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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에게 잔뜩 욕먹는 오사카 나오미라고?

일본 황색 저널리즘 기사까지 무분별 인용보도하는 한국 언론, 이건 아니다

등록 2021.07.31 11:20수정 2021.07.3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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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나오미 선수에 대한 일본내 여론이 오사카 선수의 올림픽 테니스 3회전 탈락후 급변했다고 보도하는 '한경닷컴' 기사. ⓒ 한경닷컴 갈무리

 
지난 28일 <한경닷컴>에 실린 한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서 관심을 끌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일파만파로 퍼져나간 이 기사엔 <日, 오사카 나오미 충격패 뒤…'일본어도 못하는 게' 돌변>이라는 제목이 달렸다. 쉽게 말해 일본인들이 오사카 나오미를 올림픽 성화 점화자로 선정하는 등 떠받들다가 올림픽 테니스 3회전에서 탈락하니까 태도가 돌변해 비난을 퍼붓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난의 근거로 기사는 <닛칸겐사이>라는 매체를 인용했다. 기사 내용 거의 전부가 <닛칸겐사이>라는 매체에 실린 '오사카 나오미의 몰락, 원흉 셋'이라는 기사에서 인용된 것이다. 정말 일본인들은 오사카 나오미가 3회전에서 탈락하자 태도를 돌변해 오사카 나오미 비난에 나선 것일까?  

우선 <닛칸겐사이>라는 매체는 일본에 없다. <닛칸겐다이>(日刊現代)의 오기(誤記)다. 우리 말로 하면 <일간 현대>로 번역된다. 실제 한경 기사가 인용하고 있는 기사는 <닛칸겐다이> 웹사이트에 게재돼 있다.

<닛칸겐다이>는 전형적인 황색 저널리즘 타블로이드 신문이다. 연예인 가십을 주로 취급하는 주간지로 <주간겐다이>(週刊現代)라는 잡지가 있다. 보통 편의점이나 기차 역사 구석에서 팔리는 잡지인데, AV 배우들 사진, 야쿠자 세계의 동향, 확인할 수 없는 여배우들 가십, 기타 강간, 살인, 불륜 등 각종 사건사고 관련 내용들이 주요 기사로 실리는 잡지다. 과거 한국에서 발간되던 대중 주간지 <선데이서울>의 강화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사진의 노출 정도는 물론이고 가십의 내용도 <선데이서울>에 비해 훨씬 강도가 높다. <닛칸겐다이>는 <주간겐다이>의 계열사다. 차이점은 <주간겐다이>가 주간인 것과 달리 <닛칸겐다이>는 일간지라는 점이다.

'일간'이라고 해서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요미우리> <아사히>와 같은 신문이라고 오해해선 곤란하다. <닛칸겐다이>는 일본신문협회에 가입하려 했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그래서 표면적으로는 일간지임에도 아이러니컬하게 일본잡지협회 소속으로 돼 있다. 정식 신문 매체들이 자기네 모임에 끼워주지 않는 것이다.  

<한경닷컴>이 인용한 <닛칸겐다이> 기사에서는 오사카 나오미가 올림픽 테니스 3회전에서 탈락한 이유를 세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양 선수에게 동일하게 적용된 날씨가 오사카의 패인?
 

오사카 나오미 선수가 올림픽 테니스 3회전에서 탈락한 이유 세 가지를 보도하고 있는 일본 닛칸겐다이 기사. ⓒ 닛칸겐다이 갈무리

 
첫 번째는 날씨다. 시합날 바람이 너무 불어서 테니스 경기장 천정을 닫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경기장 내에 바람이 안 불고, 또 날씨가 너무 습해서 오사카 나오미가 상대방인 체코의 마르케타 본드루소바 선수에게 졌다고 짚었다.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다. 경기 중에 오사카 나오미만 건물 안에 있었던 것이 아니고, 본드루소바도 같은 코트에 있었다. 만약 날씨가 패인이라면 본드루소바는 그런 날씨에 잘 적응했는데, 오사카 나오미는 적응하지 못한 뭔가 추가적인 이유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기사는 아무런 추가적 분석 없이 양 선수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바람이나 습기를 오사카 선수의 패인으로 지목했다.

너무 '오냐오냐' 해줘서 오사카가 오만방자해졌다?

두 번째 이유는 일본테니스협회가 오사카 나오미를 너무 오냐오냐 해서 버릇을 망쳐 놨다는 것이다.

오사카 나오미는 2019년에 일본 국적을 선택했다. 오사카의 아버지는 국적이 미국이고, 어머니는 일본이어서 22세가 되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2019년에 오사카 나오미는 이미 그랜드 슬램을 2연패(US오픈, 호주오픈)한 세계적인 스타였다. 러시아인으로 세계적 테니스 선수였던 마리아 샤라포바도 고심 끝에 미국으로 국적을 바꾼 바 있다. 시장 규모로 따지면 미국이 일본보다 훨씬 크다. 이 경우에 오사카 나오미가 미국 국적을 선택했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런데 오사카는 일본 국적을 선택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일본 대표로 올림픽에 나가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내부적으로 무슨 계산이 있었는지 속속들이 알기 어렵지만, 일본테니스협회가 설득해서라든가 혹은 '오냐오냐' 해줬기 때문에 오사카 나오미가 일본 국적을 선택했다는 것은 별 설득력이 없는 분석이다.

그런 분석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일본 테니스계가 오사카 나오미에게 무슨 금전적 이득이라든가 추가적인 다른 인센티브를 줬다는 설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기사에는 그런 설명이 없다. 그저 일본테니스협회 직원이 맨날 오사카 나오미를 따라다니면서 '오냐오냐' 했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일본테니스협회가 오사카 나오미를 그렇게 오냐오냐 키워 놨기 때문에 오사카 선수가 오만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유로 오사카 선수가 이번 올림픽 테니스 3회전 탈락 후 기고만장해서 믹스드존(mixed zone)에도 안 나왔다고 예를 든다. 나중에 일본테니스협회 관계자가 얘기해서 데리고 나왔다는 것이다.

믹스드존은 경기장에서 선수 라커 라운지로 가는 길에 있는, 광고판이 있는 공간을 말한다. 보통 영화제 같은 데서 레드카펫을 깔아 놓고 영화 배우들이 그곳을 지나가게 하면서 팬들이나 사진기자들과 사진을 찍게 하는데, 그런 개념을 테니스에도 도입한 것이다. 그러니까 커다란 광고판 하나 설치해 놓고 거기에 대회 로고, 협회 로고, 그리고 스폰서 기업들 로고를 잔뜩 박아 놓는다.

테니스협회 측에서는 선수들에게 경기 후 라커로 갈 때 반드시 이 앞을 통과해 달라고 요청한다. 기자들이나 팬들은 여기서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다가 선수들이 나타나면 환호성도 지르고, 사진도 찍고, 간단하게 질문도 주고받고 한다. 협회 차원에서 선수들에게 믹스드존을 지나갈 의무는 부과하고 있지만, 여기서 대화에 응하거나 사진 찍는 것에 응해야 할 의무까지는 부과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경기 종료 후 정확히 언제까지 이 믹스드존을 지나가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
 

2014년 미국 오하오이주 신시내티에서 열린 웨스턴 앤드 서던 오픈 대회에서 줄리앙 베네토 선수가 경기후 믹스드존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Peg Peg Duthie / tennis-buzz.com

 
이 믹스드존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의견도 많다. 믹스드존보다는 차라리 기자회견이 낫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테니스는 보통 1시간만 쳐도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땀냄새가 지독하다. 프로 선수들은 두 시간, 세 시간도 친다. 당연히 녹초가 되고, 온몸이 땀투성이다. 그 상태에서 경기가 끝나자마자 믹스드존에 나가서 기자와 팬들 앞에서 사진 찍고 질문에 답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 수 있다.

게다가 여자 선수들 경우에는 당연히 자기 외모나 몸에서 나는 냄새에 남자 선수들보다 조금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온몸이 땀투성이에 지독한 땀냄새가 나고 있는데, 공개 장소에 나가 팬들과 기자들 앞에서 사진 찍고, 질문 받으라고 하는 것은 남자 선수에게도 그렇지만 여자 선수들에게는 더 무리한 요구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선수들 경우에는 경기 후 믹스드존을 그냥 형식상 빠르게 휙 지나치는 선수들도 있고, 아니면 간단히 샤워하고 얼굴에 로션이라도 바르고 나서 믹스드존으로 나오는 경우도 많다.

쉽게 말해 오사카 나오미가 믹스드존에 늦게 나온 것이 그녀의 오만함의 근거라고 하는 <닛칸겐다이>의 비판은 근거없는 일방적 비판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 후 믹스드존으로 바로 안 가고 라커에 먼저 갔다가 나중에 나온 것은 그리 대수로운 문제도 아니고, 그렇게 하는 다른 선수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가 될 만한 사안이다.  

게다가 이 <닛칸겐다이> 기사는 오사카 나오미가 프랑스오픈에서 기자회견을 거부한 것 역시 선수로서의 자세가 안 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불과 몇 달 전에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에서 오사카 나오미 선수가 기자회견에 응하도록 요구하지 않을 것이고, 오사카 선수에게 그런 의무가 있지도 않다고 이미 발표한 바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IOC는 지금까지 선수들에게 기자회견에 응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오사카 나오미 이외 모든 선수들에게도 강제로 기자회견에 응하라고 요구할 생각이 없다고도 했다. 기자회견 참가 여부를 선수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일본테니스협회 경우에도 국제테니스협회의 규정, 즉 기자회견 의무화에 대해 수긍은 하면서도 기자회견에 참가하지 않는다 해도 그에 따른 어떠한 벌칙(penalty)도 부과하지 않겠다고 했다. 기자회견 문제에 대해 IOC와 일본테니스협회가 모두 이미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는데, 왜 <닛칸겐다이>만 이런 식으로 비판을 계속하고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혼혈'이라서 정신적으로 불안하다?

가장 납득하기 어렵고 나아가 악의적이라고까지 생각되는 비판은 <닛칸겐다이>가 들고 있는 세 번째 이유다. <닛칸겐다이> 기사가 들고 있는 오사카 나오미의 세 번째 패인은 '오사카 선수가 정신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하고 엄마는 일본 출신, 아빠는 아이티 출신에 일본어보다는 영어가 더 익숙한 오사카 나오미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오사카 나오미의 출신 배경이 그 불안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이 분석은 설득력이 없다. 오사카 나오미가 혼혈이고 여러 나라 거주 경험이 있고, 일본어보다 영어를 더 잘한다는 배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안한' 배경을 가진 오사카 선수가 어떻게 테니스 선수가 평생 한 번 우승하기도 어렵다는 그랜드슬램대회에 나가서 네 번이나 우승을 했나?

전형적인 인종차별성 마타도어이고 중상모략이다. 여러 나라를 다니고 부모가 국적이 서로 다르고, 여러 나라 말을 한다는 것이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이유가 될 수 없다. 이러한 비판은 <닛칸겐다이> 기사의 황색 저널리즘 특유의 저급함의 증거일 뿐이다.  

더욱이 이 기사는 오사카 나오미의 흑인 인권 지지 발언마저 도마에 올리고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오사카 나오미는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 운동을 공개 지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경찰에 희생당한 흑인 피해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모자를 쓰고 경기에 임하기도 했다. <닛칸겐다이> 기사는 오사카 나오미의 그런 행동이 정치 개입이라면서 테니스 선수는 테니스에 집중해야 한다는 식으로 훈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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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테니스 선수 오사카 나오미가 지난 28일 도쿄에서 시합 도중 더위를 식히고 있다. ⓒ 연합뉴스

  
<닛칸겐다이>의 분석 기사는 여러 면에서 정상적인 언론 보도가 갖춰야 할 여러 요건을 결여하고 있다. 분석에 설득력도 없는 데다 막말에 가까운 인종차별성 비난을 퍼붓고 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 기사가 들고 있는 오사카 나오미의 패인, 세 가지가 모두 타케다 카오루(武田薫)라는 올해 일흔한 살의 개인 스포츠 평론가의 의견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기사를 통틀어 출처가 밝혀진 인용처는 이 평론가 한 명에 불과하다. 이 타케다라는 평론가는 주로 이 매체에서만 자주 인용하는 스포츠 평론가다.

전체적으로 평가해 볼 때, 이 <닛칸겐다이> 기사는 정상적인 언론기사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수준이 낮은 전형적인 저질 황색 저널리즘 기사로 평가된다.

황색 저널리즘 기사를 그대로 인용 보도한 <한경닷컴>

<닛칸겐다이>라는 매체 자체가 일본내에서 말도 안되는 주장, 막말 던지기로 유명한 매체다. 모기업인 <주간겐다이>도 그렇지만 <닛칸겐다이>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의 정상적인 언론매체에서는 절대 <닛칸겐다이> 기사를 인용하지 않는다. 만약 <요미우리>나 <아사히신문> 기자가 <닛칸겐다이> 기사를 이렇게 사실상 거의 그대로 인용해서 기사를 쓴다면 아마 징계를 당할지도 모를 일이다. 일본인들 중에서 보편적인 교육과 그에 따른 사고방식을 지닌 이들은 이런 기사를 읽지 않는다. 설령 읽는다 해도 이런 류의 기사에 부화뇌동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기사를 <한국경제신문>의 포털 사이트인 <한경닷컴>에서 인용해 기사를 썼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기사는 일파만파로 국내 거의 모든 인터넷 커뮤니티로 번져 나갔다. <한국경제신문>은 작년도 한국ABC협회 조사에 따르면 유료발행부수 기준 대한민국 5위를 자랑하는 신문이다. 대한민국 5대 일간지가 어쩌다 일본 언론 시장의 어두운 하층에서나 소비되는 황색 저널리즘 일간지의 기사를 이렇게 통으로 인용하게 됐을까? 세계언론사에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정통 언론사는 황색 저널리즘을 인용해 보도하지 않는다.

더욱이 이런 식의 황색 저널리즘 기사를 인용해서 일본인들이 오사카 나오미 선수에게 비난을 퍼붓고 있다고 보도하는 것이 과연 정당하고 정확한 보도라고 할 수 있을까? 정말로 일본의 언론매체들이 오사카 나오미에게 비난을 퍼붓고 있는가?

<한경닷컴> 기사는 <닛칸겐다이> 말고 일본의 다른 언론 매체들도 오사카 나오미에게 비난을 퍼부어 대고 있는 것처럼 썼지만, <닛칸겐다이> 기사 이외에 그러한 비난의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 도대체 일본의 어느 매체가 오사카 나오미를 그렇게 비판하고 있다는 것인가? 일본의 공중파 방송이나 <요미우리> <아사히> <마이니치> 등 주요 언론 매체 어디에서도 <닛칸겐다이> 기사와 같이 터무니없는 논리로 오사카 나오미를 비난하는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일본의 간판 뉴스 시사 프로그램인 <아사히TV>의 <보도스테이션>에서는 바로 얼마 전에 오사카 나오미의 흑인 인권 운동 지지 발언에 대해 극찬에 가까운 보도를 한 바 있다.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오사카 나오미의 손을 공식적으로 들어준 것이다.

유료 기사 중심인 일본에서 주요 언론기사는 야후 재팬에 없어

<닛칸겐다이> 같은 황색 저널리즘 매체가 일본의 언론시장을 대표하지 않는다. <닛칸겐다이>뿐 아니다. 한국에서 주로 인용되는 일본의 언론 보도라는 것이 알고 보면 상당 부분 '야후 재팬'에 올라오는 기사들이다. 한국에서는 보통 야후 재팬에 올라오는 무료 기사들을 보고 그것이 일본의 언론이라고 생각하지만, 야후 재팬은 사실 일본 언론시장이라는 거대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하루 발행부수 기준으로 전세계 10대 언론사 중에 4개가 일본에 있다. 2016년 기준 세계 1위 <요미우리>(약 900만부), 2위 <아사히>(약 600만), 6위 <마이니치>(약 300만), 10위 <닛케이>(약 270만). 그런데 이 순위는 전국지 기준이라서 지방지까지 포함하면 순위가 달라진다. 나고야를 포함한 일본의 중부지방 '지방지'인 <주니치신문>이 하루 발행부수가 대략 600만 부 정도 된다. 세계 2위인 <아사히신문>과 맞먹는다. 이 5개 신문이 일본의 5대 일간지다. 한국인들이 흔히 알고 있는 <산케이신문>도 이 5대 일간지에 끼지 못한다. 작년 기준 <조선일보>를 비롯한 한국의 5대 일간지 하루 발행부수를 다 합쳐봐야 400만 부 정도 밖에 안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신문시장 규모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이렇게 거대한 일본 언론시장에 풀리는 신문 기사들은 '야후 재팬'에서는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이들 주요 언론사들의 기사는 유료이기 때문이다. 대략 한달에 한국 돈으로 4만 내지 5만 원 정도를 내야 종이 내지는 인터넷으로 이 신문들 중 1개를 구독할 수 있다.  

일본 사람들 중 누구도 <닛칸겐다이> 기사를 읽고 이것이 일본 사람들 대부분의 생각이라고 여기지 않을 것이다. 설사 그 기사를 읽는 사람이라 해도 그냥 한 번 낄낄대고 '심심풀이 땅콩'이라 생각하고 넘겨버릴 뿐이다. 그것은 마치 한국 사람들 중에 <선데이서울>을 읽고 한국사회에 대한 진지한 분석의 기초로 삼는 사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약 미국이나 유럽의 유력 언론사 기자가 <선데이서울>을 정독한 후에 <선데이서울> 기사를 인용해서 '한국은 강간과 불륜의 천국이다'라고 보도한다면 우리는 수긍할 수 있을까?

조회수 집착이 야기하는 악순환... 하수구를 파면 더러운 물이 나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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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 낮은 기사가 자주 인용보도 되는 이유는, '장사' 때문이기도 하다. ⓒ pexels

 
왜 한국에서 일본의 대형 주류 언론사의 기사들보다는 '야후 재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싸구려 저질 기사들이 주로 인용되는지 그 이유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조회수를 올리는 데 정통 언론사들의 보도는 별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닛칸겐다이> 류의 황색 저널리즘 기사들이 한국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조회수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한국 5대 일간지마저 황색 저널리즘 기사를 인용하겠는가.

이 문제에 대해 뾰족한 대책이 있는지 의문이긴 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어 배우고, 자기 돈 내서 <요미우리> <아사히> <마이니치>를 읽고, <아사히TV>의 <보도스테이션> 프로그램이나 <NHK 일요토론>을 보게 되는 날이 올까?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 일본의 저질 언론을 인용한 보도가 계속된다면 결국 한국 독자들의 일본에 대한 오해와 불신은 쌓여 가기만 할 뿐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하수구를 파면 더러운 물이 나오기 마련이다. 맨날 시궁창만 들이 파면서 '도대체 왜 여긴 이렇게 물이 더러워' 하면 해결책은 한 가지 밖에 없다. 상수도로 가야 한다. 더러운 물 파는 것을 멈춰야 한다.  

한국의 언론매체 그리고 그 종사자들이 이제 일본 보도 관련 하수구 파기를 멈추고 상수도로 가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일본 관련 보도를 조회수 올리기의 방편으로만 보려 하지 말고 원래의 언론의 본분으로 돌아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분석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런 결의가 없다면, 앞으로도 희망은 없다.

하수구를 파면 더러운 물만 볼 것이고, 시궁창을 들여다보면 그곳에는 온갖 더러움과 어둠만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사회를 전체적으로 올바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에 걸맞은 취재원을 발굴하고 취재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이제 정통 언론을 자처하는 언론사에서 다시는 일본의 황색 저널리즘 기사를 인용해 보도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장부승 교수는 15년간의 한국 외교관 생활 후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이후 미국 스탠포드대 아태연구소, 랜드연구소 연구원 생활을 거쳐 현재 일본 오사카 소재 관서외국어대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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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스탠포드대학교 쇼렌스틴 펠로우, 랜드연구소 스탠턴 펠로우를 거쳐 현재는 일본 오사카 소재 관서외국어대 교수 재직중. 일본 및 미국, 유럽,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온 다양한 학생들을 상대로 정치학을 강의하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booseung.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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