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윤석열·최재형·김동연 출사표에서 본 '박정희'

검사·판사·관료 출신의 대선주자들... '박정희의 힘'은 여전히 강하다

등록 2021.08.17 11:54수정 2021.08.1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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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무소불위 검찰 조직, 사법농단으로 얼룩진 법원 조직 그리고 권위주의적 폐쇄형 계급구조를 지닌 관료조직 등은 대한민국 외에 세계 다른 나라에서 발견하기 어렵다고 본다.
 
그런데 이 검찰 조직과 법원 조직 그리고 관료집단의 비정상적 왜곡의 기원은 바로 박정희 유신 정권이다. 박정희는 자신의 영구집권을 위해 권력의 총체적 집중을 도모하면서 이들 조직들을 권력 유지의 도구로 왜곡시켰다. 그리고 그 왜곡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거의 개선되지 않은 채 오히려 더욱 심화되어왔다.
 
유신 정치권력에 의해 왜곡된 법원 시스템
 

한 지방법원 전경. ⓒ 김대균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이 조항이 본래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박정희의 유신헌법에 의하여 기존에 존재하던 '법관추천위원회'는 전격적으로 폐지되어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대법관을 임명하도록 바뀌었고, 현재의 헌법에 이르기까지 계속하여 명문화하고 있다.
 
현재 세계 어느 나라도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나라는 없으며, 이는 이른바 '유신 잔재'라고 할 수 있다. 유신헌법은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임명과정을 종래의 사법주도형에서부터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가 없는 정치주도형으로 변질시켰고, 이러한 왜곡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거의 변함이 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왜곡으로 인한 각종 폐단의 총화는 사법농단으로 발현되었다.
 
유신헌법에 의한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헌법 제12조 3항에는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명문화되어 있다. 이러한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규정이 헌법에 규정된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오늘날 검찰 조직의 뜨거운 '권력의지'는 이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조항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문제의 이 조항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제헌헌법에는 "체포, 구금, 수색에는 법관의 영장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었을 뿐이다.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라고 명문화된 것은, 바로 박정희 군사쿠데타 직후 이른바 '국가재건최고회의'가 개정한 헌법부터였다.

그리고 이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라는 이 규정은 이후 유신헌법에서 한 발 더 나가 "검사의 요구에 의하여"로 다시 개정되었다. 이는 결국 검찰의 권력의지와 절대 권력을 행사하려는 박정희 유신 체제의 권력의지가 상호 결합된 것이라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박정희 군사정권, 군대 이어 관료조직을 수족으로 삼으려 했다 
 

박정희의 서울대 시찰 1970년 11월 13일 서울대학교 동숭동 캠퍼스를 시찰하는 박정희의 모습이다. 1972년 유신체제 선포 이전 모습이다 ⓒ 국가기록원

 
박정희는 군대조직에 이어 공무원 조직을 '제2의 군대조직'으로 자신의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조직으로 삼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는 먼저 기존에 주로 인맥에 의한 엽관제로 운영되던 공무원 채용을 시험에 의해 공무원을 채용하는 방식을 도입하여 공무원 채용을 체계화시켰다.

이는 평생 일본을 롤 모델로 삼았던 박정희가 시험에 의한 일본의 공무원 채용 방식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기도 했다. 그는 이어서 국가공무원법을 개정하여 "법령에 의하지 아니하는 한 본인의 의사에 반한 신분상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여 공무원에 대한 신분보장을 규정하였다.  
 
한편 박정희 권력의 칼날은 언제나 국회를 향하고 있었다. 1972년 12월 27일, 이른바 유신헌법으로 장기집권 체제의 근거를 만든 유신정권은 곧이어 1973년 2월 7일, 국회법을 개정하였다. 그 개정에서 특히 "전문위원은 당해 상임위원회의 제청으로 의장이 임명한다."는 국회법 제42조 제2항 규정을 "전문위원은 사무총장의 제청으로 의장이 임명한다"는 규정으로 바꿔놓았다. 국회의원의 전문위원 선출권을 박탈하고 그 자리에 자신의 수족 집단으로서의 관료로 대체한 것이었다. 그 목적은 '국회의 무력화'에 있었다.
 
윤석열, 최재형 그리고... 여전히 엿보이는 '박정희의 힘'
 
중국 역사상 황제의 권한을 강화하는 중요한 정책은, 우선 중앙에서 여러 방법으로 재상의 권한을 축소시키고 다음으로 지방에서 지방장관의 권한을 없애는 것이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방법은 지방장관의 임기를 엄격하게 제한함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근본적으로 지방 정무에 숙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각 아문(衙門)의 조문들은 모두 아전(吏)들이 제정하였다. 사실상 실제적인 모든 사무에 있어 그들 아전들이 전문가였고, 따라서 그 처리는 전적으로 그들의 손에 달려 있었다. 황제는 사리사욕에만 눈이 먼 '아전'들과 기꺼이 천하를 함께 통치하였다.
 
박정희 유신 정권도 이와 유사한 방식을 취했다. 영구집권을 획책하면서 정적을 제거하고 권력의 총체적 집중을 도모했던 박정희는 자신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검찰, 법원, 관료집단을 양육했고 자신의 의도를 언제든 실행시킬 수 있는 조직으로 활용했다.

아울러 그들을 당시의 중앙정보부, 경찰과 함께 자신의 정적과 민주 세력을 탄압하는 조직으로 도구화했다. 그렇게 왜곡된 조직들은 지금까지 제대로 개혁된 적이 없는 채로, 시시때때로 한국 사회의 건강한 전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검찰 출신 윤석열, 판사 출신 최재형, 관료 출신의 김동연. 기묘하게도 검찰, 법원 그리고 관료의 세 집단에서 모두 대선 주자들이 나와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를 볼 때, '박정희의 힘'은 여전히 강한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 #검찰 #법원 #관료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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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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