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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은 일상회복 안 되길... 캐나다인들의 바람

[김수진의 별일 있는 캐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캐나다 원격의료는 지속된다

등록 2021.08.23 19:20수정 2021.08.2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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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경험하는 크고 작은 '별일'들, 한국에 의미있는 캐나다 소식을 전합니다. [편집자말]
코로나로 고통받으며 살아온 1년 반 넘는 시간, 인류에게는 '일상 회복'이라는 공통의 소망이 생겨버렸다.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이것만은 그대로였으면 하는 각자의 바람이 있을지 모른다. 누군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더라도 재택근무를 계속하기 원할테고, 또 누군가는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며 자전거 출퇴근을 지속할 것이다. 그렇다면 다수 캐나다인들이 지속되길 바라는 코로나 시대의 변화가 있다면 무엇일까?

답은 '원격의료'다. 캐나다는 지난 수 년간 서서히 원격의료로의 이행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비상사태를 맞아 그 과정이 급격히 가속화됐다. 코로나로 인한 의료 공백을 메우는 데 원격의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그 중요성이 부각된 것.

이전에는 외딴 지역 거주자들 위주로 원격의료가 행해졌었다. 하지만 8월 둘째 주 캐나다의료협회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94%의 의사들이 진료의 많은 부분을 원격으로 시행하고 있다. 거의 모든 의사들이 전화상담을 하고 있다고 답했고, 비디오 상담 및 이메일이나 문자 상담을 한다고 밝힌 의사들도 각각 51%, 36%였다. 그리고 그들의 약 70%가 원격진료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91%의 환자들 역시 원격의료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대기의 연속... 갈급 해소해준 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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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 pexels

 
대규모 락다운과 제재로 인해 의료서비스의 상당부분이 제한돼 그로 인한 의료 적체현상을 해결해야 했을 때, 많은 이들이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으로 의료기관 방문을 꺼릴 때, 전화나 비디오를 이용한 원격의료는 훌륭한 돌파구가 되어줬다는 평가다. 캐나다 의료협회장 콜린 박사는 지난 12일 CTV뉴스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원격진료에 상당한 이점이 있음이 분명해졌으며, 우리는 2020년 3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캐나다 헬스 인포웨이(디지털 헬스 관련 기관)' 대표 마이클 그린 역시 "팬데믹 기간 캐나다는 원격진료로의 신속한 이행을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원격의료가 지속적으로 확대돼 5년 내에 모든 진료의 절반 가량이 원격으로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캐나다 의료 전문가들이 원격의료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은 팬데믹을 겪으며 원격의료의 이점을 확실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원격의료의 가장 큰 장점은 환자에게 신속하고 편리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많은 이들이 원격진료를 통해 가정에서 돌봄을 받게 되면, 클리닉과 응급실의 만원사태 해소라는 실질적 이득도 얻게 된다.


마이클 그린은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캐나다 의료현실을 지적하며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많음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 의사들의 시간 부담이 해소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캐나다는 주치의 제도를 택하고 있다. 어디가 불편하든 일단 주치의를 만나 상담을 받은 뒤, 전문의를 만나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주치의가 트랜스퍼(transfer, 주치의에게서 전문의에게로 환자를 넘기는 것)를 해준다.

그런데 주치의와 만나려면 최소 며칠은 기다려야 한다.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인의 46%가 경미한 사안으로 의료진을 만나려 해도 4일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답했고, 일주일 이상 걸린다고 답한 이들도 22%나 됐다. 전문의를 만나야 한다면 대기시간은 더더욱 길어진다. 운이 좋다면 몇 주만에 전문의와 대면하겠지만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캐나다에 살다 보니 이러한 현실을 수치가 아닌 경험으로 체득하게 된다. 가족력을 언급하며 심장전문의 진료를 요청했을 땐 단 몇 주만에 예약이 잡히는 행운(?)을 누렸다. 하지만 피부 트러블이 심해 알러지 테스트를 받아야 했을 땐 장장 6개월이 흐른 뒤에야 전화를 받았었다. 그 사이 트러블은 가라앉았고 전화가 오리라는 사실도 잊고 있을 정도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팬데믹 이후에도 원격진료가 더욱 광범위하게 행해진다면 캐나다의 의료부담이 상당부분 해소되리라 보는 것이다.

"넓은 지형, 낮은 인구밀도... 의료서비스 접근성 높아질수록 형평성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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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 pexels

 
의료 접근성이 취약한 외딴 지역 거주자들에게도 원격의료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토론토 대학의 줄리아 자브 교수는 그 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넓은 지형과 낮은 인구밀도 때문에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비용과 시간이 드는 일이고 결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때에 진료를 받지 못해 진단이 지연되기도 합니다.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의료 형평성이라는 목표에 더 쉽게 다다를 수 있습니다."

환자 개인적으로도 의료체계의 관점에서도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원격의료의 장점이다. 진료를 받기 위한 이동 비용, 결근에 따르는 비용 등을 고려하면 원격의료는 수백만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동 시간과 병원에서의 대기 시간 등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신속한 진단으로 입원이나 입원기간을 줄임으로써 의료체계의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캐나다는 의료비를 전액 국가가 부담한다).

몇 달 전, 남편도 원격진료를 경험했다. 예약하려고 클리닉에 전화했더니 간단히 증상을 물은 뒤 주치의에게서 전화가 올 거라고 했다. 지정된 시간에 주치의와 전화상담을 했고 의사는 내시경을 받을 수 있도록 트랜스퍼해줬다. 내시경을 받고 난 뒤에는 필요한 약이 있었는데, 처방전을 남편이 지정한 약국으로 바로 보내줘 찾아오기만 하면 됐다. 남편으로서는 운전해서 직접 클리닉에 가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과 시간절약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

자동차나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한 이동을 줄임으로써 온실가스 배출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 역시 팬데믹 이전부터 있어 왔다. 밴쿠버 해안 보건당국의 조사에 의하면, 대면 진료를 한번 피할 때마다 2kg에서 5kg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자연 친화적인 의료 시스템 창출을 위해 일하고 있는 크리스티 박사는 C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까지의 많은 의료 서비스는 비용효과와 돌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의료 서비스가 환경에 미치는 대가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합니다."

크리스티 박사는 원격의료의 환경적 이점을 널리 알려 팬데믹 이후에도 지속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지니는 무언가를 더 많은 사람들이 요구하게 된다면, 보다 나은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원격의료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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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와 컴퓨터. ⓒ pexels

 
물론, 모든 의료 문제가 원격의료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원격의료가 기존의료의 '대체'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편리성과 접근성, 시간과 비용 절약, 친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팬데믹 이후에도 원격의료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의 의료 시스템에 원격의료를 통합시키기 위해서는 아직 해야 할 일들이 있다.

현재까지 원격진료의 상당수는 전화로 이뤄지고 있다. 화상을 통한 진료가 더 나은 수준의 의료를 제공할 수 있겠지만, 모든 캐나다인들이 고속 데이터 통신망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대면진료 교육만을 실시해온 의료교육 기관에서도 원격진료 교육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폭넓은 재정지원도 필수적이다.

이미 지난해 3월, 저스틴 트뤼도 연방총리는 원격의료 확장과 디지털 도구 마련을 위해 2억4050만 달러의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지금까지 총 1억2300만 달러에 달하는 재정지원 협정이 12개 주와 지역에서 발표됐다. 이 재정은 메시지 및 파일 전송, 화상 회의 시스템, 벽지 거주 환자 모니터링 기술, 코로나 등 테스트 결과에 대한 환자 접근 서비스, 새로운 플랫폼의 통합 기술 지원과 같은 다섯 개 주요부문에 사용된다.

CBC 기사 말미, 맥매스터 대학 의사 아마드 칼리드는 이런 메시지를 전했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라는 매일의 도전과제를 해결하고 숙고하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편, 이제는 앞으로의 과제를 준비하기 위해 우리의 시스템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에 대해 더 크고 넓게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시스템도 그에 맞게 적응해야 합니다."
#캐나다 #원격의료 #원격진료 #포스트 코로나 #코로나 팬데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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