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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천개벽의 시대가 온다

[김삼웅의 인물열전 / 해월 최시형 평전 42] 손병희에게 도통을 넘긴 최시형

등록 2021.08.02 18:14수정 2021.08.0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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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 2세 교조 해월 최시형 수운 최제우로부터 도통을 물려받아 동학을 민중 속으로 더 넓게 전포한 해월 최시형 선생 (이 사진은 해월 선생이 처형 당하기 직전 찍은 사진에, 1900년에 몸통 부분을 편집하여 제작한 사진이다) ⓒ 박길수


손병희에게 도통을 넘긴 최시형은 충주ㆍ음성ㆍ상주를 거쳐 홍천에 이어 다시 원주로 돌아왔다. 1898년 1월이다. 그동안 관졸들에게 정보가 알려지고 몇 차례 위기를 겪었으나 그때마다 용케 피할 수 있었다.
 
10월 28일은 대신사(최제우)의 탄신일이다. 최시형은 피신 중에도 이날은 빠지지 않고 탄신항례를 지냈다. 원주에 머물 때 각지의 도인들은 위험부담을 마다하지 않고 신사(최시형)의 거처를 찾아왔다. 불원만리 찾아온 도인들과 법설을 나누었다. 사실상 마지막 법설이었다. 중후반 대목을 살펴본다.

대체로 개벽의 의의가 둘이 있으니 하나는 우주가 어떤 것이 섞여서 이루어진 본체로부터 하늘과 땅이 처음 쪼개어 갈라지고 사상(四象)이 생겨 만물이 각각 그 위치를 얻어 진화함을 의미함이오. 하나는 지금 시대 사람 마음을 여는 것을 지칭함이니. 대신사의 후천개벽설은 전혀 사람 마음의 진화를 이르심이니라.
 
생각하라. 물질 발명이 그 극에 달하고 따라서 만반의 일을 행함이 전에 없던 발달을 성취한 오늘에 도심(道心)은 더욱 미약하고 인심(人心)은 더욱 위태로워 할 바를 알지 못하며 더구나 사상계를 지배하던 과거 수많은 도덕이 시대의 순응에 짝하지 못하여 그 이면에는 대도의 운화(運化)가 널리 퍼져 일대 개벽의 운명이 저마다의 속에 배태된 까닭이라. 
 
"고로 우리 도는 장차 이 세계 소멸의 가운데에서 널리 구제할 대운명으로 탄생한 것이라. 고로 우리 가르침에 반드시 여러 가지의 요순공맹의 재주가 배출되리니. 이는 후천은 인심개벽의 시대이며 우리 가르침은 그 책임을 짊어진 것이니라." 하시다.
 
또 식고(食告)의 뜻으로 설법하여 말하기를 "하늘은 만물을 만드시고 오히려 만물의 성(性)에 있으시니, 고로 만물의 정(精)은 즉 하늘이니라. 그런데 만물 중 가장 영적인 자는 사람이니 고로 사람은 만물의 주인이니라. 사람은 태어남으로만 사람이 되지 못하고 오곡백곡의 자양을 받아 그 영혼의 힘이 발달되는 것이라.
 
오곡은 친지의 살찌움이니 사람이 이 천지의 살찌움을 먹고 영혼이 있는 바이니, 고로 하늘은 사람에 의하고 사람은 먹음에 의하는 것이라.
 
"이 하늘로서 하늘을 먹는 주의 아래에 선 우리 무리는 반드시 이를 그 마음에 고하고 먹음이 어찌 적당하지 아니하랴. 하물며 먹는 것은 자양의 으뜸이 되고 동시에 만병의 근원도 되는 것이니, 화와 복의 뿌리가 이에 있는지라. 고로 하나하나 이를 마음과 하늘에 고하여 재앙을 피하고 복을 구함이 가하니라" 하시고,
 
또 약을 쓰지 않는 스스로의 효험의 이치로 설법하여 말하기를, "사람이 한갓 병에 약으로 다스림만 알고 마음으로 다스림은 알지 못하도다. 마음은 즉 한 몸의 상제니 마음이 화응하면 온 몸이 영을 따르는지라. 고로 병이 걸리기 이전에 능히 병을 예방함도 마음에 있고 병이 걸린 후에 마음을 화응케 하면 정신의 통일이 생겨 심령의 감화가 이에 생기는 고로 만병이 스스로 고쳐질 것이며, 또 약을 쓸지라도 마음이 화응치 못하면 이는 약이 도리어 병을 도와주게 되느니라."  


주석
5> 앞의 책, 311~312쪽.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 해월 최시형 평전] 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해월 #최시형평전 #최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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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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