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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코로나에 걸리면, '엄마 껌딱지' 은이는 어쩌죠?

[코로나 시대의 반려생활] 더 촘촘한 반려동물 코로나19 방역 지침이 필요하다

등록 2021.08.19 12:52수정 2021.08.2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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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글쓰기 그룹 '반려인의세계'는 반려동물에 대한 고민과 반려동물로 인해 달라지는 반려인들의 삶을 다룹니다. 이번 주제는 반려인들에 대한 '코로나 시대의 반려생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한 달 전쯤 월요일이었다. 나는 휴대전화를 집에 놔둔 채 출근을 했다. 자동차에 시동을 걸자마자 휴대전화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오전에만 근무하는데다 일하는 동안 휴대전화는 꺼두어야 했기에 그냥 차를 몰았다.

반나절 후 집에 돌아와 온몸으로 반기는 반려견 은이와 한바탕 귀가 세리모니를 펼쳤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찾았을 때 나는 놀라고 말았다. 전화가 10통 넘게 와 있었고, 문자도 남겨 있었다. 매주 목요일마다 근무하는 상담센터에서 온 전화와 문자였다.


'선생님. 전화가 안 돼서 문자 남겨요. 지난주 목요일에 함께 근무했던 상담자가 코로나에 확진됐다고 오늘 아침에 연락이 왔어요. 선생님도 의무 검사 대상자입니다. 신속히 검사를 받으시고,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외출하지 말아주세요.'

마음이 철렁했다. 코로나19 확진자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보건소에서 연락이 온 건 아니었지만, 내가 근무하는 센터 지침에 따라 의무 검사를 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내게 코로나가 가장 가까이 다가온 순간이었다.

주변에서 속속들이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우리 가족은 지난 1년 반 동안 잘 피해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1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는 시점에서 코로나는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었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외출 준비를 했다. 좀 전에 돌아온 내가 다시 외출복으로 갈아입자 은이는 의아한 듯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현관으로 향하자 얼음이 된 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경쾌하게 말려 올라가 있던 꼬리도 축 늘어뜨렸다.
 

코로나 시대. 마스크를 쓴 보호자와 함께 산책하는 개들. 가족들이 코로나로 격리되거나 입원했을 때 이 개들은 어디서 돌봄을 받을 수 있을까. ⓒ unsplash

   
우리 개는 어떡해요?

그렇게 나는 대구 두류공원에 마련된 선별검사소로 향했고, 처음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찌는 듯한 더위에 방역복을 입고 있는 의료진들의 모습을 직접 본 것도 그 때가 처음이었다.


야외에 마련된 검사소라 잠시 서서 기다리기만 해도 땀이 줄줄 났는데 땀복과 진배없는 방역복을 입고 일하는 의료진들의 모습에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마침내 내 차례가 되었을 때 살짝 긴장했으나, 소문만큼 아프지는 않았다.

집에 돌아오자 은이는 또다시 열정적으로 나를 환영해줬다. 주위를 빙빙 돌며 뛰어다니고 내게 다가와 점프를 했다. 나는 늘 그렇듯이 그런 은이를 쓰다듬으며 얼굴에 뽀뽀를 해주려 했다. 그런데 순간 멈칫했다. '혹시 내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있으면, 은이도 옮을 수도 있겠다'. 나는 손길을 멈춘 채 은이를 그냥 바라보았다.

그 무렵 아이가 학교에서 귀가했다. 나는 아이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에 머물라고 했다. 남편에게도 전화했다. 남편도 일을 마치는 즉시 귀가하겠다고 했다. 만약을 대비해 우리 가족은 모두가 외출을 삼갔다.

집에 머무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확진자와 같은 시간대에 근무했긴 했지만, 나는 분리된 상담실 안에 머물렀기에 직접 접촉은 전혀 없었다. 점심시간에도 상담이 있었기에 다른 근무자들도 만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만일 확진된다면, 아마도 이렇게 전개될 것이다. 나는 생활치료센터로 가게 될 것이고, 아이와 남편도 검사를 받게 될 터였다. 아이와 남편이 음성이라면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하루 이틀 격리됐다 일상으로 돌아가거나 밀접 접촉자로 자가격리 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컸다.

혹여라도 아이와 남편까지 양성이라면 역시 생활치료센터로 가거나 입원 치료를 받게 될 터였다. 여기까진 별로 걱정이 되지 않았다. 불볕더위에도 방역복을 입고 땀을 흘리는 의료진들이 있기에 잘 치료받고 회복하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불안감이 밀려왔다. 바로 반려견 은이 때문이었다.

'만일 가족 모두가 코로나로 입원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은이는 어떻게 되는 거지?'

우리가 확진된다면 은이는 그 누구보다 밀접 접촉자였다. 나와 매일 뽀뽀를 10번은 하고, 수시로 스킨십을 하며, 매일 밤 내 옆구리에 밀착해 잠을 자는 은이. 확진자와 이토록 접촉한 은이를 과연 누가 받아줄 수 있을까? 친한 이웃에게 부탁하기도 미안한 노릇이었고, 가끔씩 이용하는 펫시터 가정에서도 선뜻 받아줄 것 같지가 않았다.

단골 동물병원도 다른 손님들과 입원해있는 동물들을 생각한다면 쉽게 받아주기 힘들 것 같았다. 부모님이나 형제 자매가 근처에 산다면 부탁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양가의 가족들 모두가 다른 지역에 떨어져 산다. 코로나에 확진된 몸으로 은이를 타지역 가족에게 데려다주는 것 역시 불가능할 터였다.

코로나19, 반려동물 임시보호 서비스
 

나는 불안한 마음에 포털 사이트에 '코로나, 반려동물'이라고 검색어를 입력했다. 엔터를 치는 순간 '코로나19 반려동물 임시 돌봄서비스'라는 글들이 눈에 띄었다. 검색된 자료들을 읽어 내려갔다.

현재 국내에서 보호자가 코로나로 확진되거나 갑작스레 격리돼 반려동물이 혼자 남겨졌을 땐 다른 가족들이 반려동물을 맡아 돌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을 땐 지자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반려동물 임시보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힌 대표적인 지자체는 서울, 경기, 인천, 울산, 광주 등이다.

이들 지자체는 보호자가 입원하는 날부터 퇴원하는 날까지 지자체에서 지정한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이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돌봄 가능한 반려동물의 종류, 신청절차나 서류, 임시보호시 비용은 지차체마다 달라 확인이 필요하다. 

내가 살고 있는 대구의 경우, 지난 2월 기준으로 대구시 위탁보호시설(동물병원 등 13개소)에서 '임시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보도 내용이 있긴 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지역 외에 다른 지역의 관련 정보는 잘 정리된 내용을 찾기가 힘들었다.

찾아보니, 농림축산식품부와 질병관리청이 지난 2월 발표한 반려동물 위탁보호 돌봄서비스 문의처를 안내한 리스트가 있긴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2월 이후 업데이트 된 정보는 없어서 서비스 실시 여부를 다시 일일이 문의해야 하는 상황인 듯하다.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고려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음에 안도감이 들기도 했지만, 안정적으로 지원받을 수 없는 지역이 꽤 많은데다 임시보호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어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질병관리청이 지난 2월 발표한 반려동물 위탁보호 돌봄서비스 문의처. 2월 이후 업데이트 된 정보는 없어서 서비스 실시 여부를 일일이 물어야 한다. ⓒ 농림축산식품부

 
반려동물을 위한 코로나19 방역 지침

그렇다면, 반려동물을 위한 코로나 방역 지침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사실 코로나19 초반에만 해도 반려동물의 감염사례는 잘 알려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고양이 감염사례가 확인되는 등 세계적으로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반려동물의 경우 대부분 확진된 보호자를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일, 우리 가족이 확진된다면 은이도 안전할 수는 없는 상황인 것이다. 나는 반려동물을 위한 코로나 방역 지침들에 관해서도 찾아봤다.

질병관리청과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국내 첫 고양이 감염사례가 알려진 후인 지난 2월 반려동물 관련 예방 수칙을 정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접촉 전후 손 씻기, 개를 산책시킬 때 다른 사람 혹은 동물과 2m 이상 거리두기, 반려동물 소유자가 코로나19 증상이 있다면 반려동물과의 직접 접촉을 가급적 피할 것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나는 코로나 검사 대상임을 알게 된 뒤 은이의 서운한 눈빛에도 불구하고 스킨십을 자제한 것이 참 다행이다 싶었다.

만일 반려동물이 코로나에 걸렸다면 어떻게 할까?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는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동물이더라도 필요한 수의학적 조치를 꺼리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동물병원에 별도의 격리공간을 마련해 치료하도록 하고 있으며, 자택격리시 구체적인 지침도 마련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반려동물이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있고 증상을 보이는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었을 때 검사를 한다. 양성판정시에는 집에서 격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자택격리가 어려울 때는 지자체의 여건에 따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양성 판정을 받은 반려동물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지침들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나는 이런 정보들을 찾아본 후 마음이 복잡해져왔다. 강원도 고성산불 등 다른 재난 시 동물이 방치되어 왔던 걸 생각하면, 이 정도 돌봄서비스가 마련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반려동물 보호에 대해 합의되지 않은 부분들이 많고, 치료에 대한 지침도 없는 상태라 안심이 되진 않았다.

마치 과도기적인 지금 한국의 '반려문화'가 코로나 대비책에서도 그대로 묻어나는 듯 했다. 재난 시 동물보호에 대한 구체적인 대비책들이 마련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반려인과 스킨십이 많은 반려견들은 반려인이 코로나에 감염될 경우 가장 밀접 접촉하는 존재 중 하나다. ⓒ unsplash

   
그날 밤 나는 여러 가지 생각으로 잠을 못 이뤘다. 은이가 임시보호소로 가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 가족과 떨어져 잘 지낼 수 있을까? '엄마 껌딱지'인데다 유기되었다 파양된 경험까지 있는 은이는 또 다시 버림받은 줄 알고 스트레스를 받을 것임이 분명했다. 불안하면 밥을 먹지 않는 은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마음 아픈 생각들을 떨쳐내려 애썼다.

마침내 다음 날이 밝았다. 아침 7시가 조금 넘자, '음성' 판정을 알리는 문자가 도착했다. 아이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학교에 갔고, 남편도 정상 출근을 했다. 나는 은이에게 어제 못한 뽀뽀를 마음껏 퍼부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더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지켜 이 시국을 무사히 건너야겠다고. 나는 반려인이니까, 내게 온 소중한 생명을 위해서라도 함부로 아파서는 안 되니까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의 개인블로그(https://blog.naver.com/serene_joo)와 브런치(https://brunch.co.kr/@serenity153)에도 실립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고민과 반려동물로 인해 달라지는 반려인들의 삶을 다루는 콘텐츠.
#반려동물 #코로나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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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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