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이기적인 선택'을 응원하는 아내

[새로운 일을 꿈꾸고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선택의 순간, '나를 위한 선택'이 필요하기도

등록 2021.07.24 15:15수정 2021.07.2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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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절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인생은 매순간 수많은 선택을 하도록 요구한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가치관과 상황 등 여러 가지 요소로 인해 다양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어떤 선택을 하고난 후에도 시간이 흘러 기존과 다른 선택을 하게 되기도 한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선택의 순간에 직면하게 된다. ⓒ pixabay

   
남편의 선택

최근 남편은 새로운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 남편의 말로는 그 선택의 중심에 나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하였다.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성찰해보게 되는 계기는 분명히 있다. 나 역시 불미스러운 일로 인한 갑작스러운 쉼이었지만 그것이 나에게는 행운이자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나의 최근 몇년을 돌아보니, 나는 어느 순간부터 내가 생각했던 일을 무작정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미친듯이 달렸던 것 같다. 내 꿈을 향해서 쉼 없이 달려가면서 나 자신과 가족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할 겨를은 없었고 그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예상치못한 일이 생겨 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와 가족, 그리고 인생 전반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된 것 같다.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대부분 '실패'라고 여겼던 나는 인생을 좀 더 멀리, 넓게 그리고 관용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계기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일까. 어느 날부터 직장 문제로 힘들어하는 남편 역시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작지만 도움을 주게 되었다.
  

압박감과 불안감 ⓒ pixabay

 
공직에 몸담고 있는 남편은 지금까지 나에게 한번도 진지하게 힘들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에게 직장은 대학 졸업 직후부터 그의 삶에서 당연히 존재하는, 뗄레야 뗄 수 없는 한 부분이었다. 20년 이상을 재직하면서 남편은 마치 관성의 법칙처럼 남들이 하는대로 계속 일을 하고 어느 시점에는 단계를 밟아 계속 위로 올라가야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그 당연한 생각이 현재 시점에서는 압박감과 불안함, 스트레스로 굳어져가고 있었다.

아마도 남편은 그런 감정을 점차 느꼈지만 그것을 드러내지않고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야만 버틸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나 역시 막연하게 남편이 생각하는 소망이 성취로 이어져서 그와 우리 가족이 모두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과거 한 때 그랬다할지언정, 지금 남편에게는 그것이 더이상 '행복'이 아닌 '고통'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인지한 순간, 난 '선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최근 쉼을 하면서 달라진 것이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떤 선택을 할 때, 주변의 시선 등 다른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게 된 것이다. 이 시점에서는 그것이 참 다행이었다. 인생은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는데, 감사하게도 나와 남편의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남편을 모른 척 하기에 너무 위태롭다는 생각이 들었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소진되어 위기에 있는 남편을 구출해야한다는 절박함마저 들었다.  
  

남편을 향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 pixabay

 
나는 남편이 새로운 길에 대한 꿈을 늘 가슴 속에 품고 있었지만, 선뜻 지금의 길을 버리고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와 결단이 부족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것은 혼자의 삶이 아닌, 자신만을 생각할 수 없는 가장으로서의 무게감 때문이라는 것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남편이 지금까지 했던 노력에 대한 아쉬움도 꽤나 크지만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대해서 많이 의식하고 있는 듯 하였다. 이렇게 자신보다 주변을 더 의식하는 비합리적인 남편의 생각을 나는 바꿔주기로 결심했다. 나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남편에게 '하고싶은 일을 하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에 직면해서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어떻게든지 도전해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는 조언도 함께 해주었다. 

그 뒤로 남편은 서서히 자신의 마음 깊숙이 품었던 생각들을 조금씩 꺼내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시작한 도전이 비로소 남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남편은 대학 졸업 후 한번도 쉬지 않고 20년 이상 몸 담았던 공직생활을 청산하고 새로운 길을 가게되었다. 남편 스스로도 반신반의하면서 시작했던 도전이 뜻밖의 새로운 길을 열어준 셈이다. 

남편이 눈물을 흘린 이유

얼마 전, 나는 남편에게 무명배우에서 지금은 스타가 된 배우 허성태가 했던 길거리 강연 영상을 보여주었다. 내가 보는 내내 가슴이 뭉클했던 영상이어서 꼭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남편은 그 영상을 보던 도중 갑자기 눈물을 쏟았다.

남편이 울었던 이유를 물어보니 배우 허성태의 아내가 했던 말이 확 와닿아서 그랬다고 하였다. 배우 허성태는 매우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는 와중에 어릴적부터 품고있던 배우의 꿈을 아내에게 불현듯 이야기했다고 하였다. 그의 말에 늘 친구들의 반응은 장난스러운 비웃음 뿐이었는데 부인은 뜻밖의 말을 했다고 하였다.

"해봐, 안되면 다른 직장에 가면 되지"

남편은 그 아내의 말 한마디를 듣고 그렇게 눈물이 났고 순간 내가 떠올랐다고 하였다.

"지금까지 아무도 나한테 그렇게 말해준 사람이 없었어... 니가 처음이었어..."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는 남편과 나는 행복하고 설레이지만 사실 걱정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선택에 대해 조금의 미련과 아쉬움도 없다는 것이다. 내가 허성태 배우의 강연을 남편에게 보여준 것은 사실 다른 이유가 있었다.

강연 속에서 배우 허성태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배우 송강호에게 뺨을 맞는 장면을 촬영하면서도 행복했단다. '뺨을 맞으면서도 즐거웠어요'라고 말하는 배우는 자신의 선택을 결코 후회하지 않고 잘한 것으로 확신했다고 한다.

새로운 길을 간다고 해서 행복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분명 또다른 고통과 생각하지 못한 어려움은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려움 속에서도 이따금 자신이 하는 일에 가슴이 뛴다면 충분히 잘한 것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남편이 분명히 잘해낼 것을 확신한다는 말을 하고싶어 이 영상을 추천한 것이다.

나 역시도 여전히 내 진로와 미래를 고민한다. 그리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 추구하는 삶이 무엇인가 성찰해본다. 그리고 나도 계속 문을 두드리고 있다. 또한 문이 하나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 문이 아니라면, 저 문일지도 모른다. 40대 초반이 결코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앞으로도 계속 두드려볼 생각이다.
  

새로운 도전, 어떤 문이든지 두드려야 열릴 수 있다 ⓒ pixabay

 
예전과 달리, 요즘 사람들은 이직 즉 새로운 길을 가는 것에 걱정과 우려보다는 응원과 축하를 더 보내는 것 같다. 남편 또한 지인들로부터 엄청난 메시지와 전화연락을 받았다. 그만큼 남편이 인생을 잘 살아온 것 같아서 참 부럽기도 하고 멋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배우 허성태가 강연에서 했던 말 중 '이기적인 선택'이란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새로운 출발선상에 선 나의 남편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지금이라도 당신을 위한 '이기적인 선택'을 해줘서 고맙고, 축하해요. 새로운 길을 가는 당신을 항상 응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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