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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성폭행 왕기춘, 판결문 속 '입시 위력'의 민낯

입시 지위 이용·2차 가해·은폐 시도... 대법원 징역 6년 확정

등록 2021.07.29 15:32수정 2021.07.2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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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기춘 ⓒ 연합뉴스

 
"피고인은 베이징올림픽에서 은메달 획득 등 전성기 시절 세계적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수였고, 범행 무렵에도 현역 못지않은 기량을 갖고 있었다. 유도명문 대학 출신으로 학과 관계자들과도 친분이 있었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가 자신이 운영하는 유도관에서 미성년자 제자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전직 유도선수 왕기춘씨에게 징역 6년의 실형을 확정했다. 왕씨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국가대표 선발전 탈락을 끝으로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유도관을 운영하다 고등학생, 중학생 피해자들을 상대로 성 행위를 강요한 혐의를 받아왔다.

대법원에서 "법리의 오해가 없다"고 인정된 1심과 2심 판결문에선 '왕년의 메달리스트'가 저지른 위력 범죄의 특징이 고스란히 적시돼 있었다. 왕씨가 범죄를 저지른 장소는 자신의 집, 학교 주차장, 단체전 개최 장소 인근 등으로, 지도자 지위를 가진 왕씨가 피해자를 상대로 위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었다.

1심 재판부는 특히 판결문에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는 등 전성기 시절 세계적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한 유도선수로, 범행 무렵에도 현역 못지 않은 기량을 갖고 있었고 유도 명문 대학 출신으로 학과 관계자들과 친분이 있었다"며 왕씨의 범행 당시 지위를 자세히 묘사하기도 했다.

"여자애가 몸 함부로..." 반성 없는 왕기춘, 실형 못 피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유명 유도선수이자 이 사건을 포함해 피해자가 진학을 희망하는 대학교 출신 대학의 입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였다"며 "당시 정황을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성적 결정권을 제압할 수 있는 충분한 상황이었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 또한 피해자들이 입시 목적이 아닌 취미와 건강 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는 왕씨 측의 항소 이유를 기각하며 "연령과 체격조건, 당시 상황을 비춰보면 성적 자유 의사를 제압할 수 있는 상황에서 위력으로 피해자를 간음한 것"이라고 봤다.


"이 일로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괴로웠다."
"여자애가 몸을 함부로 굴리면 소문나서 안 좋다."


2차 가해 정황도 명확했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왕씨는 범죄 사실이 발각될 경우 자신의 유도관 영업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피해자에게 이 같은 말을 하며 위협한 것은 물론, "(자신을) 일방적으로 좋아해서 성관계 했다는 내용을 말하고 다닌 것"이라는 허위진술을 피해자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는 도덕적 비난 대상이 될 수 있는 성인과 미성년자와의 합의된 성관계의 범죄를 명백히 넘어 아동복지법이 금지하는 성적 학대 행위로 형사처벌 대상으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지인 이용해 진술 번복, 합의 종용도"

다만 양 재판부는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엔 유죄를 판단하면서도, 강간죄의 경우 무죄로 판단했다. 범행 당시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에 이르지 않았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사건 이후 대한유도회 측으로부터 삭단, 영구제명조치 된 왕씨의 상황도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됐다.

왕씨는 항소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도 자신의 행위에 대한 반성 대신 피해자들의 피해 호소를 되돌리는 데 주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판결문에서 "왕씨는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를 받거나 합의하지 못했고, 피고인은 구속 후 지인들을 통해 피해자에게 피해사실에 대한 진술을 번복하고 합의할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왕기춘 #스포츠 #입시 #성폭력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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