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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인 날 이상주의자 취급한 아이, 반응이 궁금하다

[이 와중에 통일교육] 여름방학 중에도 계속되는 통일교육

등록 2021.08.01 19:48수정 2021.08.0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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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내 복도에 있는 게시판에 북한 영화상영을 알리는 홍보물을 붙였다. ⓒ 서부원

 
방학 중에도 통일 교육은 계속된다. 지난 한 학기 동안 통일 동아리를 꾸리고,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읽고, 관련 영화를 봐왔다. 정기 모임을 통해 소감을 나눌 계획이었지만, 내내 코로나가 발목을 잡았다. 대신 소감문을 작성해 공유하는 비대면 방식으로 모임을 이어나갔다.

참고로, 책은 장르를 불문하고 통일과 관련된 내용의 단행본을 도서관 사서교사나 출판사 리뷰 등을 통해 추천받았다. 영화는 국내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 중에 선정했고, 배급사로부터 공동체 상영 허가를 받아 진행했다. 지금껏 독서와 영화 모임을 총 세 차례 가졌다. 

동아리 모임에 몇몇 교사들도 함께하며 아이들의 관심을 북돋우기 위해 애썼다. 고작 6명뿐인 신생 동아리의 활동에 천군만마였다. 교사가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큰 자극이 된다. 적어도 다른 아이들이 소규모나마 정기적으로 통일 관련 행사가 있다는 건 알게 됐다.

방학 중인 지금 '통일 티셔츠 도안 공모전'을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광주의 아이들이니만큼 '오월에서 통일로'라는 주제를 그들의 시각에서 구현해보도록 했다. 언뜻 무겁고 딱딱한 주제이지만, 두 단어에 담긴 의미를 성찰해보는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다.

더 중요한 심사 기준은 선정된 도안이 그려진 티셔츠를 평소 입고 다닐 수 있느냐 여부다. 그러자면 너무 튀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것이어야 한다. 흔히 체육대회나 축제 때 학급별로 이른바 '반 티'를 맞춰 입지만, 그때만 잠깐 입고 버려지거나 집에서 잠옷으로 쓰이기 일쑤다. 

이는 티셔츠를 '움직이는 통일 교육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평소 입고 다니지 않으면, 여느 '반 티'와 하등 다를 바 없다. 교복처럼 즐겨 입을 수 있다면, 등하교 때 다른 학교 아이들에게까지 통일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내심 있었다. 

개학 후 단체로 통일 티셔츠를 맞춰 입고 통일을 염원하는 학급별 플래시몹도 열 생각이다. 지역주민들과 함께 통일 음악회도 계획하고 있다. 아이들이 통일 티셔츠를 입고 무대에 올라 통일 노래를 합창하는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일이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통일 교육

코로나의 기세가 꺾이기는커녕 확진자가 폭증하는 요즘 상황을 고려하면 헛된 망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비대면 방식으로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 아이들이 함께 참여하며 통일의 의미를 되새길 수만 있다면 족하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건 통일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예컨대, 학교 근처 근린공원을 활용하려던 통일 음악회는 랜선을 통해서도 열 수 있다. 오히려 무대 위 노래하는 이와 그들을 보고 듣는 이로 나뉠 수밖에 없는 대면 음악회보다 더 나은 면도 없지 않다. 자신의 스마트폰 앞일지언정 참여자를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편, '이동식 통일 도서관'도 2학기 개관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동아리 아이들과 몇몇 교사들의 매월 한 권씩 책을 받아 읽는 모습이 부러웠던 걸까. 독서 모임에 함께하고 싶다는 아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물론, '독후감 제출 의무만 없다면'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여건도 괜찮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선 자발적 독서 분위기 조성을 위해 아침 독서 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등교해서 1교시 수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20분간이다. 사실 그 시간 쏟아지는 아침잠에 쓰러지거나 밀린 숙제를 하는 아이도 있지만, 마땅히 읽을거리가 없어 허송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쭈뼛거리는 그들을 위해 매일 아침 학급별로 책을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왕이면 가볍고 재미있는 걸 바랄 테지만, 통일 교육의 일환이니만큼 분단과 통일, 생명과 평화 등에 관한 책으로 한정하기로 했다. 6명의 통일 동아리 아이들이 기꺼이 친구들의 손발이 되어 줄 것이다. 

책 읽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요즘 아이들에겐 딱딱한 학술서적보단 가벼운 수필집이 나을 것이다. 출간된 게 있다면, 인기 웹툰을 소재로 한 만화책이 제격이라는 조언도 들었다. 어떻게든 아이들이 종이책에 익숙해지도록 하려면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라는 거다.

물론, 기대한 만큼 효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섣불리 학급마다 고정 책꽂이를 설치하긴 힘들다는 이야기다. 우선, 각 교실을 이동식 카트로 오가며 책 읽기를 유도할 생각이다. 통일 동아리 아이들이 책을 미리 읽은 뒤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도우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사실 '통일 티셔츠 도안 공모전'과 '이동식 통일 도서관'은 학년 초 계획엔 없었던 프로젝트다. 원래는 아이들이 운영하는 '통일 유튜브'를 개설하려고 했고, 방학 동안 휴전선 155마일 도보 답사를 계획했다. 적어도 그땐 여름방학 즈음엔 코로나가 잠잠해질 것으로 믿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날 며칠 아이들과 휴전선 155마일 도보 답사를 떠난다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어림도 없는 일이라 일찌감치 계획을 접어야 했다. 대신 당일치기로 여수, 순천 지역을 답사하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얼마 전 '여순사건 특별법'이 73년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굽이쳐가는 강물이 끝내 바다에 이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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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7월 27일 오전 통일부 연락대표가 서울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설치된 남북 직통전화로 북측과 통화하고 있다. ⓒ 통일부

 
아이들과 함께 '통일 유튜브'를 제작하고 운영해보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비대면 수업이 보편화된 터라 제작할 수 있는 공간과 장비는 그럭저럭 마련돼 있었다. 게다가 영상 편집에 능숙한 몇몇 아이들이 기꺼이 함께하기로 해서 완벽한 팀이 꾸려졌다. 

문제는 콘텐츠였다. 촬영 공간과 시간, 기술은 큰 문제가 아닌데, 정작 영상에 담을 만한 내용이 너무나 빈약했다. 그저 카메라 앞에서 대본을 번갈아 읽는 정도에 불과했다. 굳이 유튜브로 제작하느니 차라리 대본을 홈페이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탑재하는 게 나을 거라는 자조가 잇따랐다. 

결국 관련 공부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걸 아이들과 함께 절감했다. 답사 계획은 코로나에 발이 묶였고, 유튜브 제작은 콘텐츠 부족에 막혔지만, 어렵잖게 대안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다. 무엇보다 책을 통해 지식을 쌓고, 통일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도록 하는 게 급선무였다.

질긴 놈이 이긴다고 했다. 계획이 수시로 바뀌고 진행 과정에서 삐거덕거릴지언정 큰맘 먹고 시작한 올해의 통일 교육을 포기할 순 없다. 통일은 요즘 아이들에게 낯설고 생뚱맞은 단어이지만, 언젠가 그들이 삼삼오오 모여 통일을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울 날이 오리라 믿는다.

통일에 대해 아예 무관심한 아이들의 삭막한 마음을 덥히기 위해, 일개 교사도 이렇듯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정치권에선 재를 뿌리지 못해 안달인 듯하다. 야당의 일부 정치인들이 통일부를 폐지하자는 주장을 내놓았다. 통일부의 역할이 모호하고 이렇다 할 실적이 없다는 것이다.

대선 후보들까지 가세한 이러한 주장을 아이들은 어떻게 인식할까. 의도한 바는 아닐 테지만, 정부의 역할 중 통일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걸 각인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심지어 굳이 힘들게 통일할 필요가 있느냐며 이대로가 좋다는 아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됐다.

남과 북이 정전협정을 체결한 지 70주년이었던 지난 7월 27일, SNS에다 '휴전 70주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라는 글을 올렸더니, 한 아이가 이렇게 대꾸했다. "통일부를 없애자고 대놓고 주장하는 마당인데, 우리 선생님은 너무 낭만적이셔." 순간 이상주의자로 낙인찍혀버렸다.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다. 통일부를 없애자는 주장에 잔뜩 소심해졌는데, 7월 27일 남북 통신선이 13개월 만에 전격 복원됐다는 소식에 마치 내가 한 일인 양 우쭐해졌다. 굽이쳐가는 강물이 끝내 바다에 이르듯 통일의 길도 그럴 것이다. 날 이상주의자 취급했던 아이도 이 소식을 들었을 텐데, 그의 반응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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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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