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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확진자 1만명' 넘은 일본, 한국과 무엇이 달랐나

일본 정부의 미온적 대응... 올림픽 들뜬 분위기에 여름 휴가도 겹쳐

등록 2021.08.02 14:30수정 2021.08.0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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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오후 일본 도쿄도(東京都) 신주쿠(新宿)구의 한 주점이 빈자리 없이 붐비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은 도쿄 올림픽 직전까지 델타 변이에 의한 유행을 비교적 잘 억제하고 있었다. 반면 한국은 7월 초부터 4차 대유행을 겪으며 한동안 인구 대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일본보다 높아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올림픽 개막 11일째, 일본의 확진자 수는 4일 연속 1만명 대(2일 신규 확진자 1만 177명)를 기록하면서 유럽 수준의 대유행을 맞이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반전세를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확산세는 막아내면서 유행이 정체된 모습이다.

도쿄 올림픽이 일본 코로나 방역을 악화시킨 것으로 해석되는 상황이다. 올림픽의 들뜬 분위기, 올림픽과 동시에 시작된 4일 연휴, 방역보다 올림픽이 우선인 일본 정부의 태도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미 시게루 일본 코로나19 대책 분과위원회 회장 또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함께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국민에게 협력을 얻기 위해 정부로서 제대로 된 메시지를 내줬으면 한다. 위기감을 공유해야 한다"라며 대유행이 계속될 경우 의료 현장의 붕괴가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의료계에서도 현재 유행이 심상치 않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일본의사회 등 9개 단체는 긴급성명을 내고 "전국에 긴급사태 선언을 내야 한다"라고 밝혔다. 나카가와 토시오 일본의사회 회장도 "(지자체) 요청이 없기 때문에 발령하지 않는다는 태도로는 늦다. 정부는 빨리 손을 써달라"라고 강조했다. 

올림픽이 만든 4일 휴일이 '화근'

일본은 올림픽 개막을 맞아 휴일을 옮겼다. 개막 전날인 22일을 바다의 날(원래는 19일)로, 23일은 10월에 있는 스포츠의날을 옮겨와서 '4일 휴일'을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여름 휴가를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도쿄도에는 '긴급사태'가 발령되면서 방역적인 제재가 많았지만, 도쿄도만 벗어나면 아무런 규제 없이 술을 마시거나 유흥을 즐길 수 있었다. 때문에 도쿄 이외 지역에 피서객이 몰리게 되면서 '풍선효과'처럼 자연스럽게 코로나19 유행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관련 기사: '올림픽 도쿄' 활보하는 회색감염자들, 의료진은 멘붕http://omn.kr/1un5f).

한국 역시 4차 대유행 초기에는 비수도권 감염 비율이 15~20%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30~35%가량이나 된다. 즉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의 이동을 통해 감염이 확산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한국은 지난달 19일 비수도권 5인 이상 사적모임금지, 27일에는 비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조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일본은 오늘(2일)에서야 가나가와, 사이타마, 지바 등 수도권과 오사카부에 '긴급사태'를 발령했고 홋카이도, 후쿠오카 등 다섯개 지역에 대해선 긴급사태보다 한 단계 낮은 '만연방지 등 중점조치'를 적용했다.

결국 올림픽 개막을 위해 만든 휴일이 오히려 코로나 전국 유행의 기폭제가 되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8월 중순의 오봉(한국의 추석) 명절 역시 이동량이 많아질 것으로 보여 긴급사태 확대만으로 안심하기 어렵다.

들뜬 올림픽 분위기, 경각심 풀었다
 

한국과 일본의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 수. 도쿄 올림픽 개막 이후로 일본의 유행 확산이 폭발적으로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Our world in data

 
앞서 오미 시게루 코로나19 대책 분과위원회 회장의 "위기감을 공유해야 한다"라는 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림픽의 들뜬 분위기에 의해 상대적으로 코로나19 경각심은 누그러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일본은 현재 금메달 17개를 따며 3위로 선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긴급사태 중임에도 도쿄 시내의 시부야 신주쿠 등에는 영업제한 시간인 오후 8시 이후에도 가게를 열어두는 술집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긴급사태가 선언된 도시에서는 주류 판매가 일절 금지돼 있어서, 이를 위반할 시 과태료 30만엔을 내야함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역시 4차(도쿄 기준)에 걸친 긴급사태 선언으로 인해 이미 국민들이 지친 상황이다. 게다가 긴장감을 풀 수 있는 '올림픽'이라는 명분까지 등장했다. 긴급사태 지역을 확대함에도 제대로 된 '단속' 없이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의 경우에는 영업시간 등 핵심 방역수칙을 위반할 시 바로 영업 정지 10일이 부과되고, 2차 적발시 20일, 3차 적발시 3개월, 4차 적발시 폐쇄라는 강력한 정책을 펴고 있다. 

스가 총리 "올림픽 때문에 감염 확산 일어난 것 아냐"

문제는 일본 정부가 '올림픽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서 대유행 상황에서 적절한 메시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30일 오미 시게루 분과위원회 회장과 함게 한 기자회견에서 스가 총리는 "(외국 선수단이) 공항 입국 때 일본 국민과 접촉하지 않도록 하는 등 확실하게 대응했다"라며 "그것(올림픽)이 감염 확산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무토 도시로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사무총장 역시 1일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예상했던 수준에서 코로나19를 대처할 수 있다"라며 "지역의료에 부담을 주지 않고 대회 중간점을 맞이했다"라고 자평했다. 또한 "스가 총리와 고이케 도쿄 도지사가 (올림픽과 감염확산의) 인과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똑같은 입장에서 생각한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정부 관계자들조차 '방역보다 올림픽'을 이야기하는 상황이라, 일본의 코로나19 대유행은 좀처럼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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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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