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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먹으면 탄성이... "아따, 이게 회요, 고기요?"

고흥 노포 주점에서 맛 본 황가오리 회 한 접시

등록 2021.08.14 13:01수정 2021.08.1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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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살코기에 촘촘하게 박힌 하얀 마블링, 황가오리회다. ⓒ 조찬현

 
오래된 가게다. 전남 고흥의 노포 주점이다. 시내에는 멋지고 규모 있는 가게들이 많지만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그런 곳에 눈길을 돌리지 않는다. 대부분 단골이기 때문이다. 이런 멋진 단골 술집을 알고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허름한 주점이다. 주점 바람벽에는 온통 낙서로 도배되어 있다. 대부분 이 집 음식 맛에 관련된 이야기다. 주당들의 갖가지 낙서와 오랜 세월의 흔적들이 식당 내부 곳곳에 켜켜이 쌓였다.
 

주점 바람벽에는 낙서가 빼곡하다. 대부분 이집 음식 맛에 관련된 이야기다. ⓒ 조찬현

 
참 묘한 일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오히려 술맛을 자극한다. 황가오리 회 한 접시에 막걸리 잔이라도 기울여야겠다. 온 세상에 땅거미 지고 어둠이 내려앉은 캄캄한 밤이면 어떨까.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더 운치 있을 거 같다. 이연실의 목로주점처럼 흙 바람벽에 매달린 그네를 타는 삼십 촉 백열등 하나 없는 노포 주점이지만 그래도 멋스럽다.

다음은 이연실 <목로주점> 노랫말의 일부다.

월말이면 월급 타서 로프를 사고
년말이면 적금 타서 낙타를 사자
그래 그렇게 산에 오르고
그래 그렇게 사막엘 가자
가장 멋진 내 친구야 빠뜨리지마
한 다스의 연필과 노트 한 권도
오늘도 목로주점 흙 바람벽엔
삼십 촉 백열등이 그네를 탄다

 

참 묘한 일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오히려 술맛을 자극한다. ⓒ 조찬현

 
식당이라는 이름을 내건 가게지만 밥은 팔지 않는다. 술안주를 시키면 밥은 무한정 서비스로 내준다. 오히려 주점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곳이다. 자그마한 노포 주점은 느낌이 남다르다. 주인 부부가 오직 이곳 한 자리에서 37년 세월을 보냈다. 청춘을 다 바친 곳이다.

붉은 살코기에 촘촘하게 박힌 하얀 마블링, 황가오리회다. 황가오리 회는 흡사 날것 그대로의 쇠고기 식감을 많이도 닮았다. 직접 맛을 보고 나서도 이게 생선이라는 게 언뜻 믿기지 않을 정도다.
 

주인아주머니가 황가오리 회를 뜨고 있다. ⓒ 조찬현

 
이게(황가오리) 뭔지 모른 상태에서 그냥 먹으면 생선인지 육고기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10킬로 넘는 크기의 황가오리만이 이렇듯 멋진 마블링이 나온다고 했다. 크기가 작은 황가오리는 뼈 채 썰어 먹는 뼈꼬시 횟감용이다.

"맨 처음에는 뼈꼬시를 썼거든요. 이걸 팔다가 뼈꼬시를 팔면 손님들이 안 먹는다고 가버려요. 이게 훨씬 반응이 좋아요. 먹어본 사람마다 '이게 해산물이요, 육고기요?' 하고 물어봐요."


고흥에서 황가오리는 귀한 생선이다. 아주머니(이명심.67)는 어물전에 미리 부탁해 놔도 요즘 황가오리가 잘 나오질 않는다고 했다. 오늘 준비한 거 다 팔리면 이제 없다고 한다. 황가오리 회를 맛있게 먹는 방법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황가오리 15키로 20키로를 주로 잡아요. 계속 부탁을 해 놓아도 황가오리가 잘 안 나와요. 맛이 소고기 생고기 같지요. 깻잎을 깔고, 밥도 넣고, 요래 기름 살짝 찍어서 된장도 씌우고, 마늘과 풋고추는 취향껏 넣어요, 매우니까."
 

애간장 녹인다는 황가오리 간은 부드러움에 고소함의 극치다. ⓒ 조찬현

   

깻잎장아찌에 밥과 황가오리회를 싸 먹어보니 그 맛이 참으로 경이롭다. ⓒ 조찬현

 
영락없는 쇠고기 육사시미 맛이다. 주인아주머니가 알려준 대로 깻잎장아찌에 밥과 황가오리 회를 싸 먹어보니 그 맛이 참으로 경이롭다. 어찌 생선에 이런 맛이 담겨 있다는 말인가. 황가오리 회에 막걸리 한 잔 곁들이니 목포 홍어삼합 부럽지 않다.

황가오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즐겨 먹는다. 지느러미 부위가 특히 맛있는 황가오리찜은 쫀득쫀득하다. 생선과 육고기의 좋은 맛이 다 스며있다. 황가오리 회는 소고기 육사시미 맛이다. 황가오리 애라 부르는 간은 참기름 장에 먹는다. 그 맛을 처음 접한 어떤 이는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고 했다. 애간장 녹인다는 황가오리 간은 부드러움에 고소함의 극치다.

황가오리는 홍어목 색가오리과의 바닷물고기다. 우리 몸의 관절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황가오리는 여름철 보양식으로도 손색이 없는 음식이다. 난태생인 황가오리는 5~8월에 10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는다.
 

황가오리는 홍어목 색가오리과의 바닷물고기다. ⓒ 조찬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맛사랑의 맛있는 세상에도 실립니다.
#고흥 노포주점 #고흥 도라지식당 #막걸리 #황가오리회 #맛사랑의 맛있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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