대치를 경신 중이다. 4차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K-방역에 대한 국민적인 신뢰는 아직 흔들리지 않고 있다. 7월 말부터 백신 수급과 접종 또한 예정대로 진행될 거란 소식이다.

딱하다. 양대 포털을 등에 업은 소위 '조중동'이 발버둥을 쳐도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이런 "자랑거리 아니라 부끄러운 거다"는 낮 뜨거운 문장까지 동원할 수밖에. 그 심정이 이해는 가지만, 공감할 이는 많지 않을 것 같다. 현 정부의 언론개혁조차 못마땅할 <동아일보>를 위해 해당 기사의 네이버 추천 댓글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우린 이걸 '열폭'이라 부르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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