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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덧없다는 티베트 불교에 중국이 한 일

강화되는 중국 공산당의 티베트 불교 통제

등록 2021.07.29 11:21수정 2021.07.3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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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2일 티베트(시짱) 자치구 중심도시 라싸(拉薩)의 드레펑사원(哲蚌寺)을 방문하고 있다. 중국이 올해 티베트 지역 지배를 확고히 한 '시짱 평화 해방' 70주년을 맞은 가운데 시 주석은 2012년 집권 후 처음으로 21~23일 사흘간 티베트를 공개 시찰했다. 2021.7.22 ⓒ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티베트 평화해방(병합) 70주년을 맞아 지난 21일 2박3일의 일정으로 티베트를 시찰했다. 가장 중요한 일정은 티베트의 성도인 라사를 시찰한 22일에 있었다. 이날 시 주석은 쓰촨-티베트 고속철도 공사의 진행 상황을 돌아 본 후 티베트 불교의 3대 사원 중 하나인 드레펑(哲蚌寺) 사원을 찾았다.

이와 관련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중국 관영 통신사 <신화통신>이 25일 공동으로 공개한 티베트 시찰 당시의 시 주석의 발언과 시 주석이 현지 당원으로부터 보고 받은 내용을 보면 중국 공산당이 현재 티베트 불교를 어느 정도까지 통제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의 3대 최고 권력인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중국 국가주석,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자리를 모두 차지한 인물이 티베트를 공식 방문한 것은 시 주석이 처음이다.

시 주석이 방문하기 전 1990년에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이자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었던 장쩌민이, 1980년에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였던 후야오방이 티베트를 공식 방문했다.

온순하고 사회에 상응해야

티베트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일관된 입장은 티베트 영주들로부터 착취를 받고 있었던 티베트 농민들을 자신들이 1951년 5월 23일에 해방시켜줬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중국 공산당은 자신들의 통치가 없었다면 1954년에 개통된 쓰촨-티베트 고속도로와 칭하이-티베트 고속도로를 건설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2006년에 개통된 칭하이-티베트 고속철도 역시 중국 공산당의 통치 덕분에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첫 번째 100년 즉,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올해 중국을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소강사회'에 진입시킴에 따라 티베트인들도 절대적 빈곤에서 탈출시켜줬다는 주장도 더해졌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중국 공산당은 두 번째 100년 즉,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주년이 되는 2049년을 기점으로 중국을 공동부유(共同富裕, 최대한 성장하고 공평하게 분배)가 실현되는 사회주의현대화국가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물론 티베트인들도 여기에 참여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중국 공산당은 현재 경제적으로는 접경하고 있는 성(省)들과 티베트를 잇는 고속도로와 고속철도를 지속적으로 건설하고 있으며 문화적으로는 티베트 문화의 정수인 티베트 불교의 사회주의화를 꾀하고 있다.

물론, 2013년 시 주석이 집권하기 전부터 티베트 불교에 대한 통제는 진행돼 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1995년부터 티베트 불교의 최고 영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제외한 나머지 영적 지도자의 환생에 따른 후계자 지정을 중국 정부가 비준하기 시작한 것이 있다.

그렇다면 시 주석이 집권하면서부터 시작된 티베트 불교의 사회주의화는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티베트 불교의 사회주의화와 관련된 시 주석의 발언은 그의 집권과 동시에 계속해서 있었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회주의화를 하고 있는가는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내용으로 어느 정도 엿볼 수 있게 됐다.

시 주석 종교정책의 핵심은 종교의 중국화, 나아가 사회주의화다. 종교의 중국화란 그 어떤 종교라도 중국에서 활동하는 이상 해당 종교에 대한 사랑과 애국을 하나로 통일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의 사회주의화란 마르크스주의의 역사발전 5단계론(원시공산주의사회, 고대노예제사회, 중세봉건주의사회, 근대자본주의사회, 공산주의사회)에 따라 종교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종교란 왕 또는 영주가 내세의 행복이라는 거짓된 희망을 노예들 또는 농민들에게 심어 그들을 더욱 쉽게 착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22일 드레펑 사원을 시찰할 때 시 주석이 한 발언을 보자.
 
종교의 발전법칙은 '화(和)'에 있다. 그 어떤 종교라고 하더라도 생존하고 발전하려면 반드시 사회와 서로 상응해야 한다. 이것은 세계종교의 발전과 전파의 보편적 법칙이다. 티베트 불교의 발전은 인민의 생활개선과 사회의 안정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종교는 온순해야 하고 사회는 화합해야 하고 민족은 화목해야 한다. 티베트 불교가 정확한 발전 방향에 맞춰 따라가기를 희망한다. 나는 앞으로 이 길이 걸으면 걸을수록 넓어지고 걸으면 걸을수록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여기서 '화(和)'는 유가사상에 나오는 윤리의식으로 유가사상의 예(禮)와 악(樂)의 관념과 관련이 있다. <예기(禮記)·악기(樂記)>에 따르면 인간은 예와 악을 둘 다 실천해야 한다. 그 이유는 수직·종속적인 인간관계 하에서 서로 구별하는 예만 가르치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멀어지고, 수직·종속적인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서로 구별하지 않는 악만 가르치면 사람이 방종하기 때문이다.

<주례(周禮)·지관사도(地官司徒)>에 따르면 왕은 백성에게 예를 실천하게 함으로써 중(中) 즉, 적중을 가르치고 악을 실천하게 함으로써 화(和) 즉, 조화를 가르쳐야 한다. 적중과 조화는 백성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어야 할 윤리의식인데 이것이 곧 시 주석이 말한 온순하고 사회와 서로 상응하는 것의 구체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 미루어 보아 중국 공산당은 티베트 불교 신자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들을 중국 공산당이 주도하는 사회적 관계에 적중시키고 사회와 조화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티베트 불교 신자들을 적중시키고 조화하도록 하는 방법은 인도(引導)다. 드레펑 사원을 관리·감독하는 위원회의 책임자는 시 주석에게 다음과 같이 보고했다.
 
사원관리위원회 당 조직의 서기는 정치와 대세를 말한다. 사원을 관리하는 간부는 정책과 규정을 말한다. 전문가와 학자는 법치와 역사를 말한다. 고승과 전생활불(轉生活佛, 다른 것으로 다시 태어난 살아있는 부처)은 교의와 계율을 말한다. 노승은 대비(對比)와 변화를 말한다. 교육을 통해서 승려들에게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도록 인도한다. 승려들이 계율을 준수하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수행을 하는 데 있어서 법으로써 사원을 다스리고 계율로써 승려들을 관리하는 것을 견지한다. 사원을 관리하는 제도와 규정을 완비하고 사원의 규정과 승려의 규약을 수정해서 완전하게 한다. 인도함이 힘이 있고 방향이 있고 효과가 있도록 힘을 쓴다.
 
이로 미루어 보아 티베트 불교 승려들의 계율이 철저히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부의 관리·감독 하에 있고 무엇보다 여러 가지 제도와 규칙을 통해서 승려들의 종교 활동 전반이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부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계속되는 문화적 동화

물론, 정교분리 하에서 모든 종교는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타인에게 해를 입히지만 않는다면 종교 활동의 자유는 얼마든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티베트 불교는 이러한 자유를 더욱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는 티베트 불교의 최고 영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 지정조차 중국 공산당의 비준을 거칠 가능성이 높고 티베트 불교는 삶을 덧없는 것으로 여기는데 중국 공산당은 티베트 불교를 자신들이 주도하는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그동안 티베트인들에게 중국어 조기교육을 시행해 왔고 티베트 불교 영적 지도자의 후계자 지정에 관여해 왔다. 그리고 이제는 티베트 불교의 중국화, 나아가 사회주의화를 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또한 티베트 접경지와의 경제적 결합을 가속화시키고 있는데 티베트인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고 한족에 동화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바이다.
#중국 #정민욱 #중국사회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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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매 영자지 코리아타임스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베이징대학교 대학원에서 연구활동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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