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양보 사건'... 여야 나눠먹기와 적대적 공존

[주장] 국회, 원칙 지키지 않고 나눠먹기로 일관... 엉망이 됐다

등록 2021.07.26 15:14수정 2021.07.2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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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왼쪽)가 지난 23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추경안과 상임위원장 배분 등에 합의한 후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국회의장의 법사위 중재? 차라리 가만 있으라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이 법제사법위회 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합의'한 뒤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복기해보자면 이번 일은 이른바 '국회의장 중재'로 인해 일어나게 된 것이었다. 여야가 법사위를 놓고 계속 으르렁으르렁 갑론을박을 하자 의장이 나선 것. 

국회는 항상 그래왔다. 여야는 늘 정쟁을 그친 적이 없었다. 그러다 보면 의장이 중재에 나섰다. 의장으로선 국회가 원만히 돌아가야 의장의 권위도 세워지고 동시에 국회 운영 능력도 인정받는다고 간주해온 듯하다.

엉킨 실타래를 섣불리 풀려고 하면 되레 더욱 엉켜버린다. 이번 법사위 문제도 진정 해결하려 했다면 처음부터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권한 자체를 폐기했어야 했다. 원칙과 기본은 버리고 적당히 임기응변으로 덧칠해 관행을 이어간다? 더 엉망이 될 뿐이다. 기본과 원칙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면 그대로 두는 게 낫다. 섣불리 건드려서는 더욱 나빠질 뿐이다.

이제까지 우리 국회는 기본과 원칙을 복원하는 대신 항상 '여야 나눠먹기'로 일관하는 '적대적 공존'의 방식으로 운영되어 오면서 왜곡의 길로 달려왔다. 그 결과가 오늘 우리 국회의 모습이다.

미국 의회는 다수당이 모든 상임위 위원장을 갖는다

21대 총선에서 국민들은 180석 거대 여당을 만들어줬다. 그렇게 여당을 화끈하게 밀어줬으니 야당 핑계 대지 말고 한번 열심히 해보란 뜻이다. 물론 그렇게 만들어준 여당이 지금까지 잘한 것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번에 스스로 법사위를 내준 것은 가장 잘못한 것 중 하나다. 직무유기다. 미국 의회는 다수당이 모든 상임위 위원장을 갖는다. 왜 그렇게 하겠는가? 민주주의는 곧 '다수의 지배' 원칙에 대한 인정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눠주면 앞으로 협치도 잘 될 것이고, 이번에 여야가 신사협정을 맺었기 때문에 법사위도 무리하지 않고 잘 운영될 것이라고? 순진하다. 반드시 싸운다. 법사위를 무기로 하여 질리도록 더 싸울 것이다.

국민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국회가 좋은 길로 갈 것이라는 기대를 전혀 갖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그런 국민들의 간절한 기대를 수십 년 동안 계속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은 '국민의 뜻'으로 포장하지만 정말 국민들이 국회의장의 중재를 바라는지는 의문이다. 하나 확실한 건 국민들은 다만 국회가 더 나빠지지 않길 바랄 뿐이라는 사실이다. 아쉽고 슬프지만, 이게 우리 국회의 현 주소다. 모두 국회의원들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지금이라도 법사위를 야당에 넘기기로 한 결정을 철회하든가, 이번 기회에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폐기하라.
덧붙이는 글 글쓴이 소준섭씨는 국제관계학 박사로, 국회도서관 조사관을 역임했습니다.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적대적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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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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