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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폭염 속 인형집회, 구로 항동주민의 절규

[알고보면 쓸데있는 우리동네 진보정치] 광명-서울 고속도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주민들

등록 2021.07.26 13:04수정 2021.07.2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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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서울시 구로구 항동에서 주민들과 인근 학부모회가 연 인형집회의 모습. ⓒ 항동초 학부모회 제공

 
'왼쪽 깜빡이 켜고 우회전' '적폐청산이 아니라 촛불정신 청산?'

이런 이야기는 여의도 정치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역 정치판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더 확실하게 그 실체를 드러내곤 한다. 

4대강, 토건, 안전불감증, 사람보다 이윤. 이런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나는 예전엔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밀어붙이기 행정, 불통 이런 게 떠올랐다. 국민의 저항과 반대를 뿌리치고 강행으로 일관하는 옛날행정 적폐정치와 더불어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헷갈린다. 특정 정당이나 정권의 문제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여기 서울시 구로구 항동. 국회의원도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도 전부 민주당, 구청장도 민주당, 구의회도 절반이 민주당인 곳. '사람이 먼저'이고 '소통'을 중시한다는 민주당 문재인 정부 아래 모두가 민주당이니 최소한 이 동네에선 (부정적 의미의) 토건, 안전불감, 주민무시 강행, 이런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있다.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에 오늘도 항동 주민들은 저항하고 투쟁하고 있다. 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 때문이다. 

폭염에 길바닥으로 나온 서울 구로구 항동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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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항동 광명-서울 고속도로 공사본부 수직구 공사 반대 1인시위 모습. ⓒ 항동초 학부모회 제공

 
주민 안전보다 기업이윤을 우선하는 아파트, 학교밑 지하고속도로 안된다!
대단지 아파트 한가운데, 통학로 한가운데 수직구 절대 안된다!
강행하는 정부, 아무말 못하는 여당 규탄한다!

서울시 구로구 항동지구 아파트 밑 한복판으로 지하고속도로를 뚫는단다. 이 구간은 광명과 서울을 연결함으로써 수원-광명을 잇고, 서울-문산을 잇는다. 이 거대한 고속도로는 광명을 거쳐 평택-익산으로 흘러간단다. 정리하면 익산에서 문산까지 잇고 나중에 북한 개성까지 바라보는 이른바 '통일고속도로'다. 

민자고속도로다. 그리고 대표적인 토건 사업 중 하나다. 보상 매입 등에 돈이 많이 들고, 과정이 복잡하니 건설자본은 거의 공짜로 땅을 쓰는 지하에 눈을 돌렸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밀어주고 있다. 

이윤과 효율을 위해 도입되는 방식이니 무리하진 않은지, 안전한지, 검증이 더 필요하다. 문제는 항동에 있다. 대규모 아파트단지 밑, 초등학교 밑에 고속도로를 뚫는단다. 이런 사례가 처음이니 더더욱 신중한 접근과 주민들이 납득할만한 조치가 있어야 하는 건 당연지사. 항동 주민들은 '무너져가는 인천 삼두아파트 사례도 있으니 불안하다, 안전부터 납득시켜라'고 요구한다.

2015년 수도권 제2외곽순환도로 인천-김포 구간의 일부인 인천 북항터널(지하 42미터) 공사가 시작됐는데, 이 터널이 인천 삼두아파트를 지났다. 공사 시작 후 아파트 곳곳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아파트에 문제가 생긴 원인을 터널 공사를 위한 지하 발파 때문으로 보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고속도로 공사를 강행한다. 구로구 정치권은 주민 목소리를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 다른 구의원들은 '나라에서 하는 건데 안전할 것' 정도의 이야기만 되풀이한다.

도심 지하에 고속도로 뚫는데... 통학로 한가운데 5층 높이 공사본부 수직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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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서울시 구로구 항동에서 주민들과 인근 학부모회가 연 인형집회의 모습. ⓒ 항동초 학부모회 제공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동네 한가운데, 초중학생 통학로 한가운데에 5층짜리 상가 규모로 모든 공사차량이 5년간 왔다갔다 하는 공사본부 수직구가 들어온다고 한다. 현장을 본 사람들은 '수직구만큼은 여긴 안 된다'고 하는데 업체 측은 주민의 말을 듣지 않는다. 지역구 국회의원실은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국토부와 지역구 의원이 의지를 안 보이니 업체는 주민을 더 무시하는 것 같다.

정부는 광명-서울고속도로를 강행하고, 주민은 절규한다. 이 지역 구의원 입장에서 보니, 지역 여당 민주당은 정부 눈치에 주민들을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 그래서 지역에선 '교체해봐야 바뀐 게 없다'는 뼈아픈 이야기가 나온다. 아니, '배신감이 더 심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지난 24일에도 집회가 열렸는데(코로나19 방역수칙 준수를 위한 인형집회다), 현장 분위기는 몇몇 언론이 던지는 반집권당 정서보다 더 매섭다.

권한을 쥔 사람들이 기업 편을 들어 공사를 강행하고, 맞서 싸울 힘이 있는 사람들이 국민 눈치 아닌 다른 눈치를 보니 지역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일절 차단된다. 그러니 소위 '메이저 언론'에서는 이를 다루지 않는다. 지역주민의 목소리는 '분명히 있는데 마치 없는 일처럼' 권력의 힘에 눌린다. 결국 주민들은 길바닥으로 나올 수밖에.

기록적인 더위에 누가 1인시위를 하고, 서명운동을 벌이고, 언론에 제보하고, 코로나 방역지침 아래서 인형집회를 열고, 금쪽같은 자기 시간을 써서 정부와 버거운 싸움을 하고 싶을까. 권력과 민주주의 시스템이 목소리를 외면하니 벌어지는 일이다. 주민들은 "상식인데 안 하니까 정말 열 받는다, 민주당이니까 더 열받는다"고, "지난 정부 때 이런 걸 비판하며 표를 받아갔던 사람들이 처지가 바뀌니 그들과 똑같이 군다"고 말한다. 일개 구의원인 나만라도 주민들과 함께 해보지만 권한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낀다. 이럴 땐 정말 '제대로 된 집권당'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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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13일,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3주기 추모 '생명 존중 안전사회를 위한 대국민 약속식'에 참석, 생명안전의 눈 조형물에 다짐을 적고 있다. 다짐 내용은 "안전 때문에 눈물 짓는 국민이 단 한 명도 없게 만들겠습니다." ⓒ 연합뉴스

 
이재명과 윤종오

갑자기 뜬금없이 대선주자와 전직 정치인 이야기냐고? 사실 지역정치인들은 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이 적지 않다고 말하고 싶어서다. 정부가 하는 일이라 구청장(시장)이 못 막고, 지역구 의원이 못 막는다? 그렇지 않다. 뜻만 있다면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은 상당히 많은 걸 할 수 있다. 직접 권한이 부족하더라도 정치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있을 때 했던 몇몇 일들을 보자. 상급 자치단체인 경기도에서 경고를 받고, 같은 당 정치인으로부터 비판을 받아도 주민중심으로 행했던 많은 일들이 있다. 일부 월권이나 절차적 위반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주민을 위하는 행위가 갖는 정치적 효과를 누구보다 잘 안다. 다른 지자체장 같으면 '법적 근거가 부족해서 못해요' '정부가 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어요' 하겠지만 이재명은 싸워가면서 의미를 부여하고 주권자의 힘을 불러들여 여러 성과를 냈다. 

울산엔 윤종오 전 북구구청장이 있었다. 지역상권을 지키고, 소상공인을 지키기 위해서 북구에 코스트코 대형매장이 들어오는 건설허가를 반려했다. 나중에 법원에서 수억 원의 구상금을 청구하도록 했고, 전직 구청장 개인이 그걸 물어내야 하는 상황까지 됐다. 자신의 아파트까지 가압류되면서 말이다. 이런 소신 있는 행정과 정치는 얼마든 있다. 

민선 자치단체장과 주민이 직접 뽑는 지역구 의원, 즉 지역 정치인은 결정적일 때 주민들의 편에서 힘이 돼줘야 한다. 존재 이유다. 법이나 해석하고 있고, 정부의 어려움이나 이해하고 있지 말고 주민편인 것부터가 우선이다. 힘이 부족하면 주민 옆에서 같이 싸우고 같이 드러눕기라도 해야 한다. 

당신들이 출발하겠다고 한 곳, 벌써 잊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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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서울시 구로구 항동에서 주민들과 인근 학부모회가 연 인형집회의 모습. ⓒ 항동초 학부모회 제공

 
난 최근 지역주민 카톡방에 이런 글을 썼다. 
 
주민들 마음, 주민들 요구 잘 알고 같이 싸우지만... 속 시원하게 해결 못해줘서 저도 안타깝고, 답답하고, 미안합니다.

주민분들은 이렇게 답해주셨다. 
 
아니에요. 김희서 구의원 하나라도 함께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주민들은 정부가, 지역구 의원이, 구청장이, 구의원이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으며 얼마만큼 진심으로 자신들을 대하는지 다 안다. 

구로구 항동에서, 또 서울시 곳곳에서, 대한민국 곳곳에서 집권당의 불통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곳곳에 계신 의원님들, 집권당 지역정치인들게 일개 구의원이 쓴소리 한마디 올리고자 한다. 

"우리동네 민주당 의원님. 전 정권에세 적폐 비판하시고, 안전불감 비판하시고, 주민불통 비판하셨던 국회의원님. 촛불 들고 좌측 깜빡이 켜고 '안전한 대한민국! 이윤보다 사람을!' 구호 외치며 적폐청산 약속하셨던 민주당 의원님. 지금 완전 반대방향으로 가고 계십니다. 현장의 절규, 주민들의 눈물부터 먼저 챙기십시오. 그곳이 바로 당신들이 출발하겠다고 말했던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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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소속 서울 구로구의회 의원입니다. 오마이뉴스 오랜 독자이기도 합니다. 더많은 사람들의 더많은 행복을 바라는 진보정치인 이고, 지역에서부터 하나하나 쌓아가는 정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역정치인 입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중앙과 여의도에만 편중되고, 거대 양당만 다뤄지는 정치언론 환경을 탈피해보자는 좋은 제안을 받고 지역정치 이야기를 써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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