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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간 미국 스타 뮤지션? 그녀의 진짜 전성기는 마흔부터

[17th JIMFF]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 <티나>

21.08.15 13:07최종업데이트21.08.15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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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 <티나>의 한 장면.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소울의 여왕이자, 멀티 장르의 귀재. 우리가 아는 티나 터너를 수식하는 단어들 중 하나다. 1958년 데뷔 이후 60년이 넘게 활동해 온 그는 영미권 음악 역사의 획을 그었고 프로듀서이자 재즈 기타리스트 아이크 터너와 결혼하며 함께 왕성한 활동을 하기도 했다.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인 <티나>는 앞서 언급한 티나의 밝은 면만 부각하는 전기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남자 보컬을 압도하는 그의 에너지를 화면 곳곳에 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티나의 일생 중 중후반기에 무게를 실어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모양새다. 

음악적으로 전성기에 해당한 초기보다 중후반부 이야기를 전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남편이자 음악 파트너였던 아이크 터너와 이혼 후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변신과 발전을 거듭해갔기 때문이다. 여러 기사와 자서전, 그리고 그녀를 소재로 한 극영화에서 알 수 있듯 티나 터너는 오랜 시간 남편의 성적 학대와 폭력에 시달려야 했다. 

수십 년이 지난 어느 날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티나는 곧바로 호텔을 박차고 나가 남편이 모르는 곳에 숨어 버린다. 그게 두 사람 인연의 끝이었다. 티나는 출구를 박차고 나갈 용기를 냈고, 곧바로 이혼 소송을 낸 뒤 모든 저작권과 재산은 아이크가 가지게끔 한 뒤 단 하나만 요구한다. 그것은 바로 그녀의 이름이었다. 티나 터너와 아이크 터너로 함께 활동한 수익금과 당시 앨범은 아이크가 가져갔지만, 이혼 이후 티나로 활동할 수 있는 권리와 티나라는 이름 자체는 아이크가 손 댈 수 없게된 것이다.

그때 그녀의 나이가 40대 초반이었다. 영화는 한물간 스타 뮤지션 취급을 받던 티나가 록에 눈 뜨고, 자신의 이미지와 부합하는 새로운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을 전하며 묵직한 감격을 전한다. 새로운 반려자를 만나며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과정 또한 빼놓지 않는다. 누군가에겐 퇴물 스타겠지만 그 누구보다 노래를 사랑했고, 자기 자신을 망가뜨리지 않으며 철저히 관리한 티나는 현재 영미권에서 '롱런'의 상징처럼 자리잡고 있다.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 <티나>의 한 장면.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 <티나>의 한 장면.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14일 오후 메가박스 제천에서 영화 상영 직후 이 영화의 감독인 댄 린제이가 관객과의 대화를 가졌다. 올해 열린 국제영화제 중 해외 게스트가 직접 한국을 찾은 첫 사례다. 개막작 감독은 꼭 초청을 해서 관객과 만남을 가져온 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전통인데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전면 온라인 상영을 한 것을 빼면 꾸준히 개막작 감독은 제천영화제를 찾아오곤 했다.

이어지는 질문에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선정적이지 않으면서도 티나의 시선과 마음을 가장 전달할 방법을 찾으려 했다"며 몇 차례 강조했다. 그간 티나를 다뤄온 몇몇 책과 영화에 대해 정작 티나 본인은 트라우마를 이유로 마음에 들지 않아 했는데 이 다큐멘터리만큼은 흡족해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댄 린제이 감독은 "티나의 삶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잘 시각화해서 그를 잘 모르는 관객과도 소통할 수 있게끔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감독의 말처럼 <티나>는 단순히 특별한 인물의 생애를 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몇 가지 중요한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작품이다. 현재의 상황, 그리고 신체적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사실, 즉 세상의 시선보다는 자기 마음의 소리를 잘 듣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행동 자체가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묻어있다. 

40대 이후 오히려 록과 블루스, 팝을 오가며 자신의 입지를 굳혀 온 티나의 모습이 충분히 한국 관객의 심금도 울릴 것이다.
티나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소울 미국 티나 터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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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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