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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은 누구인가: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던진 질문

나오미 성화 봉송과 하치무라 루이 기수가 의미하는 것

등록 2021.07.27 13:00수정 2021.07.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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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열릴 수 있을 것인가? 일본인은 물론 세계인이 도쿄올림픽에 던졌던 질문이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 위기로 인해 이미 1년이 연기됐고, 코로나 위기는 아직 현재 진행중이다. 개최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은 물론이고, 일본인들 가운데 아예 개최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그 도쿄올림픽이 마침내 지난 23일 관중 없는 도쿄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막식과 함께 보름여에 걸친 대장정을 시작했다.

'일본인스럽지 않은' 일본인이 일본을 대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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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 최종주자 오사카 나오미가 어린이 선수들로부터 성화를 전달받고 성화대로 달리고 있다. ⓒ 연합뉴스

 
국내 언론들은 주로 개막식 축하공연, 특히 각 종목별 픽토그램을 표현한 팬터마임 공연 등에 관심을 보였지만, 일본 국내 및 해외 언론들은 올림픽 성화 최종 주자에 주목했다. 테니스 그랜드슬램 대회를 네 차례나 우승한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오사카 나오미가 올림픽 성화대에 불을 붙였기 때문이다.

오사카 선수는 일본인 어머니와 아이티계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아이티계 일본인이다. 그는 일본식 성(姓)과 일본인 국적을 선택한 엄연한 일본인이지만, 그녀의 외모는 우리가 보통 일본인이라고 생각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오사카 선수는 생애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냈고 현재도 주로 미국에서 테니스 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어에도 서툴다. 테니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도 기자들과 영어로 소통한다. 그런 오사카 선수가 일본을 대표해 전세계가 보는 앞에서 올림픽 성화를 점화한 것이다.

해외 및 일본 언론들은 일본 대표단의 기수 역할을 맡은 하치무라 루이 선수에게도 주목했다. 관례에 따라 맨 마지막으로 스타디움에 입장한 일본 대표단의 깃발을 들고 있던 것은 현재 미국 NBA 리그 워싱턴 위저드에서 포워드로 활약 중인 하치무라 루이 선수였다. 하치무라 선수는 일본인 어머니와 서아프리카 베냉 공화국 출신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베냉계 일본인이다. 겉으로 보기에 그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일본인'이 아니라 아프리카계 흑인으로 보인다. 그가 일본 대표단 맨 앞줄에서 일본 국기를 들고 스타디움에 입장했다. 

이코노미스트 "일본의 얼굴이 바뀌고 있다"

영국에서 발간되는 세계적인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얼굴이 바뀌고 있다(The Changing Face of Japan)"고 표현했다. 이들 혼혈 운동선수들이 일본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광범위한 변화(broader developments)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역시 "이들 스타 플레이어 운동 선수들이 느리긴 하지만 점차 변화하고 있는 일본을 보여주고 있으며, '일본인이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새로 쓰고 있는 것(redefine)"이라고 했다.

일본에서 발행되는 영자 신문 중 가장 널리 읽히는 <재팬타임즈(The Japan Times)> 역시 오사카 나오미의 성화 점화를 톱 스토리로 다뤘다. 일본 5대 일간지 중 하나인 <마이니치신문>은 하치무라 선수가 일본 국기를 들고 들어온 것은 전세계에 이제 일본의 '얼굴'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반발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본인들 사이에서 성화 점화자와 대표단 기수로 "일본인스럽지 않은" 오사카 선수와 하치무라 선수가 선정된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방송이든 신문이든 공식적인 언론매체에서 비판의 목소리는 일체 찾아볼 수 없다.

일본 사회에서 인종차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물론 아니다. 아직도 일부 학교에서는 소수 민족, 소수 인종 학생들이 따돌림이나 놀림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다. 취업이나 월세 주택 계약시에 피부색이나 생김새가 일본인과 다르면 불리한 처우를 받는 사례도 있다. 피부색이 검거나 머리카락이 곱슬이라는 이유로 경찰의 불심검문 대상이 되는 경우도 여전히 있다.

누가 진정한 일본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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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일본 대표단이 입장하고 있는 모습. 맨 앞 일본 국기를 들고 있는 이가 미국 NBA 리그 워싱턴 위저드에서 포워드로 활약 중인 하치무라 루이 선수. ⓒ 연합뉴스

 
하지만 올해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상징하는 바는 명확하다. 이제 일본 사회에서 최소한 공개 석상에서 오사카 나오미 혹은 하치무라 루이 선수 같은 사람들을 향해 단지 피부색과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당신들은 일본인이 아니야'라고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 사회적 유명 인사가 공개적으로 그런 주장을 펼친다면 그 사람은 누가 됐든 일본 전사회적으로 엄청난 비판을 면하기 어려우며, 그가 만약 공직자라면 공직을 유지하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이는 단지 피부색과 외모가 다른 사람들 역시 일본 사회의 일원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정도가 아니라, 이제는 '누가 일본인인가' '일본인의 정의(definition)란 무엇인가' 자체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본은 야마토(大和) 종족의 나라'라고 하는 소위 단일민족 혹은 단일인종의 신화가 오랫동안 지배적 관념으로 자리 잡아왔던 일본에서 이러한 인식상의 변화가 생겨나게 된 배후에는 실제 인구통계의 변화가 있다.

일본 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완화하는 외국인 유입

일본의 인구는 이미 2007년부터 자연감소가 시작됐다. 자연감소란, 출생인구 숫자에서 사망인구 숫자를 뺀 것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의미다. 일본 총무성의 인구추계에 따르면, 2007년에 사상 최초로 2000명이 자연감소한 일본의 인구는 2019년에 자연감소분이 무려 49만에 이르렀다. 웬만한 중간 규모 도시 하나에 해당할 정도의 인구다.

반면, 인구의 사회증감분은 증가세로 돌아섰다. 사회증감이란, 외국인의 일본 유입과 일본인의 해외 유출간 차이를 말한다. 2012년까지 플러스와 마이너스 사이를 왔다갔다 하던 일본 인구의 사회증감은 2013년 1만4000명 증가로 돌아선 이래 계속 늘어나 2019년에는 약 21만 명의 증가를 보였다. 그만큼 해외로부터 일본으로 많은 인구 유입이 있었다는 것이다. 감소하는 일본의 인구가 2019년에 감소세를 28만 명 정도에서 틀어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급속한 외국인 유입 증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속성장 중인 외국인 숫자

일본의 외국인 거주자 숫자는 2006년부터 2013년 사이에 200만 명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3년 이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연평균 7% 가까운 성장세를 보여, 2019년에는 무려 293만에 이르렀다. 일본 인구가 대략 1억2600만이니 이제 일본 인구의 약 2% 이상이 외국인인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 숫자는 더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후생노동성 통계에 따르면 2008년에 50만을 다소 밑돌던 일본내 외국인 노동자 숫자는 2020년 170만 명을 돌파했다. 불과 12년 사이에 3.6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9년 이후 코로나 위기로 인해 일본 거주 외국인 숫자는 소폭 감소세(1.6%, 4만7000여 명 감소)를 보이긴 했으나, 외국인 노동자 숫자는 증가세가 꺾이긴 했어도 계속 늘기만 하고 있다. 향후 코로나 위기가 수습되어 가면서 그 이전의 증가세를 회복하게 된다면 일본의 외국인 거주자, 노동자 숫자는 앞으로도 급속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근로자를 공식화하는 제도적 변화

인구 구조의 변화는 결국 외국인 관련 법률과 제도에도 큰 변화를 불러왔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대학교수 등 전문직을 제외하고, 단순근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근로비자를 발급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해 왔다. 일반 근로자에게 발급하는 비자 카테고리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대신 기능실습생(우리나라의 산업연수생과 유사)이라는 이름으로 외국인을 입국시켜 최장 5년간 '기능실습' 명목 하에 일을 시킨 후 실습기간이 종료하면 본국으로 귀국시키는 방법을 택해왔다. 그러나 이런 식의 제도 하에서는 숙련 노동자를 확보하기 어렵고, 실질적으로는 노동자로서 입국을 시켜 놓고, 노동자가 아닌 것처럼 대우하는 것이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이에 따라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져 왔고, 결국 엄청난 진통 끝에 2018년 말 새로운 입국관리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019년 4월부터 시행되었다. 이제 어업, 농업, 숙박업, 건설업, 건물청소업 등 14개 업종에서 최장 10년까지 외국인이 일할 수 있게 됐고, 기능숙련도가 높은 경우에는 비자의 갱신이나 가족 동반도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외국인이 노동자로서 일본 사회에 들어와 사는 것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변화해 나가는 첫 발짝을 내딛게 된 것이다. 

외국인의 급속한 증가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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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9일 오전 서울 구로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이 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당시 서울시는 코로나19 지역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3월 17일부터 3월 31일까지 서울시내 사업에 1인 이상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와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진단검사를 받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차별과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3월 19일 오후 서울시는 행정명령을 철회했다. ⓒ 권우성

 
우리나라는 어떤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숫자는 2019년 사상 최초로 250만을 돌파했다.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외국인 거주자 숫자가 감소하긴 했으나 지난해 기준 여전히 20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국내에 살고 있다. 인구의 4% 가까이가 외국인인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취업자 숫자는 2020년 기준 85만 명에 이르고 있다. 이미 지방도시나 농어촌 지역에 가면 외국인 근로자를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외국인 가정 혹은 국제결혼 가정 출신 자녀를 지칭하는 소위 '다문화 학생' 숫자도 늘고 있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초·중등학생 중 다문화 학생의 숫자는 약 15만 명으로 전체 초·중등학생의 약 3%다. 2012년에 5만 명도 안 됐던 것을 감안한다면 불과 8년 사이에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한국의 인구는 2007년에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2020년 사상 최초로 자연감소가 시작됐다. 이제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은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작년 기준 0.84명으로 OECD 회원국중 압도적인 꼴찌다. 지난해 일본의 합계출산율 1.34명보다 현격히 낮은 수치다. 합계출산율에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이제 한국이 급격한 인구 감소를 막을 방법은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외국인 유입을 늘리는 것뿐일지 모른다.  

우리에게 주어진 질문: 한국인은 누구인가?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보여준 일본의 '새로운 얼굴'에 전세계가 주목했다. 일본 국내외 주요 언론들이 그 '새로운 얼굴'을 보면서 이제 '누가 일본인인가' '혈연과 외모, 언어와 문화를 넘어서는 일본인의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인구 구조가 변해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얼굴은 어떻게 될까?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제기한 질문은 바로 오늘날의 한국인들에게도 적실하고도 절실한 질문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인은 누구인가? 혈연과 외모, 언어와 문화를 넘어서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조건은 무엇인가? 이제 우리도 이 질문에 답해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장부승 교수는 15년간의 한국 외교관 생활 후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이후 미국 스탠포드대 아태연구소, 랜드연구소 연구원 생활을 거쳐 현재 일본 오사카 소재 관서외국어대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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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스탠포드대학교 쇼렌스틴 펠로우, 랜드연구소 스탠턴 펠로우를 거쳐 현재는 일본 오사카 소재 관서외국어대 교수 재직중. 일본 및 미국, 유럽,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온 다양한 학생들을 상대로 정치학을 강의하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booseung.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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