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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 못봤다""조민 맞다"...12년 전 학회 참석자 진술 '모순'

[조국·정경심 공판] 조씨 친구 2명 증인 출석...사진 실체 입증 대결... 보름짜리 인턴 "기억 안나"

등록 2021.07.23 21:51수정 2021.07.24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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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정경심 변호인단이 서울대 학술대회 동영상에 등장한 빨간 동그라미 속 인물이 딸 조민씨라며 기자들에게 제공한 동영상 캡처본 ⓒ 정경심변호인단


'위 학생은 서울대 법과대학 공익인권법센터 주최 2009년 5월 15일 동북아시아 사형제도 국제학술회의를 위해 2009년 5월 1일~15일 기간 동안 고등학생 인턴으로 활동했음을 증명합니다.'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1-1부(마성영 김상연 장용범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입시비리 의혹 재판은 오직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와 함께 이 증명서를 받은 두 증인의 '기억'에 의존했다. 

증인들의 진술은 어떤 부분에서는 대체로 일치했다. 1일부터 15일 전체 기간 인턴활동에 전념한 사실은 없다는 것. 그리고 조민씨를 15일 학술대회에서 본 기억도 나지 않지만, 오지 않았다고 단정하진 못하겠다는 것.

다만 12년 전 경험 진술이 아닌 법정에서의 의견 진술에선 두 사람 모두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변호인이 학술대회 당시 조민씨로 추정되는 자주색 뿔테 안경의 여성 사진을 제시하거나, 그 시기 비슷한 조씨의 사진을 여러 장 대입하자 "조민이 맞다"고 공통으로 답변한 것이다.

춘추복 색깔부터 펜 쥔 손까지... 12년 전 사진 실체 입증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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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연구실 입구 모습. 검찰은 11월 5일 조 전 장관의 서울대 연구실을 압수수색해 PC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조 전 장관은 2009년 딸과 2013년 아들의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를 허위로 발급받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 연합뉴스


"(검찰 조사 당시 학술대회) 영상을 보여줬을 때 '조민이 맞다'고 했다. 다만 검사님이 이 사건을 위해 여러 증거를 수집하셨지 않나. (검사가) '증거들을 보면 아니지 않겠는가' 질문하셔서 그럼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저걸 딱 보자마자는 조민이라고... (조민을) 오래 봐와서. 이건 조민이라고 답했다."
 

조 전 장관 일가와 어릴 적부터 친분을 이어왔다는 다른 고교에 다니던 친구 박아무개씨는 "조민을 당시 만났을 수도 있지만, 제가 만났다는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이같이 답했다. 조씨와 3년 내내 같은 한영외고 유학반 동급생이었던 장아무개씨도 역시 같은 사진에 "조민이 90% 맞다"고 했다. 장씨는 검찰 조사 당시엔 "조민은 참석하지 않고 혼자만 참석한 게 확실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다만 뚜렷한 증거는 없었다. 재판부도 변호인과 검찰 측 심문이 끝난 후 관련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번갈아가며 재차 질문을 던졌을 정도다. 재판장은 특히 공판 마무리께 장아무개 증인에게 "잠시 일어나 뒤돌아보라"고 요청한 뒤 그의 뒷모습을 한참 주시했다. 앞서 변호인이 조민씨와 장씨가 나란히 앉아있었다고 추정되는 사진을 제시한 터였다.

학술대회 사진의 실체를 입증하기 위해 검찰 측과 조 전 장관 부부 측은 퍼즐 맞추듯 온갖 증거를 제시했다. 학술대회가 열린 5월 당시 입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교복의 색깔부터, 디자인도 사실을 다투는 데 활용됐다.

변호인은 검찰 측이 제시한 동복은 회색으로, 당시엔 춘추복을 입었을 것이므로 사진 속 인물이 입은 검정 옷과 일치한다고 주장했고, 반면 검찰 측은 사진 속 인물은 재킷을 입고 있는데 한영외고 춘추복은 옷깃이 없는 카디건이라 동일인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사진 속 인물이 왼속에 필기구를 쥔 모습에 주목해 '왼손잡이 사진 모음집'이 등장하기도 했다. 

직접 신문 나선 조국-정경심... 증인 "결론적으로는 스펙 품앗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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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입시비리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전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인턴 증명서 속 기입된 날짜 동안 관련 활동을 한 적이 없다는 진술은 일관됐다. 학술대회 기간 겹친 미국 대학 과정 인증을 위한 AP시험에 전념해야 했기 때문에 해당 활동을 전혀 할 수 없었다는 취지다. 이는 조씨와 장씨의 한영외고 생활기록부에 "5월1일~5월 15일 번역 및 서류정리 서기 회의장 안내 등의 활동을 함" 등으로 적힌 것과 다른 내용이다. 

조국·정경심 부부 측은 조 전 장관이 해당 인권 동아리 활동 지도를 위해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 돕기 행사 등에서 조씨와 박씨에게 지도 내용을 지시하거나, 장씨로부터 관련 문의 메일을 받은 사실을 강조했다. 타 학교에 다니던 박씨에게 가족간 식사 중 사형수 이야기를 다룬 공지영의 소설 <우리들의행복한시간>을 언급하며 "인권동아리 활동에 참가하려면 읽어야 한다"고 말한 대목도 언급됐다.

조국·정경심 부부는 재판 중 발언권을 얻어 수차례 증인들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특히 박씨에게 "(인권관련) 에세이 과제를 부여하며 2009년에 세미나가 있다고 했고, 박씨의 아버지에게 박씨를 참석하게 하겠다고 했다"면서 "지도 교수도, 선생도 아닌 사람이 왜 사형제와 인권 관련 숙제를 냈겠나"라고 항변했다. 정경심 교수도 박씨에게 조민과 학술대회에 함께 참석한 후 자신에게 밥을 사줄 것을 요청한 기억이 없느냐고 물었다. 박씨는 대답하지 못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지도 행위'가 인턴 활동을 입증할 내용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여명학교와 관련된 활동은 2008년 연말로, 학술대회 주제인 사형제도와 관련 없다는 주장이었다. 

검찰은 박씨에게 "1일부터 14일까지 인턴한 적도 없고 15일엔 세미나 청강만 했는데 증명서가 발급된 이유가 뭐냐"고 물었고, 박씨는 "모른다"고 답했다. 나아가 이날 재판에선 입시를 위해 친인척이나 학부모의 직업적 기회가 활용된 것에 대한 '외고 출신' 증인들의 인식도 드러났다.

변호인 : "증인의 생활기록부를 보면 외고 재학 시절 다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아버지 소속 회사인) 법무법인과 광고회사에서다. 가족이나 친척이 재직한 곳인데.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검찰의) 암시를 받았나?"
박아무개씨 : "받지 않았다. 하도 (많이) 문제가 되다보니... 당시 유학 준비를 하는 친구들은 (과연) 저런 인턴을 할 수 있는가 싶은 인턴들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중략) 왜 이게 그렇게 크게 문제 삼을 일인가 생각했다."

변호인 : "(학부모 체험 인턴십이) 대가성이 있는 스펙 품앗이인가."
장아무개씨 : "절대 아니다. (중략) (그런데) 결론적으로는... 제3자에게는 스펙 품앗이로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한편, 조 전 장관 부부 관련 공판은 휴정기를 지나 오는 8월 13일 재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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