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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살이의 혹독함을 견디게 하는 건 결국 사랑뿐이에요"

[인터뷰] 코로나 시대, 삶의 돌파구로 '사랑'을 말하는 뮤지션 김낙원을 만나다

21.08.02 10:43최종업데이트21.08.0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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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어송라이터 '김낙원' 가수 김낙원은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젝트 그룹 '소낙빌'의 멤버이기도 하다. ⓒ 김낙원


"지구살이의 혹독함을 견디게 하는 건 결국 사랑뿐이에요."
 

올해로 데뷔 5년 차인 소낙빌의 김낙원은 2020년 첫 정규앨범 <무늬>를 공개할 때 이같이 전했다. 그는 "처한 환경이 가혹할 때 울고 싶지만, 또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웃음이 난다"고 말했다. 삶의 돌파구가 없는 청년들이 여러 가지 선택지를 포기하는 'N포 세대'의 흐름 속에서, 김낙원은 사랑을 통해 살아가는 원동력을 얻는다.
 
다만 그가 노래하는 '사랑'은 마냥 아름답지 않다. 2017년 발표한 'Beauty'의 가사처럼, 바닥같이 낮은 자존감에도 불구하고 감히 사랑을 욕심내는 청춘도 그려낸다. 이에 그는 "조건 없는 사랑은 존재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불안정한 현실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에 김낙원은 청년들의 공감을 사기 충분하다.

코로나19라는 잇단 악재로 여유마저 느낄 수 없는 요즘, 청년들은 무엇을 통해 고통을 극복할 수 있을까? 지난 7월 22일(목) 프로젝트 그룹 '소낙빌'의 김낙원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음악은 김낙원에게 '잘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성인이 되고 난 후 이대로라면 누구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을 거라는 절박함은 더 커졌다. 생계를 잇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음악을 계속하고 싶다는 그의 간절함은 멈추지 않았다. 계속된 도전의 일환으로 음악 스트리밍 앱에 자작곡을 올리기도 했다. 이를 눈여겨본 프로듀서 권소장이 김낙원에게 그룹 결성을 제안하면서 소낙빌이 탄생하게 됐다.
 
'권소장과 김낙원이 빌라에서 만든 음악'이라는 직관적인 이름처럼 소낙빌은 꾸밈없고 소탈한 음악을 추구한다. 그만큼 홈 레코딩 작업 과정도 간단하다. 수다를 떨다 즉흥적으로 완성된 멜로디 위에 김낙원이 쓴 가사를 얹어 마무리한다. 그렇게 '빈칸', '아름다워', 'Beauty'같은 곡들이 만들어졌다.
 
청년 세대의 고민을 함께하는 김낙원도 현재진행형인 걱정이 있다. 그가 느끼는 불안감은 무대와 연결된다. 익숙지 않지만 올라가고 싶었던 무대는 어느새 근심에 빠지게 된 공간이 됐다. 코로나19의 여파와 함께 인디가수인 자신이 올라갈 무대가 얼마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이에 그는 "무대는 출퇴근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기회를 잡으면 관객에게 진짜 내 것을 보여줘야 한다. 부담감이 엄습한다"며 "음악을 하면 할수록 내 부족한 모습을 발견한다"고 밝혔다
 
"아티스트 소낙빌의 색깔이 뚜렷하지 않아 무대 위에서 자신감을 잃는 것 같다. 언젠가 여러 가수가 모여 공연하는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갔다. 그런데 관객이 다른 가수를 보러 왔을 거라는 생각에 의욕을 상실했다. 그 사이에서 소낙빌을 찾아주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됐다. 그런데 공연 이후에 다른 가수의 팬이 '(소낙빌) 노래가 좋다'며 사인을 받아 갔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자신감을 회복하게 된 작지만 귀한 경험이었다. 더 많은 경험을 통해 아티스트로서 부족한 내면을 쌓자고 다짐한 계기가 됐다."
 

▲ 김낙원 프로젝트그룹 소낙빌의 김낙원 ⓒ 김낙원


그는 염세적인 시각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사에 녹여 팬들에게 위로를 던진다. 지난해 발매된 정규앨범 <무늬> 수록곡인 '우리'는 최근까지도 '보고싶다'는 댓글이 달린다. 조금은 어두운 가사로 어떻게 위로를 이끌어낼까 살펴보니, 그는 "가사를 쓸 때 내가 품고 있는 감정을 많이 담는다. 일기장이나 다름 없다"고 말한다.
 
이토록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김낙원은 "관계 의존적인 것이 콤플렉스이다"고 고백했다. 그는 "어떤 관계에서 상대방에게 빠지면 지나치게 몰입한다"며 "감정적으로 기대지 않고 혼자서 잘 지내는 법을 알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혼자 노는 멋에 도취하는 즐거움을 잃은 지금 나이와 비례해 늘어난 외로움도 문제였다. 그는 "가끔 나 자신과 가장 친하지 않은 기분이 든다. 다른 사람과 함께 시간을 공유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없다"고 말했다.
 
스스로와 친해지는 과정에 서 있는 그는 음악을 통해 용기를 내기도 했다. 오랜 친구 사이에 갑자기 사랑의 감정이 싹트면 어떻게 될까? 김낙원은 이번 해 초 발표한 '아마 난'이라는 제목의 곡을 통해 헤어지는 게 두려워 사랑을 포기한 자신의 과거를 솔직하게 녹여냈다. 그는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오히려 잃는 게 두렵다. 그럼에도 그 사람과 영원하고 싶은 모순이 있다"고 대답했다.
  

▲ 김낙원 김낙원 ⓒ 김낙원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더해진 고난한 시국,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한 상처는 어떻게 극복할까? 김낙원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더니, 잠시 고민한 그는 "음악이라는 스펙트럼 안에서 끈질기게 살아남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작사 실력을 키워서 다른 가수의 가사를 써보거나, 편곡 관련 기술을 배워서 편곡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또 싱어송라이터로서 소낙빌과 색다른 음악을 선보이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김낙원은 "평소에 가사를 쓰거나 멜로디를 붙이면 어두운 면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본능적인 면을 살려서 차분하고 고요한 음악을 해보자는 욕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무더위가 기승인 요즘이다. 곡을 제작할 때 계절을 많이 신경 쓴다는 소낙빌도 폭염에 잠깐 멈춘 상태다. 소낙빌의 다음 앨범 소식을 묻자 그는 "빠르면 가을에 곡이 나올 예정이다. 사랑에 대한 노래다"고 대답했다. 이어 "인간은 날씨에 지배당한다는 생각이다"며 "가을에 맞는 차분한 노래로 공감과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소낙빌 김낙원 인디가수 가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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